대법원이 불법 판결해도 '트럼프 관세' 환불 요구도 못하는 韓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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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불법 판결해도 '트럼프 관세' 환불 요구도 못하는 韓기업들

르데스크 2026-04-06 17:53: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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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의 후폭풍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세무효 판결에 따른 환급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환급 규모가 적지 않지만 무리하게 환급을 요구할 경우 미국 정부의 핀셋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탓이다. 다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관세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자구책으로 내민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효과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환급 요구 결정도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어 여전히 관세 환급 관련 이슈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美정부 관세 예외 조치에도 표정 어두운 韓기업들 "이미 낸 관세, 돌려받을 방법 없어"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제232조에 근거해 금속(철강·알루미늄·구리)과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방식을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개편안의 주요 내용은 우선 기존에는 제품에 포함된 금속 비율에 따라 최대 50%의 관세를 매기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금속 함량이 제품 중량의 15%를 초과하면 완제품 가격에 일률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한다. 15% 이하일 경우에는 해당 품목 관세가 면제된다. 또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일본·유럽연합에는 15%, 영국에는 10%의 관세율만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수출 기업 중 몇몇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은 모습이다. 앞서 일시적인 관세 인상 조치 시점과 미국 연방대법원의 무효 판결 시점 사이에 이미 관세를 지불한 기업의 경우 환불 이슈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를 무효로 판결했다(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 다수의견은 IEEPA가 대통령에게 수입을 규제할 권한을 주었을 뿐 관세를 통해 과세할 권한은 대통령에게 없고 오로지 의회에 있으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 국가별 상호관세 세율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관세청이 수출입 신고자료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의 관세 인상 무효 판결로 영향을 받는 우리 기업은 약 6000여곳이다. 미국에 관세 부과 대상 물품을 수출하고 있는 총 2만4000여곳 기업 가운데 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중 대다수는 DDP(관세지급인도) 조건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는 중소·중견기업이다. 'DDP 조건'이란 미국으로 물품을 수출할 때 관세를 수출자가 직접 부담하는 방식으로 주로 협상력이 낮거나 현지 유통망에 직접 대응해야 하는 기업들이 거래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다. 그는 연방 대법원 판결 직후 환급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선을 그으며 다른 방식으로의 보복까지 시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은 불법이라고 했지 환급하라고 안 했으니 (환급) 소송을 한다면 수년간 지속될 것이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대기업 계열사들도 환급 소송과는 철저하게 선을 긋는 부분 역시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앞서 증권가 안팎에선 한화큐셀, 한국타이어 등의 소송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두 기업 모두 환급 소송은 '사실 무근' 또는 '취하" 등의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얼마 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관세 환급 권리를 인정받으려는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말이 쉽지 어디 되겠나"라며 "이미 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이 관세 환급 소송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데다 다른 방식의 보복이 가해 질수도 있는 노릇이라 국내 대기업들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같은 중견기업이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있겠나"라고 귀띔했다.

 

▲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당시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법조계에서도 환급 소송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승진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국제거래라는 것은 국가 간 약속이고 신뢰로 움직이는 것인데, 미국의 관세 부과 자체가 무효로 돼버리는 것과 같은 이번 상황은 이례적이어서 혼선이 클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서 무효 판결에 따른 환급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입법을 하는 등으로 해결 움직임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개별 기업이 나서서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재계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그나마 설득력을 얻고 있는 환급 방식은 정부 차원의 대응을 통해 미국의 자발적인 보상 노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오 교수는 "정부가 실리 위주의 동맹관계를 맺고 협상력을 제고해서 국제사회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를 힘쓰는 것이 요즘과 같은 국제법적 혼란기에는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당장 미국의 움직임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국의 대미투자 계획을 직접 언급한 바 있는데 당시 이를 두고 관세 압박을 덜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던 정부의 투자계획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지난 2일 산업통상부는 "미국 정부가 언급한 대미 투자 내용의 구체적 발표 시점과 내용은 계속 협의 중이기에 아직 발표할 수 없지만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 등 여러 측면에서 전략적 틀을 놓고 조율 중이다"며 미국과의 협상 노력을 계속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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