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돈을 받고 개인의 원한이나 갈등을 대신 해결해 주는 이른바 ‘보복 대행’ 서비스가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범죄가 플랫폼을 통해 은밀하게 거래되며 추적이 어려워지고 폭력과 불법 행위가 일상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금전을 받고 타인의 주거지 현관 앞에 오물을 투기하거나 벽면에 래커칠을 하는 등 이른바 ‘보복 대행’ 범죄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경기 군포시에서는 돈을 받은 뒤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의 주거지 현관에 래커칠을 하고 협박성 전단을 살포한 20대 A씨가 검거됐다. 뒤이어 26일에는 화성 동탄에서도 현관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투척하거나 래커 패인트로 낙서하는 등의 범행을 저지른 20대 B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밖에도 평택·동탄·파주 등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잇따르면서 지역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X(옛 트위터),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을 활용해 사적 보복을 대신 수행하는 ‘대행 서비스’라고 홍보하며 의뢰자를 모집하고 있다. ‘심부름’, ‘해결’ 등의 단어를 내세운 게시물에서는 의뢰 내용과 수준에 맞춰 다양한 방식의 범행을 수행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집중 수서 관서를 지정하고 해외 공조를 검토하는 등 적극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최근에는 조직 총책과 실행책 검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가 지난 3일 조직 총책을 구속 송치한 것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올해 1월부터 지난 3일 기준 50여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현재 다수 가담자가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사적 보복 대행이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 범죄가 조직화 양상까지 보이면서 범행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져 경찰의 수사망을 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검찰에 넘겨진 보복대행 범죄조직은 텔레그램에 ‘보복 테러’ 채널을 개설해 금전을 받고 서울 양천구와 경기 시흥 일대에서 주거지에 인분을 투기하거나 욕설이 적힌 래커칠을 하는 등의 범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범행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확보하기 위해조직원을 배달앱 외주업체에 위장 취업시킨 뒤 회원 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들 조직에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범죄단체조직’ 혐의 등이 추가 적용된 상태다. 이는 보복대행 범죄에 적용된 첫 사례로, 범죄를 목적으로 단체를 조직했을 시 적용되며 징역 4년 이상, 최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범행 구조가 2020년 발생한 성 착취물 제작·유포 사건인 ‘박사방’ 사건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고 판단했다.
익명성과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을 거점으로 삼아 조직적으로 범행을 기획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박사방 관계자들이 사회복무요원을 끌어들여 피해자 신상을 확보했다면 이번 일당은 배달 앱 업체에 위장 취업하는 방식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이렇게 확보한 정보를 토대로 피해자의 거주지를 특정하고 보복성 테러를 가하는 등 범행 방식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또 경찰은 일부 보복 대행 업체들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할 준비가 돼 있다’ 등으로 의뢰인들을 안심시키고 수사 기관을 조롱해온 행태에 대해서도 엄중히 경고했다. 또 텔레그램 측의 협조가 없더라도 의뢰자 등 상선을 잡을 수사 기법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보복 대행 범죄가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며 일상 속으로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 차단을 위한 플랫폼 관리 강화와 수사·처벌 체계 정비 등 실효성 있는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보복 대행 범죄는 현행 법·제도의 사각지대를 파고들며 확산되고 있는 만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이건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혼란, 유대관계 약화 속에서 민사 갈등이나 내연관계 등 개인 간 원한과 감정적 분쟁이 누적되고 있다”며 “이를 직접 해결하기보다 금전을 주고 제3자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범죄가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보복에서 출발한 범죄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자칫 생명·신체에 중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중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며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강력한 처벌로 경각심을 높이고 사전 단속을 강화해야 하며 보복 대행을 홍보·모집하는 글 자체도 범죄로 간주해 엄정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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