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방의진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오지급 사고를 계기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내부통제 체계가 금융회사 수준으로 한층 강화된다.
특히 장부상 가상자산 수량과 실제 보유량을 5분 주기로 대조하는 상시 점검 체계가 도입된다.
금융위원회는 5대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긴급대응반 점검 결과와 향후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고 6일 밝혔다.
이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와 가상자산 거래소 5곳은 사고 재발 방지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공동 결의문을 발표하고, 자율규제와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했다.
잔고대사·시스템·내부통제 모두 미흡
앞서 금융위와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닥사는 빗썸 오지급 사태 후속 조치로 긴급대응반을 꾸렸다.
긴급대응반은 지난 2월 10일부터 3월 6일까지 약 한 달간 현장점검, 회계법인 실사, 서면조사 등의 방법으로 거래소의 ▲이용자 자산보관 현황 ▲거래시스템 취약점 ▲내부통제체계 운영실태 등을 집중 점검했다.
점검 결과 이용자 자산 잔고대사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잔고대사는 장부 보유량과 실제 보유량을 비교·검증하는 절차다.
상당수의 거래소(3곳)가 잔고대사를 일 단위(24시간)로만 실시하고 있어, 오지급 등 사고 발생 시 제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잔고대사 과정에서 오지급 등으로 큰 괴리가 발생할 경우 시스템상 즉시 거래를 중단시키는 ‘거래차단조치(Kill Switch)’ 등 대응 체계도 미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 시스템 관리 역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벤트 보상 지급 등 담당자의 수작업이 필요한 ‘고위험거래’의 처리 과정에서 오지급 등 리스크를 통제·관리하는 장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내부통제 시스템 운영도 미흡했다. 업계 자율의 ‘표준 내부통제기준’은 이미 마련돼 있었지만, 이를 실제로 점검·관리하는 준법감시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가상자산 거래소 내부통제 전면 손질
제도 개선방안으로는 ▲표준화된 상시 잔고대사 시스템 구축 ▲고위험거래 관련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체계의 실효성 확보 등이 제시됐다.
우선 오지급 등 사고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모든 거래소에 5분 주기 ‘상시 잔고대사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특히 잔고대사 결과 대규모 불일치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거래를 차단하는 ‘거래차단조치 기준’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또, 거래소 내부통제체계를 금융회사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 ‘표준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제정하고, 내부통제기준 위반 여부 점검을 내실화할 계획이다. 점검 주기도 연 1회에서 반기 1회로 단축하고, 점검 결과를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금융당국과 닥사(DAXA)는 4월 중 제도 개선 이행에 필요한 자율규제 제·개정을 마무리하고, 5월까지 상시 잔고대사 등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도 완료할 계획이다.
아울러 제도 개선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내용을 ‘2단계 가상자산법’에도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신진창 사무처장은 “1100만명 이용자가 약 70조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거래소에 보관 중인 만큼, 금융당국은 이번 점검결과를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거래소의 내부통제, 전산시스템, 나아가 조직문화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초유의 사고 빗썸.. IPO 목표시점도 연기
빗썸은 지난 2월 6일 오후 7시경 이벤트 리워드 지급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1인당 2000원이 아닌 비트코인(BTC) 2000개를 일부 고객에게 오지급하는 초유의 사고를 냈다.
일부 계정에서는 매도가 발생하며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급락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빗썸은 지난달 16일, 특금법 위반 사항에 따라 FIU로부터 6개월 영업 일부정지와 과태료 368억원, 대표이사 문책경고 처분 등 중징계를 받았다.
다만, 빗썸은 서울행정법원에 FIU가 부과한 영업 일부정지 6개월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를 신청한 상태다.
오지급 사태와 제재 등으로 빗썸은 그간 추진해 온 IPO(기업공개) 일정을 미루고, 목표 시점을 2028년 이후로 제시하고 있다.
방의진 한국금융신문 기자 qkd0412@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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