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EU 집행위, 재정위기로 비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당국자들이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과도한 지원을 피할 것을 회원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유럽의 원유와 가스 가격이 약 60% 폭등했고, 디젤과 항공유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연료소비세를 한시 인하한 뒤 이를 다시 다음 달 1일까지 연장했다. 첫 발표 당시 4억2천만유로(약 7천2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폴란드 정부 역시 연료에 대한 부가가치세와 소비세를 인하했다. 매월 3억7천만유로의 세수 감소를 뜻하는데 정부는 이를 에너지 기업에 초과이익세를 부과해 보전한다는 구상이다.
잔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연료소비세 인하 연장 조치를 발표한 다음 날 각국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제한한 EU 규정 완화를 공개 촉구했다.
조르제티 장관은 "상황이 변하지 않는 한 유럽 차원의 논의가 불가피하다"며 EU 집행위를 압박했다.
또한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재무장관들은 지난 3일 봅커 훅스트라 EU 기후 담당 집행위원에 보낸 공동서한에서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초과이익세 도입을 촉구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스 가격이 급등한 2022년 당시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 성격의 '연대 기여금'을 한시 부과한 사례를 언급하고 "현재의 시장 왜곡과 (각국의) 재정적 제약을 고려할 때 EU 집행위는 비슷한 EU 차원의 부담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회원국들의 요구에 EU 집행위 당국자들은 회원국들과의 협의에서 에너지보조금, 세금 인하, 가격 상한제와 같은 조치들은 기간과 범위 면에서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자칫 재정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럽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당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동원했고 결과적으로 국가 부채가 급증했다. EU의 일반 정부 총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2019년 77.8%에서 지난해 3분기 82.1%로 상승했다.
발디스 돔브로스키스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각국 재무장관들에게 "일관성 있는" 단기 비상조치만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2022년 이후 급증한 국방비 지출로 인해 정부들의 재정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과도한 지출은 "심각한 재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돔브로스키스 집행위원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재정적 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회원국들이 취하는 어떤 조치도 반드시 일시적이고 표적화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댄 요르겐센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FT에 "각국의 재정 여력 내에서 정책 도구와 수단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술적 조언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번 전쟁이 "불행하게도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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