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N] 북청사자놀음의 현대적 재해석, 전통 해학미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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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N] 북청사자놀음의 현대적 재해석, 전통 해학미는 숙제

뉴스컬처 2026-04-06 14:30: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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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지난 3일 국립무형유산원 얼쑤마루에서 열린 ‘무형유산 창작랩’ 쇼케이스에서 선보인 크리에이터 그룹 ‘타래’의 '이인뎐(裡人傳)'은 "사자는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그렇다"라는 화두를 던진다.

'무형유산 창작랩'은 전통 공연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창작 프로그램이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올해부터 무형유산의 현대적 재해석과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마련한 실험의 장이다. 이날 쇼케이스는 창작랩 프로그램에 선정된 3개 팀이 3개월 간의 공동작업 결과물을 공개하는 자리였다.

'무형유산 창작랩' 쇼케이스에서 선보인 타래의 '이인뎐' 공연 모습. 사진=뉴스컬처
'무형유산 창작랩' 쇼케이스에서 선보인 타래의 '이인뎐' 공연 모습. 사진=뉴스컬처

타래 팀은 북청사자놀음의 ‘2과장 9거리’ 중 사자 과장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주목할 점은 원형 서사를 비트는 방식이다. 본래 서사는 토끼를 먹고 체해 쓰러진 사자를 양반의 형식적 해결이 아닌 서민 '꼭쇠'의 현실적 방식으로 되살리는 과정에 집중한다.

타래 팀은 이를 외부적인 사건(토끼를 먹는 행위)이 아니라 사자탈 내부 두 연행자의 호흡과 관계로 변용한다. 사자가 쓰러지는 이유는 외부의 병이 아닌 '내부의 불일치' 때문이다. 이러한 변형은 전통 서사 안에 내재된 관계와 몸, 공동체의 원리를 현대적 무대 언어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이번 공연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던 사자의 '황금 눈'이 감기면서 시작된다. 이야기꾼의 인도 아래 사자 속의 두 탈꾼은 사자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반복하지만 호흡의 어긋남과 속도의 차이로 인해 실패를 거듭한다.

사자는 이들에게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둘이서 하나를 만드는 것”. 결국 두 인물이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하나의 움직임으로 연결되는 순간 사자의 눈은 다시 떠지고 공연은 비로소 완성된다. 이는 개인이 아닌 '함께일 때' 완성된다는 존재에 대한 은유다.

타래 팀의 '이인뎐' 공연 모습. (왼쪽부터)엄지(소리), 진기동(탈꾼), 김재민(탈꾼), 이보미(기획 및 퍼커션). 사진=뉴스컬처
타래 팀의 '이인뎐' 공연 모습. (왼쪽부터)엄지(소리), 진기동(탈꾼), 김재민(탈꾼), 이보미(기획 및 퍼커션). 사진=뉴스컬처

'이인뎐(裡人傳)'의 裡人은 '속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자탈 안에 있는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다. 이인뎐의 매력은 두 연행자의 '어긋남'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데 있다. 호흡이 어긋나고 타이밍이 엇갈려 실패하는 과정은 관객에게 자연스러운 웃음을 선사한다. 물론 이 과정은 마당극이라는 특성상 현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리듬이어야 한다.

질의응답 시간에 이 과정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다. 한 공연 관계자는 “사자 안의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와 따로 춤을 추다가 다시 한 몸이 되었을 때 마치 네 사람이 추는 춤처럼 느껴졌다”며 “우리 몸의 기관들이 따로 놀면서도 결국 한 몸을 이루듯 관계의 역동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래 팀은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전통 연희 내에서 현대의 공동체 감각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진기동 대표는 "향후 연기적 움직임을 탈춤의 언어로 정교하게 다듬고, 경기민요와 사자춤의 결합 방식을 다양하게 실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인뎐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엿보이는 해학과 풍자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자의 감긴 눈을 뜨게 하는 것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맞춰가는 조율의 과정이듯, 맞지 않아서 웃고 떠들면서 함께 움직이게 되는 해학적 찰나의 순간들을 포착해내는 것이 남은 숙제다.

뉴스컬처 최진승 cjs927488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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