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탈출에 성공한 KIA 타이거즈가 만만치 않은 숙제를 떠안았다. KIA는 지난 5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을 3-0으로 승리하며 4연패 사슬을 끊어냈지만, 그 과정에서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팀의 간판타자 나성범(37)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나성범은 대타나 대수비로도 나서지 않고 경기를 통째로 쉬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극심한 타격 슬럼프다. 나성범은 올 시즌 7경기 타율이 0.214(28타수 6안타)에 그친다. 하지만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순한 타율 이상의 우려가 읽힌다. 더 눈에 띄는 건 0.321에 머무는 장타율이다. 통산 283홈런(역대 16위)을 기록한 거포라는 타이틀을 떠올리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나성범의 장타력은 이미 몇 년 전 정점을 찍었다. 2023년 장타율 0.671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파워 히터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2024년 0.511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0.444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올 시즌 초반이지만 3할대 초반까지 추락했다. 점진적 하락이 아닌, 뚜렷한 하향 곡선이다.
1989년생 베테랑인 나성범의 나이를 고려하면 ‘에이징 커브’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타율 부진은 일시적 슬럼프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장타율 하락은 타구 질, 배트 스피드 등 보다 근본적인 요소와 맞닿아 있다. 만약 파워 저하가 구조적인 변화라면, 이는 팀 전력 구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욱이 KIA는 최근 몇 년간 타선의 축을 담당했던 또 다른 베테랑 슬러거 최형우(삼성 라이온즈)를 떠나보낸 상황이다. 중심을 잡아줄 확실한 주포는 단연 나성범이다. 그의 한 방은 단순한 득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상대 배터리 운영, 타순 연결, 경기 흐름까지 바꾸는 상징적 존재다.
결국 관건은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느냐다. 타격 메커니즘의 미세 조정일지, 휴식을 통한 리프레시일지, 혹은 타순 조정이라는 전략적 선택일지. 벤치의 결단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필요한 건 나성범 스스로의 답이다.
KIA는 연패 탈출로 일단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팀이 진정한 상승세로 돌아서기 위해선, 간판타자의 장타력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0.214보다 더 무거운 숫자 0.321. KIA의 시즌 향방은 그 수치의 반등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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