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말이 별로 없는 편이다. “한 명만 빼고···.” 두 딸도 엄마를 닮았는지 꼭 필요한 말만 하는데 그 말조차도 주절주절 장황하게 하지 않는다. 뭔가 앞뒤가 안 맞고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나는 유독 피곤하다.
엄마와 딸 둘이 모이면 수다 삼매경에 빠지는 가족이 많은데, 그에 비해 우리 집은 할 말 다 하면서도 왁자지껄 시끄러운 경우는 거의 없다. 묻고, 대답하고, 설명을 해도 한 번에 알아듣게 깔끔하게 말하는 분위기다.
“무슨 말이야?” 되묻는 경우는 드물다. 카페에서 서너 시간씩 대화를 하는 사람들의 입심이 놀라울 뿐이다.
그렇게 두런두런 살던 우리 가족에게 손주가 태어나면서 대변혁이 일어났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모두가 왕수다쟁이가 된 것이다. 각자의 방에서 제 일들을 하며 보내던 가족들이 일단 손주가 누워 있는 거실에 다 모여 있다.
아기가 잘 때 외에는 손주를 빙 둘러싸고 남이 듣건 말건 자신이 본 ‘손주의 일거수일투족’을 말로 전한다. 다 같이 보고 있는데도 혼자 보는 양 중계방송을 하면서 별것 아닌 몸짓에 환호하며 떠든다.
짚고 일어서거나 첫 발짝이라도 뗀 날은 월드컵 생중계보다 더한 함성이 집안을 뒤흔든다. ‘걸어 다니는 꽃’도 이보다 경이롭게 바라보지는 않을 듯싶다.
올해 90이신 나의 친정어머니는 “테레비를 왜 보냐? 이런 구경거리가 있는데···”라며 증손주의 얼굴에서 눈을 못 떼신다. 그러며 이어지는 말은 “예전에 니들 어렸을 때···”이다. 4세대가 통합을 하면서 “애들 하는 짓은 똑같다”에 귀결된다.
수십 년 보고 닮아가는 것이 무섭다는 것을 자주 느끼는데 손주는 살짝 말수가 많다는 것도 요즘 깨달았다. 책을 읽게 되면서 폭발한 손주의 두뇌는 한 가지 이슈를 5분쯤도 설명하는 용량이 되었다. 내가 아는 것도 있고 모르는 내용도 물론 있지만 침을 튀기며 장황하게 설명하는 손주의 모습은 사실 우리 예전의 가족 모습은 아니지만 참으로 기특하다.
왜인지 나이가 들어가며 모든 일이 시큰둥해짐을 느낀다. 다 본 일이요, 해 본 것이라 신기할 것도 박장대소할 일도 줄어든다. 게다가 비판적으로 지적할 일도 많아지는 괴팍한 노인네가 되는 것 같다.
40년을 넘게 만난 친구들도 최근에 웃는 모습을 본 게 가물가물···. 나 역시 석고상 같은 표정으로 다니는 건 아닐까.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웃을 수는 없겠지만 손주 없이는 웃을 일이 점점 없어지니 손주는 우주를 건너온 ‘어린왕자’임이 분명하다. 이 괴팍한 할머니를 그래도 가끔 ‘하회탈’을 만들어 주니···.
여성경제신문 이수미 전 ing생명 부지점장·어깨동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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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전 ing생명 부지점장·어깨동무 기자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잡지사와 출판사 등에서 오랜 시간 취재 및 편집 업무를 담당하며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했다. 은퇴 후 손주의 육아를 전담하게 되면서 겪는 현실적인 고충과 그 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을 담은 <할머니의 황혼육아> 를 집필하고 있다. 할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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