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고 은신처 짓고"…美공군 생존훈련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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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고 은신처 짓고"…美공군 생존훈련 재조명

이데일리 2026-04-06 12:57: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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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이란 상공에서 격추된 미군 전투기 F-15E에 탑승했다가 실종됐던 미 공군 장교가 36시간 동안 이란의 추적을 피해 생존한 뒤 구조되면서, 적진에 고립된 상황을 대비한 미군의 생존 훈련이 재조명받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의 정예 전투 조종사와 특수부대원은 적진 후방에 고립되는 상황에 대비해 ‘SERE’로 불리는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생존(Survival), 회피(Evasion), 저항(Resistance), 탈출(Escape)’ 등 4단계로 구성된 이 훈련은 “명예를 지키며 귀환한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SERE 교육은 미군 전반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되지만, 특히 공군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미 싱크탱크 미첼 항공우주연구소의 데이비드 뎁툴라 학장은 WSJ에 “조종사는 예고 없이 적진 후방이나 적대 지역에 홀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SERE 훈련이 중요하다”며 “이 훈련은 생존, 포로 회피, 포로가 되었을 경우 착취 저항, 구조 가능성 향상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3월 16일(현지시간) 미 공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가 비공개 지역에서 전투 임무를 위해 출격하고 있다.(사진=AFP)


벌레 먹고 은신처 짓고…극한 환경서 ‘생존 훈련’

SERE 훈련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단계는 생존이다. 조종사는 전투기 격추 시 사출 후 낙하산으로 착륙하게 되는데, 이 과정 자체가 신체적·정신적 위험을 동반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칼로리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공군 영상에 따르면 훈련에서 조종사들은 사막과 북극 등 다양한 극한 환경에 노출된다. 강에서 식수를 확보하고,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며, 야자잎이나 얼음 블록으로 은신처를 만들어야 한다. 또 식량이 부족한 상황을 가정해 선인장이나 딱정벌레로 식사를 준비하는 훈련도 포함된다.

군은 ‘SURVIVAL’이라는 암기법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가르친다. S는 부상 처치와 은신 방법 결정 등 상황 판단을, V는 불편함을 견디면서 살아남는 것의 가치를, L은 기본 기술 습득 요령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

◇핵심은 붙잡히지 않는 것…회피·탈출 전략 병행

‘회피’는 생존과 직결된다. 군은 임무 수행 전부터 구조 시나리오를 포함한 탈출 계획을 사전에 수립한다.

조종사는 적의 추적을 피하는 동시에 구조 가능성이 높은 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각 임무 계획에는 조종사와 본부가 비행 전에 합의한 구조 대비책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조종사는 적을 회피하는 동시에 철수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1995년 보스니아 전쟁 당시 격추된 미 공군 조종사 스콧 오그래디 대위는 6일간 적진에서 숨어 지내며 개미를 먹고 야간에만 이동하며, 단신으로 무선 신호를 보내 구조된 바 있다.

육군 특수작전부대 출신으로 민간 SERE 훈련 학교의 수석 강사인 제이슨 스미스는 “핵심은 잡히지 않는 것”이라며 “이상적으로는 조종사가 구조될 수 있는 최상의 위치에 자신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공개한 격추된 F-15 전투기 잔해(출처=메흐르통신 소셜미디어 계정.)


포로 상황 대비 ‘저항’ 훈련…정보 제공 최소화

적에게 발견될 경우에는 ‘저항’ 단계로 넘어간다. 구체적인 훈련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무술 및 교전 규칙, 소형 화기 사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미스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관련 언급이 어렵다면서 “이란에서 구조된 장교는 훈련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훈련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포로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립됐다.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포로 행동 강령을 통해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저항할 것”을 명시했다. 또한 이름과 계급, 생년월일, 군번 외 정보는 제공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최종 목표는 ‘귀환’…장비 활용한 구조 유도

SERE의 궁극적인 목표는 “격추되더라도 안전하게 귀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 공군 측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조명탄, 무전기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적을 피하고 안전하게 귀환하는 방법을 교육받는다. 이번 이란전에서 실종된 해당 장교도 비콘과 보안 통신 장비를 갖추고 있으나, 적에게 탐지될 수 있어 상시 신호 발신을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이란 사례처럼 SERE 훈련은 단순한 생존 기술을 넘어, 전시 상황에서 전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훈련으로 평가된다. 실종자가 포로가 될 경우 상대국에 협상 카드와 선전 수단을 제공할 수 있는 반면 생존 귀환한다면 아군의 사기를 높이는 군사적 성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구조 작전과 관련해 6일 오후 1시(한국시간 7일 오전 2시) 백악관에서 군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미군의 F-15E 전투기는 지난 3일 이란 남부에서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 해당 전투기는 2인승이며 당시 전방에 탑승한 비행 담당 조종사는 비상 탈출 직후 구조됐다. 그러나 후방에 탑승했던 무기 체계 장교는 실종됐다. 이란이 현상금을 걸면서 해당 장교를 먼저 찾으려 했지만, 지난 4일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 6팀을 중심으로 구조 작전이 진행돼 구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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