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안치열 기자] 일민미술관이 건축 100주년을 맞아 기획전 ‘기.기.기(奇.己.氣): 동시대와 시행착오’를 다음달 31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연말까지 이어지는 미술관 100주년 릴레이 프로그램의 첫 번째 프로젝트로, 동시대 예술이 감각하는 ‘시행착오’의 의미를 새롭게 탐색한다.
1926년 완공된 옛 동아일보 사옥에서 출발한 일민미술관은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통과해온 장소다. 이 전시는 이러한 역사적 층위를 바탕으로,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동시대의 조건을 ‘기(奇·己·氣)’라는 세 가지 개념으로 풀어낸다.
제목의 세 가지 ‘기’는 각각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기이함(奇)’, 정체성을 고정하지 않고 혼란을 증폭시키는 상태(己), 그리고 잔향과 기류처럼 포착하기 어려운 분위기(氣)를 의미한다. 참여 작가 7인(팀)-송민정, 아그네스 퀘스천마크, 언메이크랩, 오웬 라이언, 유지오, 제니퍼 칼바료, 홍은주-는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동시대의 균열과 감각을 다양한 매체로 구현한다.
전시는 ‘시행착오’를 단순한 실패나 개선의 과정이 아닌, 매끈하게 정리된 현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실천으로 바라본다. 작가들은 기존의 체계와 규범을 교란하거나 비틀면서 익숙한 질서 바깥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아그네스 퀘스천마크는 성전환 과정에서의 의료적 개입을 영상과 조각으로 풀어내며, 신체와 정체성을 둘러싼 통제의 정치성을 드러낸다. 유지오는 권력과 유희의 구조를 차용한 조각을 통해 개인의 감정과 사회적 시스템의 관계를 탐구하고, 홍은주는 기술과 체제 속에서 증폭되는 인간의 욕망과 결핍을 조명한다.
오웬 라이언은 가족의 기록과 역사적 아카이브를 엮어 기이한 서사를 구성하며, 신작 ‘지독한 단순화들’은 미술관 내부를 넘어 외부 미디어 파사드까지 확장된다. 제니퍼 칼바료는 종교화와 영화 이미지를 교차시켜 과거의 이미지가 현재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실험하고, 언메이크랩은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이미지와 정보 속에서 인간의 문화적 오류가 어떻게 증폭되는지를 추적한다. 송민정은 특별한 사건 없이 이어지는 일상의 이미지들을 통해 동시대의 미묘한 분위기와 감각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는 초월적인 해답을 제시하기보다 현실의 균열과 불완전함 속에서 감지되는 ‘외부의 감각’에 주목한다. 완전히 새로워지지 않는 반복의 시대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끊임없이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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