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출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던 '일본의 벽'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 반도체 초호황과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동력의 질주가 맞물리면서, 올해가 사상 첫 한일 수출 역전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상 첫 7,000억 달러 돌파… 6대 수출 강국 등극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7,093억 3,000만 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 고지를 밟았다. 2018년 6,000억 달러 돌파 이후 7년 만의 결실로, 한국은 미국 · 독일 · 중국 · 일본 ·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7,000억 달러 수출국 반열에 올랐다.
특히 2011년 8,226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인 일본(지난해 7,383억 4,000만 달러)과의 격차는 290억 1,000만 달러로 좁혀졌다. 이는 역대 최소 수준이다. 월별 흐름은 더욱 매섭다. 지난해 총 네 차례 일본을 상회한 데 이어, 올해 1월(658억 5,000만 달러)과 2월에도 일본을 여유 있게 따돌리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반도체 · 바이오 '쌍끌이'… 3월엔 첫 800억 달러 시대
수출 호조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슈퍼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3월 반도체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바이오 · 헬스 산업도 1분기에만 41억 6,000만 달러(약 6조 원)를 달성하며 힘을 보탰다.
그 결과 3월 전체 수출액은 861억 3,000만 달러를 기록, 700억 달러 단계를 건너뛰고 사상 첫 '월 수출 8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올해 1분기 누적 수출 역시 2,193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통상 하반기로 갈수록 탄력이 붙는 수출 특성을 고려하면 올해 정부 목표치인 7,400억 달러 달성도 무난할 전망이다.
중동 리스크가 가른 희비… 일본보다 강한 맷집
업계에서는 중동 전쟁 장기화라는 위기 상황이 오히려 역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70% 수준인 한국보다 에너지 가격 변동에 훨씬 취약하다. 실제로 일본 수출의 기둥인 자동차 산업이 고유가 여파로 고전하는 사이, 한국은 반도체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 추세는 상반기까지 긍정적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유가 상승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정부는 연간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민관 합동 총력 대응 체계를 유지할 방침이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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