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의 북토피아] 명상으로 살인을? 웃음과 섬뜩함 사이, 절묘한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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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의 북토피아] 명상으로 살인을? 웃음과 섬뜩함 사이, 절묘한 줄타기

뉴스컬처 2026-04-06 10:44: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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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최병일 칼럼니스트]

명상살인
명상살인

명상살인/카르스텐 두세 지음/박제헌 옮김/세계사

명상살인? 명상으로 사람을 살해한다는 뜻인가? 아니면 명상 중에 일어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 인가? 이소설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소설 한 권이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사건의 반전이, 또 누군가에게는 인물의 균열이 오래 남는다. 그런데 명상 살인은 조금 다른 길을 택한다. 살인이라는 극단적 소재 위에 ‘명상’이라는 가장 평온한 개념을 얹는다. 이 낯선 결합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유머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성공한 변호사다. 겉으로는 보기에는... 하지만 그의 삶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다. 일은 넘쳐나고, 가정은 균열 직전이다. 그가 선택한 해결책은 다름 아닌 ‘마음챙김 명상’. 여기까지는 흔한 자기계발 서사의 시작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명상을 통해 “현재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그는 점점 더 과감하고—결국은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다. 심지어 살인조차 ‘마음의 평화’를 위한 수단처럼 합리화된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독자는 묘한 감정에 빠진다. 웃어야 할지, 불편해해야 할지. 독일식 유머는 이런식인가?

이 작품을 쓴 카르스텐 두세는 소설속 주인공처럼 변호사이자 방송 작가다. 실제로 형사 사건을 다루던 법률가였던 그는,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명상을 접했다고 알려져 있다. 소설속 주인공과 똑같다. 다만 살인은 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일화가 하나 있다. 두세는 인터뷰에서 “명상은 나를 평온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세상을 더 명확하게 보게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명확함’이 이 소설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자기합리화”를 해부한 결과물인 셈이다.

이 소설은 지루할 틈이 없다. 한 장면에서는 폭소가 터지고 다른 장면에서는 잔인한 장면이 나와 소름이 돋는다. 그런데 무섭지 않다. 코미디 영화같지만 호러영화이기도 하고 블랙코미디이기도 하고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영화적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소설을 원작으로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소설이 영화속으로 들어갔는지 영화가 소설속에 갇혔는지 모를지경이다. 

소설의 압권은 ‘명상 코치의 조언’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조는 이 작품의 백미다. 살인을 저지른 뒤에도 주인공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 이 문장은 독자를 웃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섬뜩하게 만든다. ‘좋은 말’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단순히 기발한 설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합리화’를 하는가?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덮고 있는가? 마음의 평화는 정말 윤리 위에 있는가?

주인공은 점점 더 평온해지지만, 그의 선택은 점점 더 비정상적이 된다. 이 아이러니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힘이다.

명상 살인은 읽기 쉬운 문장과 빠른 전개로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묘하게 찜찜한 여운이 남는다. 주인공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응원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이 이야기가 완전히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효율’, ‘힐링’, ‘자기관리’라는 말이 얼마나 쉽게 본질을 가리는지 이 소설은 웃음을 빌려 조용히 드러낸다.

뉴스컬처 최병일 skycb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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