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한 사람의 선택은 과연 세상의 온도를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오는 7일 방송되는 KBS2 ‘셀럽병사의 비밀’이 그 물음에 답을 건넨다.
이날 '셀럽병사의 비밀' 51회에서는 부와 안정을 내려놓고 가장 낮은 자리로 향한 의사, 고(故) 선우경식 원장의 삶을 따라간다.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그의 발자취는 한 편의 기록이 아닌, 오래 남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서울 영등포의 허름한 골목. 문을 열기도 전부터 길게 늘어선 줄, 입구에서는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낯선 절차, 접수대에는 기존 병원의 상식과는 정반대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은 병원이라기보다, 세상에서 밀려난 이들을 위한 마지막 쉼터에 가깝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국에서 안정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던 의사, 선우경식이 있다.
선우 원장의 시작은 결코 영웅적이지 않았다. 의대 시절 피 냄새조차 견디기 힘들었던 그는 주변의 우려 속에 의사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내과 전문의로 자리 잡은 뒤,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마주하며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어버린다. ‘먹고 살기 위한 의사로 남지 않겠다’는 결심은 결국 무료 진료라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그가 만든 병원은 치료 방식부터 달랐다. 약과 수술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환자의 손에 쥐어진 것은 때로는 방한 점퍼였고, 때로는 달걀과 작은 용돈이었다. 생존을 돕는 것이 곧 치료라는 그의 신념은 기존 의료의 틀을 과감히 넘어섰다. 스튜디오에서는 이 같은 사연에 놀라움이 이어지고, 출연진들은 “병원을 취미처럼 운영한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감탄까지 내놓는다.
요셉의원에서 그를 가까이 지켜본 이들의 기억은 더욱 생생하다. 악취가 가득한 공간에서도 환자들과 마주 앉아 식사를 나누던 모습, 배부르게 먹는 환자들을 보며 누구보다 환하게 웃던 표정. 그 소박한 장면들이야말로 선우경식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단서였다.
선우 원장은 환자를 질병으로만 보지 않았다.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던진 질문은 병명이 아니라 삶이었다. “무엇을 잘하느냐”,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는 물음은 잊혀진 자존감을 되찾게 하는 시작점이었다. 수십 번씩 병원을 들락거리던 이들조차, 그 질문 앞에서는 다시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치료를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었다. 이를 들은 이찬원 또한 "눈물날려고 한다"며 울컥한다.
평생 선우 원장이 만난 환자는 43만 명.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시간과 마음이 그 안에 담겨 있다. 2008년, 위암과 싸우다 생을 마감한 그의 마지막 길에는 가족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함께했다. 그가 살려낸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을 지켜본 셈이다.
선우경식은 가난한 환자들을 ‘꽃봉오리’라 불렀다. 아직 피어나지 못했을 뿐, 누구나 자신의 계절을 맞이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 믿음 하나로 평생을 버텨낸 그의 이야기는, 화려한 성공보다 더 깊은 의미의 삶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Copyright ⓒ 뉴스컬처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