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웅익 더봄] 아직 이루지 못한 단독주택의 꿈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손웅익 더봄] 아직 이루지 못한 단독주택의 꿈

여성경제신문 2026-04-06 10:00:00 신고

언젠가 다 아파트로 변해버릴 마을 /그림=손웅익
언젠가 다 아파트로 변해버릴 마을 /그림=손웅익

나는 1977년에 대학에 입학했기에 77학번이라 부른다. 1학년은 공학부였고 2학년 때 건축과를 가게 되었다. 2학년이 되자마자 건축의 여러 분야 중에 일찌감치 건축설계에 뜻을 둔 학생들이 모인 서클에 가입했다. 그 서클에서는 일년에 몇 달씩 서클룸에서 합숙하면서 설계작품을 준비해서 가을에 지하철 종각역 지하상가나 학교에서 전시를 하는 전통이 있었다.

2학년 때 가을 전시를 위해 내가 설계한 첫 프로젝트는 ‘미래 내가 살고 싶은 집’이었다. 종일 계획안을 만들고 저녁에는 선배들 앞에서 계획안을 설명했는데, 선배들은 아주 신랄하게 비판했고 다음 날 또다시 도면을 수정해서 저녁에 설명하곤 했다.

그 주택의 실현성을 떠나 미래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하면서 그렸고 그해 가을에 종각역에서 전시를 했다. 건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설계한 프로젝트라서 집의 배치와 평면, 그리고 외관의 형태와 색채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또렷이 자리 잡고 있다.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에서 건축도면 그리는 법을 열심히 배웠다. 대학 2학년 때 처음 서클에 들어가서 선배들에게 당했던 것보다 건축사사무소 초년 시절은 더 힘들었다. 시공 현장에 나가야 하는 도면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교에서는 시공용 도면 작성법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공용 도면을 그린 다음에 사회 선배들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고, 혼나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야 했다. 그 시절에는 반투명 용지인 트레이싱지에 연필이나 샤프로 도면을 그렸는데, 몇 차례 수정하면 종이가 너덜너덜해지곤 했다.

2년 정도 시공용 도면 그리는 연습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단독주택을 디자인할 기회가 주어졌다. 논현동으로 기억되는데 터가 넓었고 건축주의 요구대로 단층으로 설계했다. 지금 생각하면 건축사사무소 경력이 겨우 2년인 초보에게 단독주택 디자인을 맡긴 소장님도 그렇고 겁 없이 디자인을 한 나도 참 무모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되었건 내가 디자인한 주택이 그 모양 그대로 지어졌다.

그렇게 몇 년 도제생활을 하고 나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한 해가 1989년이다. 그 시절은 개발 붐이 전국을 휩쓸던 때라서 설계 일이 넘쳐났다. 그러나 서른한 살 젊은 건축사에게 대형 프로젝트를 의뢰할 건축주가 있을 리 없었다. 개업 초기에는 주로 소형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연립주택을 설계했다. 근생건물도 대부분 맨 위층에는 건축주가 사는 주택을 설계하던 시절이다.

창신동 골목 풍경 /그림=손웅익
창신동 골목 풍경 /그림=손웅익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의 신도시 개발 광풍이 지나가고 언제부턴가 아파트가 주거 대안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요즘은 더 이상 주택을 짓지 않는다. 재개발이라는 단어는 아파트와 동의어처럼 되었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전원주택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논 한가운데에 아파트가 서 있는 농촌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펜션을 지어 수익도 올리고 전원생활을 꿈꾸던 사람들은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이렇게 주택 수요가 사라지면서 요즈음은 단독주택 설계를 해본 적 없는 건축사무소도 많다. 다행히 나는 젊은 시절 수많은 종류의 주택을 접할 수 있었기에 주택설계 전문이 되었고, 요즈음도 간간이 단독주택을 설계한다.

그런데 평생 건축설계를 했다고 하면 내가 직접 설계한 주택에서 살고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참 가슴 아픈 질문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면 굴곡진 나의 건축 인생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평생 타인의 집만 설계했다. 대학교 2학년 때 상상하던 미래의 나의 집은 이제 박제된 꿈으로 남았다. 그러나 그 수많은 타인의 집을 설계할 때마다 내 집인 듯 정성을 다했다고 감히 자부하니 내 집이 100채가 넘는다고 할 수 있겠다.

여성경제신문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wison777@naver.com

손웅익 건축사·수필가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해 온 환경·생태 전시 설계 전문가로 코엑스아쿠아리움 부사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건축가의 여행스케치> , <건축가의 아침산책> , <작은집이야기> 등이 있으며, 일상에서 접하는 건축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낸다. 점차 잊혀가는 마을과 도시의 풍경을 스케치와 글로 남기는 작업을 지속하며 도시의 기억을 기록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