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역을 택하다]유동 인구와 생활 동선 고려, ‘관계’ 넓혀가는 접점으로 활용
경북 구미시는 한때 우리나라 제조업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로 ‘가장 젊은 도시’라고 불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지방도시들처럼 청년인구 감소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시의 19~39세 청년인구 비중은 2020년 30.6%에서 2025년 26.67%로 낮아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시가 내놓은 해법 중 하나는 도시의 관문인 구미역 안 유휴공간을 청년 거점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지난 3월 19일 찾은 구미영스퀘어는 과거 카페와 서점 등이 들어섰다가 10년 가까이 비어 있던 구미역 상업동 1·2층 2972.5㎡를 임차해 조성한 청년 전용 복합공간이다. 청년 유출과 구도심·역세권 침체에 대응해,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며 일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11월 7일에 개소한 구미영스퀘어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머물고 일하며 교류할 수 있도록 조성한 청년 복합 거점 공간이다. 공유오피스와 회의실, 스터디공간 등 업무 기능을 갖췄다. 청년지원센터와 구미IN지원센터를 통해 취업·창업·주거 지원 정보도 제공한다. 1층에는 웨딩테마라운지와 팝업공간과 관광안내센터가, 2층에는 청년라운지와 1인 창업공간 8실이 들어섰다. 청년라운지는 구미시에 주소를 둔 19~39세 청년이 ‘구미IN카드’ 앱에서 청년VIP카드를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다.
운영 초기임에도 성과도 뚜렷하다. 지난 3월 8일 기준 청년라운지 누적 이용 인원은 4928명으로 집계됐다. 월별 이용 인원은 지난해 11월 775명에서 올해 1월 1466명까지 늘었고, 2월에도 1235명이 찾았다. 1인 창업공간 8실 역시 지난달 입주를 모두 마쳤다. 주 이용층은 여성 59%, 20대 63%, 학생·구직 중 59%였으며, 이용 목적은 스터디와 휴식, 지인 만남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대신 구미 택한 창업…‘고향에서 먼저 1등 하겠다’
반려동물 산업 분야 전문강사로 활동 중인 안혜민 대표(34)는 수도권이 아닌 구미에 남은 이유로 ‘가장 잘 아는 지역’이라는 점을 들었다. 안 대표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구미에서 졸업한 ‘찐’ 구미인”이라며 “수도권으로 올라가보고 싶다는 고민도 진지하게 했었지만 경쟁 심한 대도시보다 내가 구미에서 1등이라는 목표를 잡아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미는 그래도 내 또래 중에서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고향에서 창업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현재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와 직업교육을 결합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미용과 스파, 피트니스, 아로마테라피 같은 케어 서비스부터 애견미용 자격증 과정, 직무교육, 창업 컨설팅 등 교육도 하고 있다. 그는 교육과 실습을 함께 진행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야 했다. 안 대표는 “구미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인 만큼 어떤 곳에 어떤 서비스를 설계해야 수요가 있을지 비교적 잘 파악할 수 있었다”며 “구미와 상주, 김천이 맞닿은 입지를 고려하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제품을 충분히 선보일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구미영스퀘어 입주도 그런 판단의 연장선이었다. 안 대표는 “주 활동지가 구미 근교였기 때문에 효율적인 동선을 위해 구도심 주변을 알아보던 차에 공유오피스 소식을 보고 신청했다”며 “프리랜서로만 돌아다니며 강의 준비와 재료, 키트 준비를 하던 시간을 줄여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유오피스에 대해 그는 “구미역 안에 있다 보니 외부 미팅 동선도 좋고, 개인 오피스뿐 아니라 미팅하기 좋은 공용공간도 잘 갖춰져 있다”며 “수도권보다 운영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지역에서 먼저 모델을 만들고, 내가 잘 아는 구미 시장에서 가능성을 검증해보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다시 돌아온 고향 ‘구미’, 1인 창업자가 버틸 수 있는 기반을 찾다
웹·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1인 창업가 형슬기 대표(39)는 최근 고향인 구미로 다시 돌아왔다. 형 대표는 “초기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라며 “큰 도시는 기회가 많은 대신 비용 부담도 커 시작 단계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구미는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이 비교적 적어 1인 사업자가 일상을 유지하며 사업 방향을 잡아가기 좋은 지역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구미영스퀘어는 창업 초기인 형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됐다. 구미 지역 코딩모임을 통해 이 공간을 알게 된 그는 “입주 전에는 집이나 카페,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 주로 일했다”며 “대도시처럼 민간 공유오피스 선택지가 넉넉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구미영스퀘어의 1인 오피스가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형 대표는 청년의 지역 정착의 전제로 ‘지속 가능한 생활 기반’을 언급했다. 그는 “청년이 지역에 정착한다는 건 단순히 주소를 옮기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실제로 일하고 생활하며 미래를 그릴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구미영스퀘어는 1인 사업자나 청년 창업자에게 그런 기반을 제공하는 공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공간을 넘어 정책 접점으로…구미영스퀘어의 과제
시는 구미영스퀘어를 청년이 단순히 머무는 공간을 넘어, 지역에서 활동과 관계를 넓혀가는 접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1층 웨딩테마라운지에서는 스몰웨딩 상담과 웨딩클래스, 청춘소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팝업공간에서는 △구미라면 홍보관 △구미대학교 여성창업동아리 작품 전시 △청년예술인 결과발표회 같은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아트월 역시 지역 문화자원 전시 공간으로 쓰이며 다양한 청년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시는 이 같은 활용이 단순한 공간 대관에 머무르지 않고, 청년이 영스퀘어를 찾는 과정에서 정책과 프로그램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계기가 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안희영 구미시 인구청년과 팀장은 “구미역 유동다”며 “구미영스퀘어를 거점으로 청년 대상 정책·프로그램 홍보와 창업 지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행 초기인 만큼 과제도 있다. 이용자 조사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설 △독립공간 확대 △나이 제한 완화 △취식공간 조성 등에 대한 요구가 나왔다. 1인 오피스에 입주한 형 대표는 지역 내 청년 창업 문화와 커뮤니티 활성화를 보완점으로 꼽았다. 안 팀장은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청년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채워 넣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더리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