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가구’ 딜레마 빠진 용산…글로벌 허브 꿈꾸다 ‘닭장 도시’ 전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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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가구’ 딜레마 빠진 용산…글로벌 허브 꿈꾸다 ‘닭장 도시’ 전락하나

직썰 2026-04-06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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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서울시]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서울시]

[직썰 / 임나래 기자] 서울 도심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다시 한번 불확실성의 늪에 빠졌다. 정부가 주택공급 물량 1만 가구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서울시가 기존의 개발 밀도를 고수하며 정책적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여기에 교육 인프라 부재와 교통 억제 정책이라는 구조적 결함까지 노출되면서, 용산 개발은 '공급 확대'라는 명분과 '도시 기능 저하'라는 실리 사이에서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8000호 악몽의 데자뷔…‘1만 가구’도 안갯속으로

정부는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공급 물량을 1만 가구로 대폭 확대하는 ‘1·29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약 49만㎡(약 15만평) 부지에 축구장 70개 규모를 아우르는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발표 직후 서울시는 즉각 “기존 합의된 규모는 6000가구이며, 학교 용지 확보를 전제로 최대 8000가구까지만 검토가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독자적인 물량 확대 계획에 제동을 건 셈이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2020년 ‘5·6 대책’ 당시 8000가구 공급안이 사업성 악화와 관계기관 이견으로 무산됐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단순히 가구 수만 늘리는 식의 접근은 용산의 미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 간의 접점 없는 발표는 시장의 불신만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빌딩 속 교실’이 대안?…학부모 “아이들 안전 사지로 내몰아”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 인프라다. 가구 수가 늘어나면 학교 신설이 필수적이지만, 용지 부족에 직면한 국토교통부는 ‘도시형 캠퍼스’라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상업용 빌딩 내 학교 입점 방식이다.

그러나 ‘운동장 없는 학교’에 대한 교육 현장의 반발은 거세다. 학생들의 활동권이 제약될 뿐만 아니라, 상업시설과 동선이 겹치면서 안전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도심 내 토지 부족을 이유로 ‘운동장 없는 학교’ 설립이 검토되고, 이를 제도화하려는 입법 움직임까지 이어지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학부모 의견 수렴 없는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채우는 방식의 학교 설립은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교통 억제’가 해법인가…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사업 시행자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교통 정책도 논란의 중심이다. 코레일은 승용차 요일제 도입과 함께 주변보다 높은 주차요금을 책정한 차량 진입 억제 방침을 세웠다. 지금까지 표방해온 대중교통 중심의 친환경 도시 건설 취지다.

문제는 용산의 정체성이다.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 ‘서울 코어(Seoul Core)’로서 국제 비즈니스 거점 목표와 상충할 수 있어서다. 업무와 상업 기능이 밀집된 지역에서 인위적인 이동 통제는 오히려 기업 유치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의 개발 계획에 대해 “행정 절차와 기반 시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만 가구 공급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며 “무리한 물량 확대는 설계 변경으로 이어져 일정 지연과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기존 방향을 유지하며 적정 수준에서 재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

결국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대한민국의 랜드마크로 도약할지, 아니면 난개발의 대명사로 남을지는 정부와 서울시가 '공급'이라는 숫자 뒤에 숨겨진 ‘삶의 질’과 ‘도시 경쟁력’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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