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으로 양육비는 부모 부담…현실은 한부모 가족 71%가 한 번도 못 받아
미성년자·경제 능력이 없을 때 등 예외적으로 배우자 부모에게 청구 가능
"비양육 배우자의 지급 거부만으로 상대 조부모에게 요구하기는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이혼 후 배우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면 배우자 부모에게 대신 이를 청구할 수 있을까.
최근 한 유명 연예인 부부의 아들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며 아들의 전 배우자가 폭로한 사건이 화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이혼한 배우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배우자의 부모에게 대신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온라인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녀의 양육비 지급은 부모 사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배우자가 있다면 능력 있는 조부모가 손주의 양육비를 대신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은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현행법상 양육비 의무는 원칙적으로 부모에게 있지만, 특정한 조건에서는 (외)조부모에게도 부양 의무가 적용될 수 있다.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 가족이 비양육 부ㆍ모로부터 양육비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구인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 등의 도움을 받아 양육비 관련 규정과 (외)조부모의 양육비 책임 유무 등에 대해 알아봤다.
◇ 양육비, 혼인 여부 무관하게 부모 양쪽이 부담 원칙
양육비는 19세 미만의 미성년 자녀를 보호·양육하는데 필요한 비용으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모는 혼인 상태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라면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요구할 수 있으며 부모 외 제3자가 양육할 경우 부모 양쪽에 청구도 가능하다.
원칙적으로 부모 양쪽에 양육비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양육비 액수는 당사자들이 합의하거나 합의가 안 될 경우 법원이 판단한다.
이때 법원은 양육비 산정 기준표를 기준으로 삼는다.
서울가정법원은 현실에 맞는 양육비를 정하기 위해 2012년 5월 양육비 산정 기준표를 제정·공표했다. 기준표는 이후 물가와 소득 상승률 등을 반영해 2014년, 2017년, 2021년 등 총 세 차례 개정됐다.
금액은 개정을 거듭하며 달라졌다. 그러나 법원은 양육비 산정의 기본 원칙에 대해 '이혼 전과 동일한 수준의 양육 환경을 유지하고, 소득이 없더라도 필요 최소한의 양육비 책임은 분담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인 2021년 기준표를 보면 부모 합산 소득이 500만~599만원이라고 할 때 연령별 평균 양육비(양육 자녀가 2명인 4인 가구 기준 자녀 1인당 양육비)는 ▲ 만 0~2세 124만5천원 ▲ 3~5세 126만6천원 ▲ 6~8세 129만2천원 ▲ 9~11세 131만8천원 ▲ 12~14세 142만3천원 ▲ 15~18세 160만4천원 수준이다.
예컨대 만 15세 딸 1명과 만 8세 아들 1명이 있다면 표준 양육비는 160만4천원에 129만2천원을 더한 289만6천원이다.
그러나 양육자가 비양육 배우자로부터 이 액수를 다 받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양육비 총액에 양육비 분담 비율을 반영해 산정하기 때문이다.
비양육자의 양육비 분담 비율을 60%라고 본다면 비양육자는 양육자에게 173만7천600원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부모의 재산 상황, 고액의 치료비, 부모가 합의했거나 자녀를 위해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의 교육비, 비양육자의 개인회생 등의 가산·감산 요소도 반영해 최종 결정된다.
아울러 양육비는 결정 이후 사정이 변경되면 당사자 합의나 법원 청구를 통해 액수를 변경할 수 있다. 또 지급 방법과 형식에 제한이 없어 한꺼번에 받거나 부동산 등 실물로 받을 수도 있다.
◇ 한부모 가족 10명 중 7명은 제대로 양육비 못 받아
당사자 간의 합의나 법원 판결을 통해 양육비가 결정됐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10명 중 7명이 이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가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전국 한부모 가족 가구주 3천3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4년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미혼·이혼 한부모 중 71.3%가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2018년 73.1%, 2021년 72.1%로 감소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여전히 70%를 웃돈다.
여기서 범위를 좁혀 보면 비양육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받을 권리인 양육비 채권이 있는 한부모, 즉 법원에서 양육비 관련 판결을 받은 한부모가 실제로 양육비를 지급받은 비율은 80.1%로 다소 올라간다. 지급받은 평균 금액은 78만6천원이었다.
법적 양육비 채권이 없는 이혼·미혼 한부모 중 양육비를 지급받은 비율은 2.6%에 그쳤다. 지급받은 금액도 평균 27만1천원이었다.
또 이혼한 한부모(2천793명) 중 8.0%는 자녀양육비 청구 소송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상당수가 제때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가운데 이들은 자녀를 키울 때 금전적인 어려움을 가장 큰 부담으로 손꼽았다.
이 조사에서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한부모의 82.1%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양육비·교육비용 부담'을 지목했으며 미취학 자녀와 초등생 자녀를 둔 한부모도 이런 답변 비율이 각각 78.0%와 81.4%를 기록했다.
◇ 배우자가 안주면 배우자 부모에 요구할 수 있을까…원칙적으로는 불가
아이를 키우지 않는 배우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다면, 이를 해당 배우자의 부모 등 다른 가족에게 요구할 수도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양육비 이행법은 양육과 양육비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육비이행관리원도 "집행권원(판결문)에 채무자로 되어있는 자가 아닌 다른 자에 대해서는 양육비를 받을 권리가 없고, 강제집행 등 법적 조치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조건 아래에선 비양육 부ㆍ모의 부모로 책임 범위가 확대된다.
비양육 부모가 미성년자인 경우다.
양육비 이행법 제3조제2항에 따르면 비양육 부·모가 부양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라면 비양육 부·모의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비양육 배우자가 성년일 경우에는 아주 예외적으로 배우자의 부모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1차 부양 의무자인 비양육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등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행원 관계자는 "비양육 부·모가 부양을 못 할 정도로 무능력하다면 (외)조부모에게 양육비용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행원은 또 재판 등을 통해 (외)조부모에 대한 집행권원을 별도로 취득해야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즉,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비양육 부·모가 경제적 무능력자인지는 재판부가 의무자의 소득, 재산, 건강 상태, 연령, 성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것이 이행원의 설명이다.
이행원 관계자는 "부양 의무자가 행방불명이나 수감됐다거나 소득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등의 사정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
법무법인 가족의 엄경천 대표변호사도 직계혈족 간 부양 의무를 규정한 민법 제947조 등을 토대로 "미성년자인 손주를 대신해 친권자인 양육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상대방의 부모를 대상으로 부양료 청구 소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엄 변호사 역시 "부모 모두 부양 의무가 있는데 선순위 부양의무자인 한쪽 부·모가 못한다면 후순위 부양의무자인 (외)조부모를 상대로 부양 청구를 하는 것"이라면서 선순위 부양 의무자가 자력으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다는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비양육 배우자가 양육비 지급을 거부하고 버틴다고 이 비양육 배우자의 부모에게 대신 지급해달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 끝까지 양육비를 안준다면…급여 공제 등 가능
비양육 배우자가 판결이나 조정에 따른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을 때 취할 수 있는 다른 조치는 없을까.
법제처가 운영하는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등에 따르면 비양육자가 직장인인 경우, 가정법원에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을 신청해서 상대방의 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받을 수 있다.
법원의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을 위반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직장인이 아니라면 담보를 통해 양육비를 지급하게 하는 담보제공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비양육 배우자가 담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법원은 양육비 전부 또는 일부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일시금 지급 명령을 받고도 30일 이내에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의무 이행 때까지 30일 이내 범위에서 감치(경찰서 유치장, 교도소, 구치소 등에 가두는 것)도 가능하다.
이 외에 가정법원에 이행 명령을 신청하거나 강제집행을 해 양육비를 받는 방법도 있다.
강제집행의 경우 상대방의 재산에 대해 관할 법원에 강제 경매를 신청한 뒤 경매대금에서 위자료를 충당하는 방법이라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행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우도 과태료 부과와 감치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엄경천 변호사는 "감치를 통해 일종의 간접 강제 조치를 하는 경우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양육비를 지급하게 된다"고 말했다.
법원의 이행 명령에도 양육비를 3회 이상 체납하거나 미지급액이 3천만원을 넘으면 이행원을 통해 출국금지나 운전면허 정지, 온오프라인 등을 통한 명단 공개 등의 제재도 가능하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양육비가 미지급된 경우 국가가 먼저 아이 1명당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한 뒤 양육비 채무자에게 추후 회수하는 '양육비 선지급제'를 운영 중이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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