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과 유가, 환율이 동시에 요동치면서 국내 사료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사료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8월 이후 계약 물량부터는 유가·환율·해상운임 상승분이 본격 반영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와 정부의 공통된 전망이다. 사료비는 축산물 생산비의 40∼60%를 차지하는 만큼, 축산물 가격과 외식 물가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양계·양돈용 등 축종별 사료 평균 가격은 지난해 11월 kg당 597원에서 올 2월 615원으로 3.0% 올랐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가 부담이 커진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농식품부는 주요 비료업체와 농협을 통해 재고를 점검한 결과, 중동전쟁에도 비료는 7월까지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7월 말까지 사용할 물량은 이미 계약이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같은 관계자는 “8월 이후 물량은 유가와 환율, 해상운임 상승이 반영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해상 운송비 부담이 눈에 띄게 커졌다. 한 사료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일본까지 옥수수 선적료가 전쟁 이전 톤당 25달러에서 47달러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고 말했다.
사료 원료 가격도 동반 상승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사료 주원료인 대두박 가격은 이달 2일 기준 톤당 315.2달러로 연초 대비 8.3% 올랐다. 옥수수 가격도 1부셸(27.2kg)당 4.52달러로 같은 기간 3.4% 상승했다. 여기에 옥수수 수급 불안이 겹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옥수수 파종 면적이 줄어 수출 물량이 감소한 데다, 유가 상승으로 옥수수 기반 바이오에탄올 수요까지 늘면서 소비가 확대된 탓이다.
유가·환율·원료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삼중고’ 속에 사료 가격 인상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처럼 사료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축산물용 배합사료 평균 가격은 전쟁 이전 kg당 570원대에서 사태 이후 70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미 일부 업체는 가격 인상에 나섰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최근 일부 업체들이 이미 4∼5%가량 가격을 인상했다”며 “다른 업체들도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료 원료인 옥수수 등 곡물은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환율이 오를 때마다 원가가 크게 뛰는 상황”이라며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료값 상승은 곧바로 축산물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사료비가 축산물 생산비의 절반 안팎을 차지하는 만큼 원가 압박이 커지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동절기 가축전염병 여파로 도축 물량 감소와 출하 지연이 이어지면서 축산물 가격은 이미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축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6.2%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집계로는 이달 2일 기준 한우 안심 가격이 100g당 1만4천352원으로 1년 전보다 21.8% 급등했다. 돼지고기 앞다릿살은 4.3%, 닭고기는 15.4%, 계란 한 판 가격도 4.0% 각각 오른 상태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사료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 축산물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당장 비료와 사료 원료 수급 차질을 막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전남 여수의 최대 비료 생산업체인 남해화학을 방문해 비료 원료 수급 동향과 생산 현황을 점검했다. 송 장관은 “중동전쟁 상황에서 농업인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농업계에 과다시비 관행을 줄이고 비료 사용을 효율화하는 구조적 전환도 당부했다.
농식품부는 본격적인 영농철을 앞두고 비료 공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덜기 위해 무기질비료 가격 보전 사업을 확대하고 업계의 원료구입자금 지원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제 곡물·유가·환율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이러한 대책만으로는 사료비와 축산물 가격 상승 압력을 온전히 상쇄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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