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민감한 데이터는 개방…안보 직결 정보는 끝까지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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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민감한 데이터는 개방…안보 직결 정보는 끝까지 지켜야

이데일리 2026-04-06 05:3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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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 정리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과거 전쟁이 탱크와 미사일 등 물리적 화력 경쟁이었다면, 현대전은 데이터와 클라우드, 인공지능(AI)이 얽힌 복합전으로 진화했다. 최근 이란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팔란티어, AWS 등 미국 빅테크 기업 18곳을 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사례는 IT 인프라가 전쟁의 핵심 표적이자 운영체제(OS)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현대전의 승부는 누가 먼저 정확한 좌표를 장악하느냐에 달렸다. ‘지도를 가진 자가 지도자(指導者)’라는 말이 과하지 않은 이유다. 지도는 단순 길찾기 도구가 아니라, 현실을 해석하고 예측하는 디지털 전장의 운영체제이며,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떠올랐다.

우리 정부는 19년 만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조건부로 구글에 국외 반출을 허용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집요한 통상 압박이 배경에 깔려 있지만, 영토는 전쟁으로 되찾을 수 있어도 한 번 유출된 지도 데이터와 이를 학습한 AI 알고리즘은 회수할 수 없다. 이번 결정은 단순 무역 갈등 해소를 넘어, 데이터 주권 위기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구글-정부 고정밀 지도 반출 일지(그래픽=김일환 기자)


재원은 국내서, 수익은 해외서

지도는 매년 약 800억원의 국민 세금으로 갱신되는 공공재다. 국내 기업들은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발생한 수익에 따라 법인세를 납부하며 지도 품질 개선에도 기여해왔다.

반면 구글은 국내에 데이터센터 등 고정 사업장을 두지 않고 과세망을 회피해왔다. 2024년 기준 구글코리아의 법인세 납부액은 약 172억원으로, 네이버(3902억원)나 카카오(1590억원)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이번 지도 반출 과정에서도 구글은 국내 서버 대신 제휴 기업의 서버를 활용하는 ‘우회 전략’을 선택했다. 결국 데이터는 국내에서 만들고 관리는 세금으로 하는데, 그로부터 발생하는 AI 학습 가치와 서비스 수익은 고스란히 해외로 귀속되는 역차별 구조가 고착화될 위기에 처했다.

◇지도는 시작일 뿐… 전방위적 데이터 유출 ‘도미노’ 우려

공간정보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번 결정이 가져올 ‘선례 효과’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6년 무역정책 보고서에서 한국 지도 반출을 이미 해결된 사례로 분류했으며, 한미 간 논의되는 팩트시트에는 개인정보와 금융 데이터를 포함한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원활화가 명시돼 있다.

지도 빗장이 열리면 다음 표적은 분명하다. 통신·위치 데이터가 개방되면 국민의 이동 패턴과 생활 반경이 글로벌 플랫폼 알고리즘에 종속되고, 금융·신용 데이터가 유출되면 한국인의 소비 구조가 해외 알고리즘의 원료로 활용된다. 의료·건강 데이터까지 반출될 경우 국민의 유전 정보와 질병 이력이 글로벌 빅파마 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가치 이전을 넘어 국가 운영 핵심 데이터 체계의 주권 문제로 직결된다.

◇‘대체 불가능한 구조’로 승부…법 정비·위성 자산·오픈데이터 활용

외부 압력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협상 테이블에서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대체 불가능한 기술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우선 데이터 보호를 위한 통합 법령 정비가 시급하다. 현재 측량법과 공간정보관리법 등으로 분산된 기준을 통합하고, 디지털 데이터의 AI 학습 활용 및 국외 이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안보, 공공안전, 핵심 인프라와 직결된 데이터는 통상 협상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는 법적 근거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법적 기반 없이는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국가 위성 자산을 공간 데이터 주권의 핵심 인프라로 전환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아리랑 위성 시리즈 등 국내 광학·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을 고정밀 지도 갱신과 3차원 디지털 트윈 구축에 체계적으로 연계하면, 해외 기업이 반출 데이터를 학습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데이터 품질과 최신성을 확보할 수 있다. 위성은 이제 단순한 안보 도구를 넘어 AI 시대 공간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아울러 글로벌 오픈 데이터 생태계와 전략적 연대도 필요하다. 구글의 독점적 서비스에 맞서 오픈스트리트맵(OSM)과 같은 국제 커뮤니티 협력 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국내 공공 공간정보를 개방형 생태계와 연계해 한국 특화 지리정보시스템(GIS) 기술과 AI 분석 역량을 해외로 역수출하는 공세적 전략이 요구된다. 폐쇄적 방어를 넘어, 우리의 데이터 기술로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진짜 경쟁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개방이냐 폐쇄냐’가 아니라, 무엇을 열고 무엇을 끝까지 지킬지에 대한 정교한 기준 설정이다. 비민감 데이터는 국제 표준에 맞춰 개방하되, 국가 안보·공공안전·핵심 인프라와 결합되는 고정밀 공간정보는 등급별로 관리해야 한다. 서비스 제공용 접근, 원천데이터의 대규모 이전, AI 학습 목적 활용을 명확히 구분해 심사해야 한다.

데이터 반출 허용 여부뿐 아니라, 데이터 접근권·API 통제권·AI 학습 범위·과세 체계까지 포함한 ‘통합적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결정은 우리가 데이터를 단순 자원으로 제공하는 나라로 남을지, 세계의 미래 공간을 직접 설계하는 리딩 국가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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