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의 역설[최종수의 기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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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재활용의 역설[최종수의 기후 이야기]

이데일리 2026-04-06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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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중동발 국제 정세의 여파는 기름값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 영향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 수급에까지 미쳤다. 종량제 봉투의 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프타는 각종 플라스틱과 비닐 제품을 만드는 핵심 원료다.

분리배출한 플라스틱(사진=필자 제공)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평소 플라스틱과 비닐류를 꼬박꼬박 분리배출하는데 왜 정작 플라스틱 원료는 부족한 것일까. 언뜻 이상해 보이지만 바로 여기에 우리 플라스틱 재활용의 불편한 진실이 있다. 우리는 분리배출을 성실하게 하고 있지만 배출한 플라스틱이 다시 플라스틱 원료로 돌아가는 구조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폐기물 재활용 체계는 대체로 이렇다. 시민이 가정에서 폐기물을 분리배출하면 수거와 선별, 재활용의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 그러나 지자체는 이 과정을 대개 민간 재활용업체에 맡긴다. 민간업체는 수거한 재활용 폐기물을 품목별로 선별한 뒤 시장성이 있는 품목만 골라 제품 생산업체에 판매한다. 이때 선별 기준은 ‘얼마나 재활용할 것인가’보다 ‘무엇이 돈이 되는가’에 맞춰진다. 결국 물질 재활용률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 재활용업체의 수익성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셈이다.

재활용업체의 수익구조는 크게 두 갈래다. 지자체로부터 받는 위탁비용과 선별한 재활용품의 판매수익이다. 위탁비용은 대개 고정돼 있기 때문에 업체의 수익을 좌우하는 것은 판매수익이다. 선별이 쉽고 가격이 높은 품목은 재활용하지만 선별이 번거롭거나 수익성이 낮은 품목은 잔재물로 분류해 소각하기 쉽다. 결국 시민이 폐기물을 아무리 꼼꼼하게 분리배출해도 시장에서는 돈이 되는 폐기물만 재활용한다.

통계가 보여주는 재활용률과 실제 현장에서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비율이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의 폐기물 통계에서 재활용률은 재활용 처리시설로 반입된 폐기물량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지자체는 이 수치를 관리해야 하므로 반입량 자체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반면 민간업체는 선별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지에 더 민감하다. 이 간극 때문에 정부 통계상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높게 나타나더라도 실제로 플라스틱이 원료나 제품으로 돌아가는 비율은 기대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 발표자료에 제시된 수치만 봐도 이런 현실은 분명하다. 폐플라스틱 처리 현황만 보면 재활용 64%, 소각·매립 36%로 나타난다. 얼핏 보면 3분의 2가량이 재활용되는 듯하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가운데 플라스틱 원료나 제품으로 돌아가는 물질재활용은 26%에 그친다. 나머지 38%는 소각을 통한 열 회수 등이 차지한다. 더구나 폐플라스틱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사용 수명이 짧은 포장재와 용기류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우리는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꼼꼼하게 분리배출하면 다시 재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출한 폐플라스틱 가운데 플라스틱 원료로 돌아가는 양은 제한적이다. 평소에는 이런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국제 정세 변화로 나프타 수급에 충격이 생기면 재활용 구조의 취약성이 곧바로 드러난다. 우리가 꾸준히 분리배출을 해도 원료 수급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업체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선별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 지자체는 선별업체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소각하지 않도록 보상체계와 관리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정부도 통계상 재활용률이 아니라 실제 물질재활용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목표를 바꿔야 한다.

이 구조를 바꾸려면 시민과 생산자의 역할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시민은 선별이 쉬워지도록 재질별 분리배출을 더 정확히 해야 한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생산자가 처음부터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복합재질 사용을 줄이고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하며 수거 뒤 다시 원료로 활용하기 쉬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시민의 성실한 분리배출과 재활용업체의 선의에만 기대는 재활용을 넘어 시장과 제도가 실제 자원순환이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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