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챙겨 먹은 스무디 재료가 오히려 가장 더러운 식재료 상위권을 싹쓸이하고 있었다.
미국 비영리 환경 연구단체인 환경운동그룹(Environmental Working Group, EWG)이 지난 3월 24일 2026년판 '더티 더즌(Dirty Dozen)' 리스트를 공개했다. 더티 더즌은 매년 발표되는 농산물 살충제 소비자 가이드의 핵심 목록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채소와 과일 중 농약 잔류물이 가장 많이 검출된 12종을 선정해 공개한다. EWG는 2004년부터 이 보고서를 꾸준히 발표해왔다.
단순한 환경 단체의 경고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하루 한 끼 이상 밥상에 오르는 식재료들이 이 목록에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 더티 더즌, 도대체 뭔데?
더티 더즌(Dirty Dozen)은 직역하면 '더러운 12가지'다. EWG 소속 과학자들이 매년 시중에 유통되는 농산물을 직접 수거해 살충제·제초제 등 농약 잔류물을 실험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잔류량이 가장 많은 12종의 채소·과일을 순위별로 공개한다.
이 목록의 목적은 공포 조장이 아니다. 소비자가 장을 볼 때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실질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데 있다. 가정마다 식비 예산이 다를 수밖에 없는 만큼, 어떤 품목에 유기농을 선택하고 어떤 품목은 일반 농산물로 대체할 수 있는지 판단 기준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더티 더즌과 함께 발표되는 '클린 피프틴(Clean Fifteen)'은 반대로 농약 잔류물이 거의 검출되지 않은 안전한 채소·과일 15종을 담은 목록이다. 두 목록을 함께 참고하면 예산을 지키면서도 농약 노출을 줄이는 장보기 전략을 세울 수 있다.
◆ 2026 더티 더즌, 농약 잔류량 최다 채소·과일 TOP 12
2026년 더티 더즌 최종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시금치
검사 대상 전체 채소·과일 중 무게 대비 농약 잔류량이 가장 많이 검출된 품목이다. 건강한 식단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시금치가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나물, 샐러드, 스무디 어디에든 들어가는 재료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2위 케일·근대류(콜라드·머스터드 그린 포함)
케일은 슈퍼푸드로 불리며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검사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한 살충제가 다량 검출됐다. 콜라드·머스터드 그린 등 근대류도 같은 범주에 포함됐다.
3위 딸기
딸기는 최근 몇 년간 더티 더즌 상위권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씨가 박혀 있어 농약이 과육 표면에 쉽게 달라붙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생으로 먹는 경우가 많아 세척이 더욱 중요하다.
4위 포도
국내에서도 간식과 과일 플레이트의 단골인 포도 역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껍질째 먹는 경우가 많아 잔류물 섭취로 이어질 수 있다.
5위 천도복숭아
털 없는 복숭아 품종인 천도복숭아는 얇은 껍질 탓에 농약이 과육 깊숙이 침투하기 쉬운 구조다. 껍질을 벗겨도 완전히 안심하기 어렵다.
6위 복숭아
일반 복숭아 역시 5위 천도복숭아와 마찬가지 이유로 농약 잔류량이 높은 편에 속한다. 여름 제철 과일로 자주 소비되는 만큼 구매 시 원산지와 재배 방식을 확인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7위 체리
서양 앵두로도 불리는 체리는 손으로 집어 그대로 먹는 경우가 많다. 세척 없이 바로 섭취하는 소비 패턴이 농약 잔류물을 그대로 먹게 될 가능성을 높인다.
8위 사과
클린 피프틴 1위를 차지한 품목이 사과라는 점에 의아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클린 피프틴의 사과는 국내 유통 제품과 재배 환경이 다른 미국산 일반 사과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더티 더즌에 오른 사과는 동일한 미국 시장 내 다른 재배 방식의 품목을 대상으로 측정한 결과다. 껍질에 농약이 남기 쉬운 과일인 만큼 흐르는 물에 문질러 씻거나 껍질을 제거하는 것이 낫다.
9위 블랙베리
베리류는 표면 구조상 농약이 과일 안쪽 틈새까지 스며들기 쉽다. 블랙베리는 이번에 처음 더티 더즌 목록에 새로 진입했다.
10위 배(서양 배)
서양 배는 국내에서 흔히 접하는 품목은 아니지만, 수입 과일로 유통되는 경우 확인이 필요하다.
11위 감자
구이, 조림, 볶음 등 어떤 요리에도 쓰이는 감자가 상위권에 자리했다. 땅속에서 자라는 특성상 토양에 잔류하는 농약 성분을 흡수할 수 있다. 껍질째 먹는 경우라면 세척에 더 신경 써야 한다.
12위 블루베리
항산화 성분으로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블루베리도 이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요구르트, 샐러드, 스무디에 빠지지 않는 재료인 만큼 구매 후 세척을 철저히 해야 한다.
이 목록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시금치, 케일, 딸기, 블루베리, 체리. 하나같이 건강을 위해 의도적으로 챙겨 먹는 식재료들이다. 슈퍼푸드, 항산화, 면역 강화 같은 수식어가 붙은 품목들이 더티 더즌 상위권을 점령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아이러니가 아니다.
EWG는 한 농작물에서 여러 종류의 살충제가 동시에 검출되는 이른바 '살충제 칵테일' 현상을 장기간 섭취하면 인체에 축적돼 성인병 유발, 유전자 손상, 임산부 유산 위험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번 먹었다고 당장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매일 꾸준히 섭취하는 식재료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반대로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15가지
더티 더즌 못지않게 중요한 목록이 클린 피프틴이다. 농약 잔류물이 극히 미량이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은 채소·과일 15종으로, 일반 농산물로 구매해도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2026년 클린 피프틴 전체 목록은 다음과 같다. 1위부터 순서대로 사과, 스위트콘(신선·냉동 포함 옥수수), 아보카도, 파파야, 양파, 완두콩(냉동), 아스파라거스, 양배추, 콜리플라워, 수박, 망고, 바나나, 당근, 버섯류, 키위다.
특히 올해 주목할 만한 변화는 콜리플라워와 망고다. 작년과 비교해 두 품목에서 농약 잔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식비 부담 없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 두 품목을 더티 더즌 재료의 대체제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장을 볼 때 전략은 단순하다. 더티 더즌에 포함된 품목은 유기농을 우선 고려하고, 클린 피프틴에 해당하는 품목은 일반 농산물로 구매해 예산을 조정하면 된다. 모든 식재료를 유기농으로 살 필요는 없다. 어디에 돈을 쓸지 기준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장바구니가 달라진다.
◆ 잔류 농약 채소와 과일, 씻으면 괜찮을까?
잔류 농약은 씻는다고 말끔히 제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먹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실적인 대처법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미국 농무부(USDA)가 2011년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중 채소와 과일에서 검출되는 농약 잔류물의 99% 이상은 미 환경보호국(EPA) 허용 기준치 이하로, 그 자체로 즉각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EWG는 허용치 이하라도 여러 종류의 살충제를 장기간 복합적으로 섭취하면 체내에 서서히 축적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한다.
세척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라, 세척만으로 모든 잔류물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과학자들이 권고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흐르는 물에 채소 브러시로 표면을 문질러 씻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딸기, 포도, 블루베리처럼 표면이 울퉁불퉁하거나 씨가 많은 과일은 물에 30초 이상 담갔다가 헹구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감자나 사과처럼 껍질에 잔류물이 집중되는 품목은 껍질을 제거하는 것도 방법이다. 케일이나 시금치 등 잎채소류는 한 장씩 떼어 세척하면 오염물이 더 잘 제거된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다. 이번 더티 더즌은 미국 시장 유통 농산물을 대상으로 한 검사 결과다. 국내 농산물에 그대로 갖다 붙이기는 어렵다. 국내 식약처가 별도의 잔류농약 기준과 관리 체계를 따로 두고 있어서다. 다만 어떤 품목이 구조적으로 농약을 더 많이 머금는지, 그 특성만큼은 국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