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115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민주당 타이틀을 달고 평생 대구에서 밭을 일궈온 ‘김부겸’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정치권을 비롯 수많은 시민들이 김부겸이라면 대구시장 선거에서 일을 낼 수도 있다고 보고 그를 소환해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정계 은퇴를 한 상황에서 그런 부름에 호응했다.
출마 요청은 작년 가을부터 받았다. 먼저 대구 후배 정치인들이 찾아왔다. 두달 전 故 이해찬 총리의 장례식장에서는 선배들의 추궁까지 쏟아졌다. 김부겸은 이제 대구는 잊었냐? 이대로 계속 가면 대구는 완전히 희망이 없다는 거 잘 알지 않느냐? 자칫하다간 초강성 싸움꾼이 시장 되게 생겼다. 뼈아픈 질책이었다. 많이 고민했다. 피하면 부끄러울 것 같았다. 내가 져야 할 책임은 결국 대구였다.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 3월30일 국회에서 대구시장 선거 출마선언을 했을 때의 모습. <사진=김부겸 전 총리 인스타그램>
김 전 총리는 그렇게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 공식 출사표를 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김부겸이라는 정치인의 능력도 능력인데 우리는 주로 이럴 때 이런 얘기를 한다. 시대가 김부겸을 원했다”고 말했다.
무슨 얘기냐면 지금 우리나라 제1야당이 지역 정당화되어 있다. 되게 미안한 얘기지만 국민의힘은 전국 정당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핵심 기반이 대구경북에 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의 슬픔이 그거예요. 지역 정당에 제1야당을 뺏겨야 되는 상황. 그러니까 지금 국민의힘 TK 후보들이 많은데 그 반대편 상대 진영에서 누군가 한 사람의 이름이 나오니까 다 떨고 있는 것이다. 이진숙이든 그 다음에 주호영이든 굉장히 거물인 것 같지만 그 지역에서만 유명하다.
이번 오목렌즈 대담(2일 오전 10시)에서는 ‘김부겸의 대구시장 도전’에 대해 다뤄봤다. 박 센터장은 “오히려 국민의힘이 이진숙을 전략 공천했으면 차라리 김부겸이 안 나왔을 것”이라며 “이진숙이 좋든 싫든 국민의힘에 대한 절대 지지가 있는 지역이 TK고 이진숙이라는 사람은 TK 분들한테는 새로워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국민의힘 대구 지역 정치인들에 비해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이제 막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인물이기 때문에 보수 암흑기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진숙과 주호영 둘 다 컷오프됐다. 그러니까 김부겸의 카운터파트가 될 국민의힘 후보는 대구경북 내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 중에서 나올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대구 민심이 정부 탓도 있겠지만 윤석열 정부를 지나면서 대구가 낙후돼 있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 이거는 중앙 정권을 누가 잡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누구한테 책임을 묻게 되냐면 기존에 있던 지역 정치인들한테 묻게 돼 있다. 대구 국회의원들과 대구시장 너네들 중앙으로 가서 뭐 했니? 예산을 따오기는 했니? 뭘 했니? 묻게 되는 것이다. 근데 그렇게 책임을 져야 될 사람들이 대구시장을 하겠다고 나오게 되기 때문에 그러면 아무리 대구가 국민의힘의 텃밭이라고 해도 이번에도 거기에 표 주고 싶겠는가?
현재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예비 경선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유영하·윤재옥·최은석·추경호 현역 의원 4인과, 홍석준 전 의원과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까지 총 6인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 공식 후보 1인과, 이진숙 전 위원장과 주호영 의원의 보수 3파전 분열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김부겸 전 총리가 충분히 뭔가 일을 낼 수도 있는 판세라고 확신을 가졌을 법 하다. 박 센터장은 “최소 2대 1 혹은 3대 1의 구도가 될 것”이라며 “다들 궁금해할 것 같은데 만약에 이진숙 후보와 주호영 후보가 둘 다 무소속으로 나온다고 치면 나중에 단일화가 될까?”라고 화두를 던졌다.
죄송하지만 국민의힘 후보는 안중에 없다. 지금 어차피 해봐야 3등이기 때문에 지금 되게 재밌는 게 뭐냐 하면 이진숙 예비후보는 사전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본인이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계속 예비후보라고 달고 다니는 게 뭐냐 하면 무소속으로 나오겠다는 얘기다. 컷오프된 현실을 부정하고 무소속으로 나가서 결국 지지율에서 우세를 보여서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될 수 있다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 주호영 의원 같은 경우도 가처분도 기각된 마당에 이대로 멈추긴 뭔가 너무 모양새가 안 좋다. 뭔가 부족해서 컷오프 당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2명 다 국민의힘 밖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그러면 이 둘이 무소속으로 나오는 걸 전제로 국민의힘이 후보를 안 낼 거냐? 무조건 낼 것이다. 근데 이번에 대구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아무리 잘해도 3등이다. 그것 자체로 국민의힘에게 굉장히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박 센터장은 대구시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에야말로 ‘보수 분열’이 깔려 있으면서도 지역 경제 낙후를 만회할 적기라고 보고 김부겸 전 총리에 표를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김상욱 의원이 영남권 지역이 낙후돼 있는 것은 학교도 많고 여타 기관드도 많은데 여기로 와줄 기업이 없다. 그러면 기업 유치를 하겠다는 정부에 협조를 하든지 구체적으로 어떤 플랜을 가져오든지 해야 되는데 30년 정도 영남 패권을 가지고 있던 국민의힘이 뭐 했냐? 이런 이야기를 했던데 여기에 반기 들고 답변할만한 국힘 후보가 없다. 그 30년 안에 자기들도 기득권으로 지역에서 군림했던 국회의원들이니까.
실제로 김부겸 전 총리의 대구시장 선거 지지율은 국민의힘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도 50% 과반 이상을 차지하며 국민의힘을 15% 가량 따돌리고 있는 추세(리얼미터가 3월28~29일 TBC 의뢰를 받아 ARS 방식으로 진행한 가상 양자 대결 여론조사로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다. 확실히 흐름을 타긴 탔다고 할 수 있는 것이 평생 보수정당에 투신해온 홍준표 전 대구시장마저 김부겸 전 총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홍준표 전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1년 전 당적을 버리고 현실 정치에서 은퇴하면서 나머지 인생은 국익에 충성하는 인생을 살기로 했다.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보수·진보에 얽매이지 않고 세평에 얽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자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머지 인생을 살기로 했다.
박 센터장은 “홍준표가 김부겸일 지지한 것만 봐도 현재 대구시장 선거의 판세를 집약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민주당과 김부겸 전 총리가 대구 권력을 잡는다고 해서 획기적인 변화가 바로 펼쳐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반대로 호남에서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의 비판을 받는 거대 양당의 한곳일 뿐이다. 다만 국민의힘이 대구를 독점해왔던 결과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타이밍이 이번 지방선거라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 대구 경북권의 후보들이, 이재명 대통령이 얘기했던 먹사니즘. 그니까 대구 시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어렵고 계속 낙후돼 있는데 국민의힘한테 계속 맡겼더니 계속 낙후되더라. 이제 바뀌어야 될 때 아니냐? 너무 명확하고 분명하게 끄덕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구 인구는 어느 순간 250만명선에서 235만명으로 줄었다. 청년들이 떠나는 곳이며 지역 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영남권의 위기는 그런 것이다. 사실 영남권이 기존 경공업 시대에는 젊은층들이 좀 들어오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젊은층들이 못 견디고 나간다. 유출되는 속도도 중요한 포인트지만 유출되는 연령층이 어디인가? 영남대를 비롯 지역 거점 대학들이 괜찮은 데가 많지만 거기에 있는 인재들이 전부 다 수도권으로 간다. 이게 뭐냐면 다른 지역도 다 그렇잖아라고 이야기를 하시겠지만 기대치라는 게 있다. 대구 경북이라는 지역에서 청년들이 가질 수 있는 기대치가 없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구 경북에서 지역별 차등 최저임금제 같은 주장을 하니까. 이런 걸 바라보고 있을 희망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싨아 내쫓기는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흔히 나오는 전략이 여당 후보가 약세인 지역에서 ‘예산 폭탄론’을 들이미는 것이다. 박 센터장도 “김부겸 후보가 가장 믿고 있는 게 그것”이라며 “이미 중앙정부하고 어느정도 얘기를 하고 선거에 뛰어들었을 것이고 약속을 받고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 않으면 김부겸이라는 정치인이 이미 은퇴 비슷하게 했다가 다시 정치판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 거기다가 지금 대통령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구상이 5개 특별시 다극화라고 하는데 그중에 한 극을 대구에 만들어달라고 얘기를 하면 받아들여질 수 있고 명분이 있다. 대구는 아주 오래된 광역시인데 충분히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만한 도시라는데 공감할 수밖에 없다. 영남 중에서도 너무 부산 경남 쪽으로 치우쳐 있는 게 아니냐라는 어필을 해도 먹힐 것이다. 김부겸이라는 정치인은 지금 민주당에서 거의 추대되다시피 모셔왔는데 대구시민들은 중앙정부에 대한 입김이 강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면 이재명 대통령하고 통하겠다! 지원이 더 확실히 들어오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김부겸 전 총리 역시 “자칫 들으면 대구시민들에게 모욕이 되는, 무슨 보따리를 풀어서 표 달라고 하는 것이 될 것 같아서 그렇다”면서 예산 폭탄론을 대놓고 어필하는 것에 대해 어느정도 선을 그었지만 “분명한 것은 30년째 GRDP가 꼴찌인 이 도시가 어떤 형태로든 대전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못견딘다. 살 수가 없다”고 설파했다.
그래서 (대구 발전을 위한 예산 투입과 관련) 당 지도부와 단단히 약속을 받았다. 지역의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대구시민들에게 한 단계 한 단계 희망과 약속 그리고 실천할 의지를 보여드리겠다.
김부겸 전 총리는 평생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번 선거에 임하는 슬로건으로 “지역 소멸이라는 절망의 벽을 넘어서는 것”이 “마지막 정치적 소명”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박 센터장은 “포커싱을 제대로 했다. 또 다시 지역주의 타파만 얘기하면 오히려 똘똘 뭉치게 되는 효과가 생긴다”고 평가했다.
되게 아이러니한 건데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지역 주민들은 반대쪽에 뭉친다. 우리는 지역주의라고 생각하지 않아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근데 지역 소멸을 뚫어야 된다는 얘기는 누구나 느끼는 문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했을 때와,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 비상이라고 특별 조치를 예고했을 때와는 대구시민들이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그렇다면 정책 비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직 구체적인 공약들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아래와 같은 정책적 견해를 피력했다.
①대구 엑스코 전시장의 이름을 ‘박정희 컨벤션센터’로 바꾸기
②미래 먹거리 산업에 집중 투자 및 전통 제조업(기계 금속/자동차부품/섬유) 경쟁력 향상
③지방선거 이후 대구와 경북 행정통합을 실현해서 4년간 20조원의 재정 확보
④경북 북부와 남부를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교통인프라 건설 계획 수립
⑤대구 AX(인공지능 대전환) 혁신 도시와 로봇 수도 조성(민주당 공약)
⑥군공항 이전 사업을 통한 신공항 건설
박 센터장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나 신산업을 집중 투자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전국에 있는 모든 시장들과 도지사들이 다 하고 싶은 얘기일 거니까 밑반찬으로 깔고 가는 거고 딱히 파괴력이 없는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건 군공항 이전과 신공한 건설과 같은 이런 것은 재정 투입의 배분 문제도 쉽지 않고 진보진영과 환경계에서도 강력하게 반대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김부겸 후보의 정치력이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재정 자립도가 취약한 대구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실제로 대구시민들에게 어떤 효능감을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정말 당선될 수 있을까? 박 센터장은 “포인트는 대구 경북의 보수 결집력이 얼마나 약화돼 있느냐”라고 역설했다.
이길 수도 있지만 막판까지 쉽지 않다. 아깝게 석패할 가능성도 있는 게 대구 경북, 부산과 울산 이쪽에 제일 강력한 정서가 우리가 남이가다. 전통적으로 개인이 아니라 정당 집단에 투여되는 정서인데 막판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절하고 읍소하며 그 정서를 자극할 것이다. 그게 가장 큰 벽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지금 대구 내에 비국민의힘 세력들이 모두 결집해서 김부겸의 등판을 환영하고 있다. 이제는 적어도 싸움이 될만하다고 보는 건데 정말 결말이 어떻게 될지 나도 너무 궁금하다.
한편, 박 센터장은 김부겸 전 총리 본인이 부인하고 있는 차기 대권설과 관련하여 “그렇게 당선이 돼서 만약에 대구시장 재선 정도 하고 나면 김부겸 대통령을 꿈꿀 수도 있다”고 봤다.
이정현 전 국민의힘 공관위원장도 대표까지 했던 이유는 보수정당 정치인이 순천에서 국회의원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판에서 지역주의를 뚫어낸 정치인은 엄청 강력한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김부겸 후보도 마찬가진데 민주당 입장에서는 김부겸 후보가 나이는 좀 많지만 차세대 포스트로 쓸 수 있을 만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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