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낭시에 카페] 깜깜이 美 사모대출...금융위기 뇌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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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낭시에 카페] 깜깜이 美 사모대출...금융위기 뇌관 될까

투데이신문 2026-04-05 21:06: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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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이미지는 실제사진이 아닌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사진=Flow AI 이미지 제작]
해당 이미지는 실제사진이 아닌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사진=Flow AI 이미지 제작]

프랑스의 작은 과자 ‘휘낭시에’는 금융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금괴처럼 생긴 디저트를 즐기던 데서 유래했습니다. ‘휘낭시에 카페’는 이처럼 경제와 금융을 맛있고 쉽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사회 초년생부터 은퇴자까지, 어렵게만 느껴지는 금융 개념을 금융 전문가들과 함께 차근차근 풀어갑니다. 일상 속 금융을 이해하는 작은 지식들이 쌓여 언젠가는 금괴 같은 든든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부담 없이 들러 한 조각씩 지식을 맛보세요.

【투데이신문 최예진 기자】최근 금융감독원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긴급히 불러 모았습니다. 회의의 주제는 바로 ‘해외 사모대출(Private Credit) 리스크 점검’이었습니다. 도대체 바다 건너 미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우리 금융당국까지 긴장한 걸까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대출은 은행에서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사모대출은 다릅니다. 사모펀드와 보험사 같은 비은행 기관이 비상장 기업과 프라이빗 룸에서 만나 “은행보다 유연하게 빌려줄게, 금리랑 조건은 우리끼리 맞춤형으로 짜자”라며 1대 1로 직거래를 하는 겁니다. 

이 비밀 금고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대출 규제가 깐깐해지면서 틈새를 파고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작년 연방준비제도(Fed)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기준 미국 내 사모대출 규모는 1조4000억달러(2098조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탄탄대로를 걷던 이 거대한 시장에 최근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놀랍게도 인공지능(AI)입니다. 사모펀드들이 가장 믿고 거액을 빌려준 곳은 다달이 안정적인 구독료를 받는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이었습니다. 그런데 AI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코딩, 데이터 분석 같은 업무를 순식간에 대체해 버렸죠. 기업들이 비싼 소프트웨어 구독을 끊기 시작하자, 돈줄이 마른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대출을 갚지 못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 경고는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블루아울(Blue Owl), 블랙스톤(Blackstone) 등 세계적인 운용사들에 돈을 돌려달라는 대규모 환매 요청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펀드 환매가 중단되고 주요 운용사 주가가 반토막 나는 등, 미국 사모대출 시장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2개 주요 증권사의 해외 사모대출 펀드 국내투자자 판매 잔액은 2023년 11조8000억원, 2024년 13조8000억원, 2025년에는 17조원까지 증가했습니다. 이 중 개인 투자자들의 돈은 작년 기준 4797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IMA)로 조달한 금액을 사모대출펀드에 직접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발행어음과 IMA는 고객에게 높은 조달금리를 약속하며 자금을 모으는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는 반드시 높은 운용수익률을 내야만 하거든요.

그런데 고수익을 쫓아 덩치를 키우고 투명성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이 자금의 흐름, 어딘가 서늘한 기시감이 듭니다. 바로 우리에게 뼈아픈 기억인 ‘2019년 라임 사태’와 전 세계를 덮쳤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림자입니다.

지난 2019년 국내를 발칵 뒤집었던 라임자산운용 사태는 피해자만 4000명 이상, 피해 규모가 약 1조6000억원에 달했던 대형 사모펀드 비극이었습니다. 당시 라임은 쉽게 현금화하기 어려운 비상장·저유동성 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놓고도, 투자자들에게는 ‘안전하고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처럼 포장해 팔았습니다. 결국 주가 하락으로 펀드 부실이 드러나고 놀란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봇물 터지듯 몰려들자, 돈을 내어줄 길이 없던 운용사가 문을 걸어 잠그며 환매를 중단해 버렸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본질적인 맥락은 비슷합니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에게 무리하게 내어준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을 복잡한 파생상품(MBS·CDO)으로 포장해 전 세계 금융기관에 팔아넘긴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집값이 떨어지고 기초 대출이 부실해지자,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은행 간의 신뢰가 붕괴되며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라는 대재앙으로 이어졌습니다. 금융시장의 충격이 실물경제로 번져 전 세계가 끔찍한 경기 침체를 겪어야만 했죠.

지금 미국의 사모대출 위기와 라임 사태,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 셋은 소름 돋는 공통점을 안고 있습니다. 바로 ‘고수익의 달콤함에 취해 투명성을 희생했다’는 점입니다. 세 사태 모두 강력한 금융 규제와 유동성 장벽을 피해, 감시의 눈길이 닿지 않는 ‘그림자(비활성화된 신용시장)’에서 무리하게 자본을 끌어다 썼습니다. 자산의 진짜 가치가 얼마인지, 위기가 터졌을 때 당장 현금으로 돌려줄 수 있는지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불투명한 구조 속에서 ‘폭탄 돌리기’를 한 셈이죠.

이에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허준영 교수는 “깜깜이 구조가 낳은 미지의 공포가 진짜 위험하다”며 “여러 대출을 하나로 묶어 펀드로 만들면 겉보기에는 단일 상품처럼 안전해 보이지만, 그 안에 얼마나 위험한 대출이 섞여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 2008년과 매우 흡사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모펀드들이 미국의 깐깐한 금융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공시가 부족해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렵고, 담보로 잡힌 자산의 가치를 실사하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최근 우리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을 긴급 소집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 증권사들이 들어간 자금 규모 자체가 당장 경제를 흔들 수준은 아닐지라도, 부실이 발생했을 때 다른 금융권과 얼마나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당국이 선제적인 점검에 나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역시 규모보다도 이 ‘가늠할 수 없는 연결고리’를 우려했다는 점도 덧붙였죠.

중동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상대적으로 가려진 미국 사모대출 이슈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파급 효과를 낳을지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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