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찬희 기자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조 현장에서 AI 기술은 인력 부족 대응을 넘어 숙련 노동을 대체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반복 작업 자동화에서 공정 판단 및 통제까지 AI 기술이 도입되면서 기존의 사람 중심 생산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업계에서는 HD현대가 AI 기반 자동화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계열사 HD현대로보틱스는 HD현대중공업과 함께 로봇 용접, 곡판 성형, 패널 가공 등 핵심 공정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도 개발 과정에 참여해 그룹 차원의 기술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 공정 효율화가 아닌 조선소 운영 전반을 AI·로봇 기반으로 재구성하는 '스마트야드' 전략의 일환이다. 수작업 의존도가 높았던 특성상 자동화 도입 여지가 컸던 만큼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숙련 인력을 대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AI와 로봇을 활용해 자율 운영이 가능한 조선소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며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가능성까지 언급한 바 있다. 사람이 하던 물리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는 단계를 넘어, 생산 현장의 주체 자체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HD현대는 해양 AI 자율운항 실증에도 나섰다. 조선 계열사 HD현대삼호와 전라남도 지자체 및 대학, 관련 기관이 협력하는 형태로 소형선박 안전 강화를 위한 실증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이번 실증은 실제 연안 환경에서 AI 판단과 운영을 검증하는 단계로 전체 선박사고의 80%를 차지하는 소형선박 사고 예방을 목표로 한다.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판단까지 대체하는 AI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AI를 탑재한 초소형 위성을 통해 자율 운영 기술 실증에 나섰다. 위성이 스스로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온보드 AI' 기술이 핵심이다.
이번 실증은 실제 우주 환경에서 지상관제 없이 위성이 자체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향후 위성 운영 방식은 '원격 제어'에서 '완전 자율'로 전환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종 산업 간 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크래프톤과 함께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 개발에 착수했다. 소프트웨어 기반 AI 역량과 방산·제조 인프라를 결합해 인간을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사는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하며 연구개발을 넘어 실증과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제조 AX(인공지능 전환)'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AI를 도입하며 운영 체계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부 기업에서는 AI 도입을 통해 공정 효율이 10~20% 개선되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생산성 향상이 아닌 생산 구조 재편의 신호로 보고 있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공정을 스스로 조정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산업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설비 투자와 인력 규모가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AI 활용 능력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도입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생산성뿐 아니라 안전과 비용 구조까지 동시에 바꾸는 만큼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며 "국내 제조업은 사람이 아닌 AI가 운영하는 '무인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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