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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의 남성복 매출은 일제히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분기 남성복 매출이 전년대비 20% 증가했고, 3월 기준으로도 15%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같은 기간 16% 늘었고, 월별로도 1월 14%, 2월 14.8%, 3월 17%로 상승 흐름이 뚜렷하다. 현대백화점(069960) 역시 1분기 13.7%, 3월 14% 성장했다. 그간 정체됐던 남성복 시장이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탈정장’ 흐름과 맞닿아 있다. 출근 복장 자율화가 확산되고 재택근무 경험이 누적되면서 정장 수요는 줄고, 대신 일상과 업무를 넘나드는 캐주얼 수요가 확대 중이다. 특히 캐주얼·스트릿 패션을 경험한 세대가 중년층으로 진입하면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과거 기능성과 가격을 따지던 4050 남성의 소비 기준이 스타일과 이미지 중심으로 서서히 변화 중인 셈이다.
기업들도 이 흐름에 맞춰 상품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정장 브랜드 ‘갤럭시’의 캐주얼 비중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올해 1~3월까지 누계 매출은 전년대비 10% 이상 증가했고, 특히 캐주얼 아우터 매출은 80% 이상 급증했다. 트렌치코트 역시 40% 늘어나며 실적을 견인했다. 정통 수트 브랜드에서도 캐주얼 수요가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캐주얼 브랜드에서도 남성복 비중 확대가 눈에 띈다. 에잇세컨즈는 최근 5년 남성복 매출이 연평균 10% 성장하며 남성 고객 비중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올해 역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페이크 레더 아우터 매출이 50% 이상 증가하며 트렌드 대응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클래식 캐주얼 브랜드 빈폴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고, 아우터 매출은 70% 늘었다. 정장과 캐주얼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품 구성이 소비 확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리뉴얼을 통한 체질 개선도 본격화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남성복 브랜드 ‘맨온더분’을 전면 재편했다. 기존 3040 비즈니스맨 중심의 유러피안 스타일에서 벗어나 전 세대를 아우르는 캐주얼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 남성 체형에 맞춘 베이직·캐주얼·클래식 라인으로 상품군을 세분화하고, 일상과 출근 모두에 활용 가능한 구조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해당 브랜드 매출은 올해 1분기 기준 전년대비 약 14% 증가했다.
4050 남성을 직접 겨냥한 상품 기획도 확대 중이다. 신성통상의 남성 캐주얼 브랜드 올젠은 최근 26봄·여름 시즌 룩북으로 4050 남성의 일상에 맞춘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나들이, 비즈니스, 데이트, 문화생활, 여행 등 5가지 상황별 착장을 구성해 소비자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상황 기반 스타일링’ 제안으로 소비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다.
이 같은 흐름은 소비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패션 소비 실태조사(2024년 3월~2025년 2월)에 따르면 남성 기준 패션 소비 비중은 50대(23.4%)와 40대(22.8%)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봄 시즌(3~5월)에는 40대 남성이 3조 1700억원, 50대 남성이 2조 9400억원을 지출하며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했다. 이들은 소비력이 높아 유행을 무작정 따르기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스타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유행이 아닌 세대 교체로 해석한다. 과거와 달리 패션 경험을 축적한 채 중년층으로 진입한 세대가 등장하면서, 남성복 시장 자체의 소비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성복 시장은 여성복 대비 규모가 작지만,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는 점에서 불황 속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4050 남성은 구매력과 스타일에 대한 관심을 동시에 갖춘 세대로, 전통적인 4050 남성복 소비층과는 다른 소비 패턴을 보인다”며 “정장 중심에서 캐주얼까지 수요 확대가 이어지면서 브랜드 전략과 상품 구성도 빠르게 바뀌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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