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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지난달 31일 국제환경단체 스틸워치가 전 세계 주요 철강사 18개를 평가한 결과 단 한 곳도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near-zero emissions) 생산으로 바뀔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중국의 HBIS와 일본제철에 이어 뒤에서 각각 3·4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기업이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탈탄소 목표를 선언했지만, 석탄에 상당히 의존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늘은 전 세계 주요 철강사들이 고전하고 있는 수소환원제철에 대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석탄 대신 수소로 고순도 철강 생산…고비용·안전성 등 과제 산적
오늘날 전 세계 철강의 68%는 고로에서 32%는 전기로를 통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자연 상태의 철은 적철광이나 자철광처럼 산소와 결합한 산화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제철 과정에서 환원 공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이때 ‘고로’라고 하는 큰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1500℃ 이상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가 생기면서 철광석에서 산소가 분리됩니다. 이렇게 석탄으로 순도 높은 철을 생산하는 고로방식은 철강 제품 1톤 당 이산화탄소를 약 1.9~2t이나 배출합니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강 생산 공정에서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활용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공정기술입니다. 철강석에서 산소를 분리할 때 석탄대신 수소를 사용하면 철광석에서 나온 산소는 수소와 결합해 물이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철강산업의 막대한 탄소 배출을 해결할 차세대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죠. 하지만 이 기술에는 △환원로의 온도제어와 폭발성 △고온 수소의 안정성 확보 △안정적 수소·에너지 공급과 같은 여러 기술적 난관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 실증을 거쳐 경제성을 확보하는 등 우리 기업이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릴 만큼 현대문명에 필수적인 소재여서 세계 각국은 새로운 생산기술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2024년 외교부에 따르면 스웨덴의 수소환원제철 기업인 SSAB는 2026년 오셀로순드(Oxelosund), 2028년 룰레아(Lulea) 지역에 수소환원제철을 활용하는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제철소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향후 과제로 밝혔습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철강 대기업이 실시하는 수소환원제철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개발지원 금액을 1935억엔에서 4499억엔으로 확대하고, 실용화 시기를 2040년으로 설정했습니다.
◇수소보다 석탄이 익숙한 국내 기업…수소환원제철 전환에 민·관 투자↑
이 흐름에서 우리 기업은 꽤 뒤처져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스틸워치 보고서에서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친환경 전환을 이끄는 동력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스틸워치는 “저배출 철강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 계획을 대외적으로 발표했지만 이 계획은 여전히 석탄 기반 생산과 병행되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발표한 전환 의지와 실제 준비 수준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수소환원제철 등 철강 분야의 탄소중립산업핵심기술개발에 2023년부터 2030년까지 국비 1204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100만t급의 실증설비 개발을 완료할 뿐만 아니라 상용화 부지를 포항의 제철소 인근에 새로 조성해 2050년까지 현재의 탄소기반 제철설비를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계획을 발표했죠.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의회 합동연설에서 “철강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철강은 건설과 조선, 자동차, 에너지, 기계 등 전통 산업뿐 아니라 미래 기술에도 밀접히 연결돼 있습니다. 수소환원제철을 위한 각국의 기술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은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요. 정부와 기업의 목표가 제대로 지켜질지 알쓸기잡에서 계속 살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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