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옥 더봄] 손톱 위에 내려앉은 사랑, 하트네일과 봉숭아꽃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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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더봄] 손톱 위에 내려앉은 사랑, 하트네일과 봉숭아꽃물

여성경제신문 2026-04-05 10:00:00 신고

바야흐로 활짝 피는 봄이다. 꽃도 마음도 그리고 여성들의 손톱 위에도 어김없이 봄은 피어나는 중이다.

봉숭아꽃물로 곱게 물들인 손톱(왼쪽), 하트모양의 디자인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요즘 네일아트 /그림=홍미옥, 아이패드로 그림
봉숭아꽃물로 곱게 물들인 손톱(왼쪽), 하트모양의 디자인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요즘 네일아트 /그림=홍미옥, 아이패드로 그림

천천히 곱게 물드는 시간

지나다가 우연히 봉숭아꽃(봉선화로도 불림)을 볼 때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작은 나의 손톱을 곱게 물들이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해마다 여름이면 앞마당에 피던 봉숭아꽃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담스럽지도 않을뿐더러 화단 구석에서 오종종하게 피어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손톱을 빨갛게 물들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초록 잎사귀와 함께 찧어진 그것들을 손톱 위에 올려놓고 맞이하는 여름밤은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손가락을 칭칭 감은 실 자국은 간지럽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이내 빨갛게 물들여질 손톱을 생각하면 그 정도의 불편함이야 별거 아니다.

유독 길게만 느껴지던 밤이 가고 아침이 오면 손톱 위에는 밤새 물들여진 꽃물이 내려앉아 있었다. 선홍색으로 천천히 물들고 그보다 더 천천히 사라지던 봉숭아꽃물, 한 해의 중간쯤에 치르는 의식 같은 거였다고나 할까. 지금은 아득한 추억으로 저장된 봉숭아꽃물이다.

동네 네일아트 매장은 언제 봐도 손님들로 북적인다. 연령층도 학생부터 시니어층까지 다양하다. 우스갯소리로 나만 빼고 다 네일아트를 한다고 할 정도다. 알려진 대로 네일아트의 역사는 의외로 5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손톱 색이 신분의 척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귀족은 진한 붉은색, 평민은 옅은 색이었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짙은 적색을 즐겼다고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고대 중국은 노동하지 않는 손의 상징으로 손톱을 길게 길렀는데 간혹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즉 손톱 장식이 계급을 나누는 잣대로 이용되었다는 이야기다.

20세기는 어떠한가. 자동차의 페인트 기술에서 영감받아 탄생한 매니큐어가 있다. 1920년대 할리우드 스타들의 빨간 네일이 유행하면서 패션 아이템으로 정착하게 된다. 어릴 적 엄마의 화장대에서 유독 내 시선을 끌던 빨간 매니큐어가 생각난다.

내 사랑을 받아 줘, 하트네일

올 봄 여성들의 손톱을 꾸며줄 다양한 디자인의 네일아트 재료 /사진=홍미옥
올 봄 여성들의 손톱을 꾸며줄 다양한 디자인의 네일아트 재료 /사진=홍미옥

우연한 기회에 나도 네일아트를 경험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약해지는 손톱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기분 전환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건 없다. 자그마한 매장엔 온갖 종류의 매니큐어 그리고 장식용 파츠들로 가득했다. 나로서는 처음 보는 기다랗고 뾰족한 인조손톱과 그 위를 장식하게 될 소품들이다.

그중 제일 인기를 끄는 장식은 따로 있다는데 다름 아닌 하트 장식이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그리고 온갖 기념일을 대표하는 손톱 장식이다. 사랑을 표현하는 젊은이들 나름의 이벤트다.

손가락을 모으면 하트가 그려지는 기법인데 발상도 모양도 발랄하기 그지없다. 앞서 말한 봉숭아꽃물은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몇십 배는 화려한 네일아트는 1시간이면 충분했다. 손톱 주위를 관리하는 시간까지.

사랑을 마주하는 각자의 방식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꽃물이 남아 있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근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야기지만 아직도 한여름 밤 꽃물을 들이던 이들에겐 전설처럼 남아 있다.

하얀 눈이 펑펑 올 때면 겨우 흔적만 남은 선홍색 손톱을 너도나도 자랑스레 내밀곤 했다. 마음을 손톱 위에 담았던 시절이다. 지금도 그럴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다.

거기에 반해 요즘 네일아트인 하트네일은 좀 더 직설적이다. 나를 표현하는 손톱이라는 캔버스에 마음을 과감하게 그려낸다. 정성껏 그린 하트 장식을 내미는 손 앞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싶다. 사랑을 기다리는 봉숭아꽃물과 스타일로 자신을 표현하는 네일아트,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은 같지 않을까.

아주 오랜만에 네일아트를 했더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는 일은 엄두도 못 내고 휴대폰 자판도 오타가 나기 일쑤다.

제일 큰 변화는 또 있다. 주방일이 하기 싫어졌다. 행여라도 손톱 위의 반짝이가 떨어질까 애지중지하는 통에 설거지도 하기 싫어지는 거 아닌가. 조금 불편하긴 해도 내 손톱 위에 내려앉은 봄은 참 사랑스럽다.

파츠(Parts)=네일아트에서 손톱 위에 붙이는 입체적인 장식물을 말한다. 큐빅, 진주, 하트 모양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손톱에 포인트를 주어 더욱 화려하고 개성 있게 연출할 때 사용한다.

여성경제신문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keepan2005@naver.com

홍미옥 모바일 그림작가

디지털 환경이 일상이 된 시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라는 친숙한 도구로 감정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평범한 일상의 순간과 흐름을 무겁지 않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칼럼니스트 활동 외에도 강의와 그림 모임, 전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으며, 저서로는 <색깔을 모았더니 인생이 되었다> , <그림에書다> , <그리고 피우다> 등이 있다.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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