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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상한 영상 하나가 계속 눈에 밟혔다.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밥을 말아먹는 장면이었다.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 영상 아래에는 “대체 왜?”와 “의외로 맛있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카페인이 급할 때 식사까지 해결된다는 설명은 귀를 의심하게 했다. 단순 호기심이라기보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음식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이름은 ‘밥메리카노’다. 밥과 아메리카노를 합친 말이다. 사실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첫 등장은 2011년 KBS 한 예능에서 하루 커피를 20봉 넘게 마신다는 ‘커피중독남’ 출연자가 선보였다. 당시는 괴식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틱톡·유튜브·인스타그램 숏폼을 타고 MZ세대 사이에서 다시 언급되고 있다. 커피의 빠진 MZ세대의 새로운 국밥이라는 말도 있다.
직접 제조에 나서봤다.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떼를 한 잔씩 주문했고, 편의점에서 햇반 작은공기(130g)를 구매했다. 총비용은 커피 두 잔과 햇반 두 개를 합쳐 1만원 안팎이다. 방법은 단순하다. 전자레인지에 햇반을 데운 뒤 커피에 넣고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끝이다.
첫 숟가락은 좀처럼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조합 앞에서 멈칫했다. 억지로 한 숟갈 떠 입에 넣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아(?) 놀랐다. 전자레인지에 고슬고슬해진 쌀알이 얼음에 닿자 탱글탱글한 식감으로 변했고, 익숙하면서 낯선 맛이 동시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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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에 밥을 말았을 때의 맛은 숭늉에 가까웠다. 검게 탄 누룽지에 물을 부은 맛과 비슷하다. 밥알이 씹히며 나오는 녹말의 고소함에 커피 특유의 쌉쌀함이 섞였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서너 숟가락은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라떼는 결이 달랐다. 우유의 고소함이 더해지면서 미숫가루를 먹는 듯한 묵직한 풍미가 났다. 은은한 단맛도 따라왔다. 개인적으로 라떼 쪽이 더 나았다.
흡사 일본의 오차즈케와 구조가 비슷하다. 오차즈케는 밥을 녹차 등에 말아먹는 음식이다. 밥메리카노는 차 대신 커피를 쓴 셈이다. 김치나 멸치볶음 같은 짭조름한 반찬을 곁들이면 균형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SNS에선 밥메리카노로 해장을 한다는 후기도 있다.
물론 맛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먹을만하긴 해도 낯선 어색함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먹을수록 커피의 쓴맛이 누적되는 편인데,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 같았다. 커피를 평소에 즐기지 않는 입맛 탓도 있겠지만, 다시 찾아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밥메리카노가 주목받는 이유는 사실 맛보다 개개인의 경험 콘텐츠에 가깝다. 최근 두쫀쿠, 버터떡처럼 낯선 식감과 조합을 내세운 먹거리가 잇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밥메리카노 역시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맛있어서 퍼지는 게 아니라 새롭고 신기해서 소비되는 음식에 가깝다. 당장 직접 따라 먹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도, 콘텐츠로 소비되는 순간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기능한다.
특히 지금은 스토리 소비의 시대다. ‘오늘 무엇을 먹었다’가 아닌 ‘오늘 이걸 해봤다’는 경험이 주변의 이목을 끈다. 낯선 조합도 반복 노출되면 트렌드로 굳어진다. 여기에 ‘나도 해봤다’는 이야기들이 퍼질수록 단순 구경은 참여로 이동한다. 이른바 밴드웨건 효과가 작동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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