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 심근경색, 세 번의 심장 수술, 그리고 기적처럼 찾아온 두 번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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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과 살아가기] 심근경색, 세 번의 심장 수술, 그리고 기적처럼 찾아온 두 번째 삶

이데일리 2026-04-05 06:07:01 신고

3줄요약


[인천세종병원 김경희 심장이식센터장] “코드블루, 중환자실. 코드블루, 중환자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다급한 방송이 울리자마자 중환자실로 뛰어갔다. 조금 전 관상동맥시술을 마치고 막 돌아온 환자였다. 모니터에는 심장이 제대로 뛰지 못하고 파르르 떨기만 하는 ‘심실세동’이 찍혀 있었고, 시간은 갑자기 분 단위가 아니라 초 단위로 흘렀다.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며 환자를 다시 혈관조영실로 옮겼다.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하는 에크모를 급히 삽입하고, 방금 시술한 관상동맥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에크모는 흔히 ‘마지막 기계’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시간을 버는 장치에 가깝다. 굵은 관을 큰 혈관에 넣어 피를 몸 밖으로 빼낸 뒤, 기계 안에서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다시 몸으로 돌려보낸다. 이 환자처럼 심장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전신 순환이 버티지 못하는 경우에는 보통 정맥에서 피를 빼내 동맥으로 돌려보내는 VA-ECMO를 사용한다.

급성심근경색, 심인성 쇼크, 심정지 같은 상황에서 며칠에서 수주 동안 일시적으로 쓰며, 그 사이 심장이 회복하면 떼고, 회복이 어렵다면 더 오래 가는 보조장치나 심장이식으로 다음 단계를 넘어가게 된다. 에크모 자체가 심장을 고치는 치료는 아니고, 회복 또는 다음 치료까지 버티게 해주는 치료다.

이 환자는 급성심근경색으로 타 병원을 찾았다가 시술이 여의치 않아 응급 전원된 분이었다. 보호자 대기실에는 회사에서 정신없이 달려온 아들 혼자 서 있었다.

급성심근경색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빨리 막힌 혈관을 다시 열어 심장근육 손상을 줄이는 일이다. 보통은 카테터를 이용한 재관류 치료와 스텐트 삽입이 첫 치료가 된다. 하지만 모든 심근경색이 같은 얼굴로 오지는 않는다. 당뇨가 있거나, 혈관이 여러 군데에서 동시에 심하게 막혀 있거나, 병변이 넓고 복잡한 경우에는 스텐트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재관류 가이드라인도 당뇨가 동반된 삼혈관질환에서는 관상동맥우회술을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시술한 혈관이 다시 막히면서 심장 근육으로 피가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에크모로 심장과 폐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막힌 관상동맥을 다른 혈관으로 우회해 혈류를 살리는 응급 수술, 즉 관상동맥우회술이 당장 필요합니다”

아들은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겨를도 없이 그저 “살려만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환자는 병원에 온 지 3시간 만에 응급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수술이 끝난 뒤에도 심장은 제 힘으로 충분히 뛰어주지 못했다. 환자는 여전히 에크모를 단 채 수술방을 나왔고, 혈압과 맥박은 계속 요동쳤다. 그래도 30여 분의 심폐소생술, 반복된 시술, 에크모 삽입과 응급 우회술 끝에 의료진의 부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심각한 저산소성 뇌 손상은 없어 보였다.

그때부터는 다른 종류의 시간이 시작된다. 심장이 다시 살아날 시간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에크모는 시간을 벌어주지만, 오래 달수록 마냥 좋은 장치는 아니다. 회로 안에서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써야 해서 출혈 위험이 커지고, 굵은 관이 들어간 다리 혈관 쪽으로는 허혈이 생길 수 있다. 혈전이나 색전으로 뇌졸중이 생기기도 하고, 삽입 부위나 전신에 감염이 뒤따르기도 한다. 그래서 에크모를 달았다는 말은 “이제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위태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뜻에 더 가깝다.

환자는 처음 급성심근경색으로 내원했을 때부터 이미 세 개의 관상동맥이 모두 심하게 병들어 있었고, 심장 근육도 광범위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본원 도착 당시 좌심실 기능은 정상의 10% 안팎까지 떨어져 있었다. 우측 관상동맥을 열어 혈류를 살리려 했으나 심실세동이 반복됐고, 시술한 스텐트 부위에는 급성 혈전까지 생겼다. 여러 혈관을 한 번에 살리기 위해 응급 관상동맥우회술까지 감행했지만, 이미 너무 큰 타격을 입은 심장은 수술 뒤에도 스스로 일어서지 못했다.

심장이 오래 허혈되면 일부 근육은 흉터로 남고, 심실은 늘어나며, 벽은 얇아진다. 다만 심장벽이 얇아졌다고 해서 모두 완전히 죽은 근육은 아니다. 실제로는 얇아 보이는 부위에도 살아 있는 심근이 남아 있어 혈류가 회복되면 기능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흉터가 넓고 살아 있는 심근이 적을수록 회복 가능성은 분명히 낮아진다. 결국 혈관을 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되살릴 심근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다.

사실 처음 며칠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급성심근경색 뒤 심장 기능이 심하게 떨어졌더라도, 에크모로 심장을 쉬게 해주면 다시 회복하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며칠 동안은 환자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맥압이 약간 살아나는 듯했다. 그래서 조금만 더 버티면 돌아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크모 보조를 서서히 줄여보자 상황은 달라졌다. 하루 이틀은 견디는가 싶더니, 곧 지속적인 심실성 부정맥이 이어졌고 심장 기능은 다시 나빠졌다. 결국 에크모 없이는 혈압조차 유지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급성심근경색에 심인성 쇼크가 겹치면 사망률은 지금도 매우 높다. 최근 자료에서도 30일 사망률이 40~45% 수준으로 보고된다. 그래서 이 단계의 치료는 단순히 시술이 성공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남아 있는 심근과 다른 장기들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의 문제가 된다.

결국 아들과 심장이식 대기자 등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만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뇌사 장기기증자가 나타나더라도 하루 이틀은 기다려볼 수 없을까요? 아버지 심장이 다시 좋아질 수도 있잖아요.”

그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나 마지막까지는 본인의 심장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 번 온 기회를 미룬다고 해서 다음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여러 고용량 약물과 에크모에 의지해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심장이 언제까지 견뎌줄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나는 환자의 현재 상태와 이식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 그리고 기다림의 불확실성에 대해 보호자에게 최대한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른다”고 설명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우리에게 실제로 이식의 기회가 왔다.

이식 수술 당일에도 쉬운 일은 없었다. 타 병원에서 급히 전원된 환자라 수술 전에 필요한 CT와 영상 검사가 충분히 이뤄져 있지 않았다. 게다가 에크모를 단 채 활력징후가 불안정한 상태여서, 검사를 위해 침대를 움직이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고심 끝에 집도의는 체격이 큰 환자의 에크모 카테터 위치와 우회술 이후 흉부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CT를 먼저 찍고 수술장으로 이동하자고 결정했다. 검사실과 수술장 사이의 짧은 이동조차 그날은 아주 길게 느껴졌다. 4명의 간호사, 2명의 심폐기사, 이식 코디네이터, 그리고 이동 동선의 문과 엘리베이터를 미리 확보해 두는 간호사들까지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였다. 환자는 중환자실로 되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술 다음 날, 환자가 눈을 떴다.

갑작스러운 심근경색 진단만으로도 벅찼을텐데, 스텐트 시술과 관상동맥우회술을 거쳐 결국 심장이식까지 받게 된 것이다. 환자는 한동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실감하지 못했다. 몸에는 여러 줄의 주사선과 배액관이 달려 있었고, 가슴의 수술 상처는 묵직하고 찌릿하게 아팠다.

“이게 꿈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회복의 길은 짧지 않았다. 오랫동안 에크모 치료를 받았던 탓에 전신 근력 저하가 심했고, 욕창까지 생겨 재활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치료와 재활을 이어간 끝에, 환자는 다시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까지 회복했다.

이번 환자는 스텐트, 우회술, 에크모, 그리고 심장이식까지, 심장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거의 모든 단계를 거쳐 살아 돌아온 경우였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히 “심근경색을 치료했다”는 이야기라기보다, 너무 늦기 전에 혈관을 열어야 하는 병이 때로는 얼마나 빠르게 한 사람의 심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무너짐 앞에서 의료가 어디까지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급성심근경색은 대개 관상동맥 안의 죽상경화반이 터지고, 그 위에 혈전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그래서 치료의 핵심은 단순하다. 막힌 혈관을 최대한 빨리 다시 여는 것이다. 지금도 급성심근경색 치료의 첫 단계는 가능한 한 빠른 재관류 치료이고, 많은 환자들은 관상동맥중재술(PCI)과 스텐트 삽입으로 심장 손상을 줄이며 회복의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모든 심근경색이 스텐트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 환자는 처음부터 상황이 달랐다. 타 병원에 왔을 때 이미 세 개의 관상동맥이 모두 심하게 병들어 있었고, 우리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심장 기능도 10% 안팎까지 떨어져 있었다. 당뇨가 있는 환자에서는 동맥경화가 더 공격적이고, 병변이 더 광범위하며, 혈관이 작고 여러 군데에 동시에 퍼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현재 가이드라인도 당뇨와 다혈관질환, 특히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서는 수술적 재관류, 즉 관상동맥우회술을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한다.

◇ 심장 전문의가 알려주는 의학 정보

■ 에크모란 무엇인가

에크모는 몸 밖으로 피를 빼내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한 뒤 다시 몸 안으로 돌려보내는 장치다. 심장과 폐가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에 잠시 대신 버텨주는 치료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심근경색, 심인성 쇼크, 심정지, 심근염, 폐색전증, 이식 대기 같은 상황에서 사용될 수 있으며, 회복하면 떼고, 회복이 어렵다면 이식이나 다른 보조장치로 넘어가기 전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심근경색에서 왜 에크모를 달게 되나

보통 심근경색은 막힌 혈관을 빨리 열면 스텐트 시술로 다음 단계까지 가지 않고 치료가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혈관이 여러 군데 심하게 막혀 있거나 당뇨가 있어 병변이 넓고 복잡하거나 심장 기능이 이미 크게 떨어져 전신 순환이 무너진 경우에는 스텐트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 이때 에크모는 멈춰가는 순환을 붙잡아 두고, 심장이 회복하는지 보거나 우회술·이식 같은 다음 치료를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해 사용된다. 당뇨가 동반된 삼혈관질환에서는 수술적 재관류가 더 적절할 수 있다는 점도 이미 가이드라인에 반영되어 있다.

■ 에크모의 합병증은 무엇인가

에크모는 생명을 구하는 치료지만 부담이 큰 치료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합병증은 출혈, 혈전, 뇌졸중, 다리 허혈, 감염이다.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써야 해서 출혈 위험이 커지고, 큰 혈관에 굵은 관을 넣기 때문에 혈관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에크모는 가능한 한 필요한 기간만 사용하고, 매일 회복 가능성과 합병증 위험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 왜 어떤 환자는 회복하지 못하는가

심근경색이 오래 지속되면 심장근육 일부는 흉터로 남고 심장 기능이 떨어진다. 심장벽이 얇아졌다고 해서 모두 완전히 죽은 근육은 아니지만 흉터가 넓고 살아 있는 심근이 적을수록 혈류를 다시 열어도 회복 가능성은 낮아진다. 여기에 심인성 쇼크까지 겹치면 상황은 더 치명적이어서, 30일 사망률이 40~45%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 심장이식 후의 관리

심장이식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면역억제제는 평생 복용해야 하며, 감염이나 이식 심장 관상동맥 질환(CAV) 등을 살피기 위한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수다. 무엇보다 금연은 절대적이며, 철저한 혈압·당뇨·지질 관리와 규칙적인 재활 운동만이 어렵게 얻은 두 번째 심장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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