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4월, 논두렁과 밭 언저리에는 연한 초록빛 식물이 고개를 내민다. 우리에게 ‘별꽃’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번루(蘩蔞)’가 그 주인공이다. 이름은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예부터 민간에서는 몸 안의 나쁜 기운을 씻어내고 피를 맑게 해주는 나물로 대접받았다. 요즘처럼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단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잊혔던 번루가 식탁 위 보약으로 다시 각광받는 중이다.
쓴맛 없는 반전의 맛… 초보자도 즐기는 부드러운 식감
번루의 가장 큰 특징은 봄나물이라면 으레 떠올리는 쓴맛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잎과 줄기가 연하고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어, 갓 딴 것은 생으로 씹어 먹어도 될 만큼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입안에 넣으면 은은한 풀 내음과 함께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은근한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이 덕분에 평소 나물을 멀리하던 어린아이나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기기 좋다. 대개 취나물이나 씀바귀 같은 봄나물은 아린 맛을 없애려 물에 오래 담가두는 수고가 따르지만, 번루는 따서 씻기만 하면 바로 요리에 쓸 수 있어 준비 과정이 매우 간편하다. 나른한 봄날, 손이 많이 가지 않으면서도 입맛을 돋우기에 이보다 좋은 식재료도 드물다.
천연 영양제 역할 톡톡… 몸속 노폐물 배출 도와
영양 성분을 살펴보면 봄철 보약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번루에는 비타민 C와 몸에 좋은 무기질이 가득 들어 있어, 계절이 바뀌며 쉽게 떨어지는 면역력을 지탱해 준다. 굳이 돈을 들여 비타민 보조제를 챙겨 먹지 않아도, 제때 자란 번루 한 접시면 자연에서 얻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또한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평소 장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밖으로 밀어내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몸이 무겁고 나른해지는 춘곤증을 이겨내는 데 힘을 보탠다. 겨울 동안 고칼로리 음식 위주로 섭취해 몸이 다소 무거워졌다면, 가벼운 번루 식단을 통해 몸의 균형을 되찾고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직접 캘 때 주의점
번루를 직접 캘 때는 장소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동차 매연에 노출된 길가나 제초제를 뿌렸을 가능성이 있는 밭둑 근처는 피해야 한다. 인가에서 조금 떨어진 깨끗한 들판에서 자란 어린잎 위주로 채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한 ‘별꽃’과 생김새가 닮은 ‘닭의장풀’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봄에 하얀색 작은 꽃이 피는 것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번루(별꽃)이며, 여름에 보라색 꽃이 피는 것은 종류가 다르다. 꽃의 색깔과 피는 시기를 잘 살펴보고 채취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번루는 수확 후 금방 숨이 죽고 물러지는 성질이 있으니, 냉장고에 넣더라도 하루 이틀 안에 빠르게 소비하는 것이 가장 신선하게 즐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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