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된 신현송 후보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의 향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이 이미 은행 중심 발행론을 앞세워 민간 확산에 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에 보수적인 신 후보자의 취임과 기조에 따라 디지털 원화 방향이 사실상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전체의 시가총액은 3000억달러를 돌파했고, 이중 대부분이 달러 표시 자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도 해외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이 빠르게 늘면서 원화 기반 결제 수단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지 않을 경우, 국내 결제와 디지털 자산 거래 영역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스테이블코인 업계 관계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입법은 한국은행의 ‘50%+1(51%룰)’ 요구로 지난해 말 데드라인을 넘기고 공백 상태”라며 “기업들의 해외 이탈이 확산되고 국내 투자 및 파트너십이 전면 보류돼 규제 불확실성의 타격이 거래소를 넘어 스타트업 생태계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가운데 신 후보자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일관되게 보수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왔다.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본질을 충족하지 못하며 기존 화폐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한편,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화폐(CBDC)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다. 현재 디지털화폐를 둘러싸고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주도권 다툼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신 후보자의 취임이 사실상 정책 방향을 사실상 결정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외환 규제 훼손 우려를 직접 언급했다. 지난해 8월 세계경제학자대회에서 스테이블코인에 존재하는 교환 비율이 화폐의 단일성을 훼손하고 외환 규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당시 1대 1이어야 할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의 가치가 1대 0.88까지 폭락했던 사례를 들며 위기 시 가치 보전 능력 또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위기 상황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보장이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거시적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스테이블코인 대규모 매각 사태 발생 시 준비금으로 보유한 미 단기 국채가 시장 금리를 크게 끌어올려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CBDC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신 후보자는 중앙은행 중심의 토큰화와 ‘통합원장’ 체계 도입을 제시해왔다. 통합원장이란 중앙은행·상업은행·정부채권·토큰화 자산 등 다양한 금융 자산과 거래가 하나의 공통 플랫폼 위에서 동시에 기록·결제·청산될 수 있도록 통합·연결하는 구조다.
한국은행은 현재 디지털화폐와 예금토큰 도입을 위한 ‘프로젝트 한강’ 2단계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두 기조가 맞물리면서 디지털 원화 주도권이 은행권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금융당국과 민주당 디지털자산 TF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관련해 은행 지분 50%+1주 컨소시엄에 우선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CBD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이른바 ‘디지털 원화’ 발행 사업이 은행 중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황석진 교수는 “CBDC 쪽에 방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며 “취임하게 된다면 글로벌 정세나 국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합리적 판단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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