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스몰 브랜드의 아마존 생존 공식
사진=김남근 기자
- 셀러 경험에서 출발한 아마존 리스팅 전략
- 실행력과 순수한 열정으로 완성하는 해외 시장 전략
국내 브랜드가 아마존에 입점했다가 조용히 철수하는 경우는 낯설지 않다. 제품력의 문제라기보다, 현지 시장에서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설명되는지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영어로 번역된 상세 페이지와 몇 장의 이미지로는 낯선 시장의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글로벌 진출이 소비자가 겪는 불편을 정확히 짚어내고, 그 해결 과정을 콘텐츠로 설계하는 일이라는 점을 간과한 결과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떤 맥락으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반응은 달라진다.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경쟁 상품의 단점을 분석함과 동시에 그 틈을 파고드는 작업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 코일비
오프라인 공간에서 온라인 마켓으로
제품디자이너를 꿈꾸며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뒤 디자인 전문 에이전시에서 경력을 다져온 강민경 코일비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아마존 전문 디자인 에이전시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그녀가 처음부터 ‘아마존’을 목표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다. 공간·환경 경험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공간 스토리텔링과 환경 그래픽, 웨이파인딩 사이니지를 아우르는 실무 프로젝트를 맡았던 그녀는, 이 과정에서 디자인이 단순히 보기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 적용되고 고객이 사용하게 되는 과정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강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디자인이 예쁘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고, 실제 현장에서 구현되고 작동해야 한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라며 “설계 도면 위에서 완성된 디자인이 아니라, 현장에서 변수와 부딪히며 조정되는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피부로 실감하며, 이때의 경험이 지금의 작업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직장 생활 4년 차에 접어들 무렵, 그녀는 점점 더 분명해지는 생각과 마주했다. ‘디자이너로서 나를 알릴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라는 막연한 욕구였다. 대학 시절 창업 관련 활동을 경험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당시 ‘창업’은 추상적인 가능성이었다면, 직장 생활을 거치며 점차 구체적인 선택지로 다가왔다. 마침내 2019년, 그녀는 아마존 글로벌 셀링을 창업 아이템으로 정하고 본격적으로 도전을 시작했다. 퇴사 전 6개월 동안 아이템 서치부터 브랜딩, 제조사를 알아보고 제품을 제작해 미국으로 보내는 절차를 마친 뒤에야 퇴사를 결정했다.
당시 그녀는 미처 몰랐다. 이 선택이 국내 시장이 아닌, 전혀 다른 소비자와 경쟁자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강 대표에게 글로벌 시장은 자신이 꿈꾸던 디자인을 실제로 살아나게 만드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그녀가 다루던 공간이 물리적 공간에서 온라인 마켓으로 옮겨졌을 뿐, 본질은 같았다. 코일비와 강 대표의 이야기는 이 지점부터 시작됐다.
ⓒ 코일비
셀러에서 설계자로
독립 후 강민경 대표가 처음 선택한 제품은 플랜트 스탠드였다. 당시 미국은 이미 홈 가드닝 문화가 자리 잡은 상태였고, 이 시장은 미국 내에서도 대형 카테고리에 손꼽혔다. 때문에 수많은 경쟁사는 물론 신규 셀러들이 꾸준히 유입되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명확한 타깃과 수요가 보이는 카테고리였지만, 처음부터 결과가 따라온 것은 아니었다. 리스팅을 올렸다고 해서 바로 판매가 일어나지 않았다. 노출과 클릭, 전환을 하나씩 점검하며 이미지와 카피를 수정했고, 광고 세팅을 조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강 대표는 “처음에는 거의 팔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데이터를 보면서 하나씩 바꿔갔죠”라며 “감에 의존하기보다 수치를 확인했고, 시장 반응을 기준으로 다시 판을 바꾸는 방식을 방식을 반복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플랜트 스탠드는 경쟁 브랜드가 워낙 많은 카테고리였기에, 그녀는 차별화 포인트를 찾는 데 집중했다. “미국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반려동물로부터 식물을 보호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식물을 뜯어먹거나 넘어뜨리지 않도록 보호해 준다는 점을 강조했죠. 당시 이 부분이 소구점이 되어 판매의 물꼬가 터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리스팅 구조와 이미지, 문구를 그 방향에 맞춰 수정했고, 반응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몇 차례의 수정을 거친 뒤 매출은 눈에 띄게 성장했고, 이때 비로소 시장이 무엇에 반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상승 곡선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찾아온 것이다. 중국 공장은 멈췄고, 자연스레 공급은 끊겼다. 주문은 들어오지만 재고를 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 번 만들어 놓은 흐름이 외부 변수 하나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을 직접 체감한 시기였다.
셀링 자체로 ‘대박’을 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 경험은 그녀에게 다른 돌파구를 가져다주었다. 아마존 리스팅 디자인과 콘텐츠 제작을 의뢰하는 문의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주변에 알고 지내던 사업가 지인을 돕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활동이었지만,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직접 판매를 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자 외주 요청이 이어졌고, 강 대표는 점차 그 영역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됐다.
“판매를 하면서 시장을 한걸음 뒤에서 넓게 바라보니, 디자인과 콘텐츠가 얼마나 중요한지 더 분명하게 보였어요. 제품을 직접 운영해 본 경험은 단순한 디자인 외주와는 다른 관점을 만들었던 것이죠. 무엇이 클릭을 만들고, 무엇이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지 몸으로 겪은 사람이 되어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 코일비
리뷰가 말해주는 시장
코일비의 작업 방식은 디자인에서 출발해 구매 전환율로 증명한다. 강민경 대표는 의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제품을 직접 받아 사용해 본다. 그리고 클라이언트인 대표자와 충분히 대화를 나눈 뒤 시장 분석에 들어간다. 단순히 스펙을 나열하거나 자극적인 카피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 과정에서 느껴지는 편의와 불편을 확인해야 진정성 있는 접근이 가능하다는 믿음에서다. 그래서 경쟁사를 분석할 때도 디자인의 완성도보다 리뷰를 먼저 본다. 특히 부정적인 후기를 집중적으로 읽는다.
강 대표는 “경쟁 상품의 단점이 곧 기회라고 봅니다. 소비자가 어디에서 불편을 느끼는지를 알면, 우리 제품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지가 자연스럽게 보이죠”라며 “이 과정에서 리스팅 구조는 자연스럽게 ‘문제 제기 - 해결 제안’으로 만들어집니다. 브랜드의 역사나 철학을 너무 앞세우기보다, 소비자가 지금 겪고 있는 불편을 먼저 꺼내는 방식이 코일비만의 방식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해외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는 대부분 인지도가 낮다. 강 대표는 이 지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브랜드를 먼저 이야기해도 소비자는 모른다. 대신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라는 메시지가 먼저 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문화에 따른 언어의 선택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같은 제품을 설명하더라도 한국에서 통하는 표현이 미국 소비자에게는 다르게 읽힐 수 있다. 가령 국내에서는 ‘심플, 미니멀’이라고 표현하는 디자인이 미국에서는 ‘Cute’(미국은 모던하고 친근한 스타일을 Cute로 표현)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한다. 단어 하나, 이미지의 톤 하나가 시장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강 대표는 이미 간파한 상태다.
반복 속에서 쌓인 패턴
코일비가 지금까지 함께한 브랜드는 대략 80~100개 가량이다. 프로젝트 단위로 보면 그 수는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한 브랜드가 제품을 확장하거나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추가 작업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숫자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단순한 규모 때문이 아니다. 반복되는 프로젝트 속에서 시장 반응의 패턴을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카테고리에 따라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포인트가 다르고, 이미지 배치나 문구 구조에 따라 클릭률과 전환율이 달라진다는 경험이 축적됐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 대표는 국내의 오피스 용품 중소기업 브랜드를 사례로 들며, 아마존 내 한 카테고리에서 랭킹 1위 베스트셀러를 4년간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를 아마존 론칭부터 2년간 컨설팅을 진행하며 성공시킨 일화를 전했다. 이후 해당 기업과는 3개 브랜드의 작업을 이어갈 정도로 인연이 깊어져 갔다. 그녀는 “한 번의 성과보다, 그 성과가 유지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마존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브랜드가 스스로 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 그것이 자신이 맡은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리스팅을 다듬고 광고를 조정하며 장기적으로 관리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한번 잘 만드는 것보다, 계속해서 시장 반응에 맞춰 수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지점에서 코일비의 역할은 단순한 외주 디자인 기업 그 이상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함께 구조를 구축해 가는 것. 빠른 결과를 약속하기보다, 데이터와 시장 반응을 기반으로 방향을 조정해 가는 방식이 그 이유를 대변한다.
강 대표는 “숫자는 쌓인 경험을 보여주는 지표일 뿐입니다. 단순히 ‘얼마를 벌었다’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시장 안에 남아 있느냐’가 더 중요하죠. 코일비는 이 부분을 모든 작업의 원칙으로 두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 코일비
코일비가 그리는 아마존 브랜딩 생태계
현재 코일비는 강민경 대표를 중심으로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마케터와 디자이너, 영상 PD 등이 협업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기에 함께 일하고 싶은 파트너에 대한 기준도 분명하다. “실행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새로운 시장을 다루다 보니 배우고 흡수하려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해요”라며 “글로벌 시장은 정답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플랫폼 정책과 트렌드가 빠르게 바뀝니다. 그 변화에 맞춰 계속 조정해 나갈 수 있는 태도가 전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전하는 강 대표다.
현재 강 대표는 아마존 전용 디자인 템플릿을 가까운 시일 내에 시장에 내놓기를 희망하고 있다. 코일비와의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에도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본 구조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뒤에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다수 보았기에 이 공백을 줄여보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가 반영된 프로젝트다.
중장기적으로는 교육 프로그램과 커뮤니티를 통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단순히 대행을 해주는 회사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준비하는 브랜드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마존 에이전시를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코일비가 생각나는 위치에 가고 싶습니다”라는 말에 힘을 실었다.
이와 함께 “스몰 브랜드라서 어렵다는 생각은 시각의 문제라고 봅니다. 오히려 작기 때문에 글로벌로 나가야 하죠, 국내 시장에서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넓혀야 경쟁력이 높아질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인터뷰 내내 반복해서 강조했다.
스몰 브랜드가 글로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대한 자본이 아니라, 시장을 읽고 다시 설계하는 힘일지 모른다. 강민경 대표는 그 과정을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로 남고 싶어 한다. 조용하지만 그녀만의 단단한 방식으로, 브랜드가 더 넓은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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