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전 지원 안 한 마크롱 조롱…마크롱 "품위 없어" 비난
10년간 '브로맨스' 과시했지만…관세·그린란드 등 갈등에 관계 급랭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지난 10년간 온탕과 냉탕을 오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을 조롱하며 전쟁을 지원하지 않는 프랑스에 불만을 드러내자 두 정상의 한때 친밀한 듯 보였던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최근 이들의 설전은 트럼프 대통령과 유럽 지도자들 사이 갈등이 어떻게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미국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동맹국에 이란 전쟁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아내에게 학대당하는 프랑스의 마크롱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그는 턱에 맞은 상처에서 아직 회복 중인 상태였다"고 비아냥거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농담에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국을 국빈 방문 중인 그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우아하지도 않고 품위도 없는 발언"이라며 "대답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진지해지고자 한다면, 전날 말한 것과 정반대되는 말을 매일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어쩌면 매일 말할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며 저격했다.
한때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에서 '트럼프 조련사'로 꼽혔다. 지난 10년간 두 정상은 정책을 두고 대립하기도 했으나 공식 석상에서는 끈끈한 유대감을 드러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을 프랑스에 국빈 초청해 에펠탑 미슐랭 레스토랑에서의 만찬, 군사 퍼레이드 등으로 극진하게 대접했다. 군사 퍼레이드 당시 파리 콩코르드 광장의 관람석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부부 쪽으로 몸을 기울여 하늘을 가리키며 손뼉을 치기도 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칭송하면서 트럼프 부부의 퍼레이드 참석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정의 징표"라고 강조했다.
이듬해 마크롱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미국 국빈 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뺨을 맞대는 프랑스식 인사 '비주'(bise)를 나누며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코트 재킷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면서 "우리는 매우 특별한 관계"라며 "그를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는 완벽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친밀한 듯 보였던 관계도 마크롱 대통령이 다른 유럽 지도자들처럼 관세, 그린란드, 우크라이나, 이란 전쟁에 이르는 현안에서 '트럼프 조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점차 온기를 잃고 냉랭해졌다.
지난 1월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 문제 논의를 위해 파리로 초청하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당신이 그린란드에 대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외교 관례를 무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 즉시 공개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저자세' 접근을 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장악하겠다는 위협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그린란드 이슈가 그와 유럽의 관계에서 전환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풀이했다.
WSJ은 "유럽 지도자들은 지난해 대부분을 트럼프에게 아첨하고 그의 환심을 사는 데 애쓰며 보냈으나 최근에는 공개적으로 그에게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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