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심리 치료를 대체할 수 있을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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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심리 치료를 대체할 수 있을까? [1]

에스콰이어 2026-04-04 00:00:00 신고

3줄요약

“안녕. 나는 요즘 며칠째 불안한 기분이 들어.”

“정말 힘들었겠다. 불안한 기분이 지속되면, 그 불안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어. 혹시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나 그런 기분이 드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니? 꼭 얘기하지 않아도 돼 -내가 여기에 있을게.”

공감하는 태도와 권위가 딱 균형을 이룬, 흠잡을 데 없는 답변이다. 누구라도 기분이 울적할 때는 정확히 이런 말을 듣고 싶을 것이다. 명백하게 감도는 비인간적인 느낌만 빼놓고 말이다. 형식적이지만 활기찬 어조에서부터 신중하게 배치한 대시(-) 표시까지. 이 답변은 전형적인 인공지능, 정확히 말하면 챗GPT의 표현을 빌려온 것이다. 당신이 대화형 챗봇인 챗GPT의 주간 활성 사용자 7억 명 중 한 사람이라면 이미 눈치챘겠지만 말이다.

챗GPT의 모회사인 오픈AI의 대변인은 챗GPT가 “전문적인 치료를 대체할 목적으로 설계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실린 한 연구는 심리치료가 챗GPT의 주요 용도가 되었다고 분석한다. 사람들은 챗GPT 외에도 여러 플랫폼을 찾는다. 사이버 안보 기업 NymVPN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 성인 1050만 명은 심리치료 목적으로 AI 챗봇을 이용하고 있다. 왓츠앱의 메타 AI(META AI)와 구글의 제미나이(Gemini)처럼 이미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솔루션으로 자리 잡은 AI 챗봇들이 있으며, 정신 건강 분야에 특화된 AI 챗봇들 역시 존재한다.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Headspace)의 ‘엡(Ebb)’은 영국 기준 2025년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같은 해 8월에는 기업가 겸 작가 모 가댓(Mo Gawdat)이 사랑과 연애 분야에 특화된 ‘엠마(Emma)’를 발표했다.

아직 AI에 불안감을 토로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도, 인터넷에서 위로를 얻으려 했던 경험은 아마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익명의 사용자들이 모인 게시판 기반 플랫폼 레딧(Reddit)은 나온 지 20년 만에 영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셜 네트워크가 되었다. 2025년 1분기, 레딧 방문자 중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았다. 레딧의 대변인은 전체 사용자 안에서 정신 건강과 관련된 토론이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고 말했다.

비접촉식 결제에서 인스타그램의 위치 태그까지, 나의 모든 움직임이 감시당하는 것 같은 세상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가급적 ‘익명’ 상태로 남고자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심리치료는 근본적으로 인간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극히 전문적인 수련이 필요한 분야다. 정말 데이터 모델이 그런 일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감정 교류의 방식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옮겨 가는 현상은 우리 모두의 건강과 행복에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안녕, 낯선 사람


지난해 영국에서 건강관리 트렌드로 급부상한 사우나나 ‘사운드 배스’처럼, 챗봇에 익명으로 심리 상담을 하는 것도 최근 등장한 유행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익명 상담의 역사는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책 〈(Un)Stuck〉의 저자인 소피 모트는 신문의 청원란이나 잡지의 고민 상담 칼럼을 예로 들며 “낯선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것은 인터넷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일”이라고 강조한다. 기술이 집단적으로 도움이 된 초기 사례 중 하나는, 2020년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레딧과 같은 플랫폼들이 전 세계 사람들의 안위를 확인하는 장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2022년 11월 등장한 생성형 AI는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기술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만이 아니라,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제공했기 때문이었다. 모트 박사는 “정신 건강 관련 지원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지만, 그에 필요한 자원이나 진입 통로는 그만큼 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2025년 2월, 자선단체 ‘정신질환 다시 생각하기(Rethink Mental Illness)’는 1만6522명이 18개월 이상 NHS의 정신 건강 치료 대기 목록에 올라와 있다고 밝혔다. 영국 왕립정신의학회는 2026년 관련 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3억 파운드 삭감되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민간 클리닉에서의 치료는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비싸다.

맨체스터 출신으로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시네이드 고먼(24)의 경우가 그랬다. 시네이드는 NHS의 상담 치료를 2차까지 받고 2년이 지난 후 자신이 느끼는 불안과 우울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민간 클리닉에서 치료받을 돈이 없었던 그녀는 틱톡을 켰다. “(거기서) 챗GPT를 일종의 ‘심리치료사’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걸 봤어요.” 그때 생성형 AI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시네이드는 설명했다. “챗GPT는 제 내면에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고 일깨워주고, 저에게 ‘자신에게 가혹하게 굴 때에는 정확히 어떤 말들이 떠오르나요?’ 같은 질문을 했어요. 저를 인정해 주는 느낌이었죠.”

이처럼 체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이 사람들이 챗GPT를 사용하는 방식의 특징이라고 모트 박사는 말한다. “실시간으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는 AI가 매우 유용할 수 있습니다.” 모트 박사는 내원 치료를 받는 대신 AI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관찰된다며, 자신에게 상담받는 내담자 중에도 상담과 상담 사이에 AI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많은 사람은 실제로 완전한 치료 과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속마음을 털어놓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한 뒤,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바랄 뿐이죠.”

속마음을 털어놓기.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기. 이런 방식의 소통은 이웃을 부를 때 친근하게 성을 붙이지 않은 채 이름으로 부르고, 금요일에 친구들을 만나고,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는 일상을 통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들이다. 다만 수많은 사람이 더 이상 이런 방식의 소통을 하지 못한다. 앞서 언급한 레딧은 개인과 개인이 서로 지지해 주는 공간이 되었다. 레딧에서 여성 관련 주제의 ‘서브레딧’들을 운영하고 있는 사라 브로드 역시 그런 현상을 관찰했다. 브로드는 “자기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면서 여러 커뮤니티에 똑같은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한다.

레스터셔 출신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장애인 권리 옹호자 아니타 위도우슨(26)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아니타는 2022년 코로나19 감염 후 후유증을 오래 겪으며 장애를 갖게 되었다. 그녀도 시네이드처럼 이미 NHS의 상담 치료 서비스를 받을 기회를 다 써버린 상태였다. 저축해 둔 돈으로 생활하고 있었기에 민간 클리닉에 갈 여유도 없었다. “몸이 힘들어서 집을 나설 수 없을 때는 이 앱부터 켜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올린 글 덕분에 덜 외로워지거든요.”

아니타와 같은 사람들이 전부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자신을 도와줄 만한 능력이 있을지 의문인 경우가 있다. (모트 박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혹은 그들과의 관계 자체가 문제의 근본 원인인 경우도 있다.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바로 그 사람들일 수 있다”고 박사는 설명한다.)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다. (“[팬데믹 이후로] 우리 모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줄었다”고 박사는 설명한다.) 이유가 그중 무엇이든, 결론은 동일하다. “주변에 끈끈한 공동체가 있다고 해도,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늘 있는 건 아닙니다.”



AI가 생성한 결과들


그래서 그들은 인터넷을 찾는다. 그들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판단이다.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휴대폰으로 심리치료를 받거나 상담 전용 메시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효과가 있다고 인정해 왔다. 체셔 ‘델라미어’ 클리닉의 치료 책임자이자 심리치료사인 크리스 로마스는 “비교적 심각하지 않은 경우라면 대면 심리치료의 결과가 딱히 더 나은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AI 챗봇이 대면 심리치료와 비슷한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린 초기 연구들도 있다. 2025년 3월 발표된 한 연구는, AI 챗봇 플랫폼인 테라봇(Therabot)이 임상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불안 및 우울 증상이 있는 참가자들은 물론, 섭식장애 고위험군 참가자들에게도 증상 개선 및 호전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4년 진행된 한 소규모 실험에서도 챗GPT가 정신의학과 환자에게 3~6회에 걸쳐 표준적인 심리치료 및 약물치료를 한 경우와 비교해 훨씬 큰 폭으로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결론에 이른 바 있다. “정신 건강에 관한 한, AI는 정보를 모으고 생각을 정리할 때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로마스는 말한다. 그는 자신이 재직하는 델라미어 클리닉의 내담자 두 명이 챗GPT의 제안에 따라 2만 파운드짜리 거주 치료시설에 입소했다고 밝혔다. “챗GPT를 이용해 치료에서 알게 된 것들을 요약해 기록하는 내담자들도 있었습니다. 마치 현대식 치료 일기처럼 말이죠.”

공인 심리학자 케이티 바지는 AI 챗봇이 특정한 유형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 “저는 분석적으로 사고하면서 직접 심리학을 공부하는 경향을 가진 야심가 유형을 특화해 연구합니다.” 런던에서 PR 매니저로 일하는 홀리 반스(36)는 섭식장애 관련 상담치료를 받기 위해 2년 동안 기다린 끝에 AI 챗봇을 이용하게 되었다. “무언가 바꿔야만 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시작했다”고 그녀는 말한다. “챗봇을 통해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가족, 친구, 혹은 심리치료사의 반응을 신경 쓸 필요는 전혀 없었고요.”

바지 박사는 이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사람에게 마음을 여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회 불안장애가 있거나, 신경다양인이거나, 감각과민이거나,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면 특히 그렇죠.” 챗봇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2022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레딧이 사회적 장벽으로 인해 평소에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에 관해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분출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발표된 한 논문은 레딧의 익명성이 ‘더 적극적이고 감정 면에서 공감하는’ 대화를 수월하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레딧에서 운영자로 활동하는 브로드는 이러한 이유로 레딧이 기존 소셜미디어와 대조된다고 생각한다. “보통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은 자신의 실제 신원이 드러나 있잖아요. 자신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거나 실연, 가까운 이의 죽음, 학대, 외로움 같은 주제에 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어려울 수 있어요.” 브로드는 이렇게 강조한다. “(레딧의) 익명성 덕분에 더 자유롭고, 더 솔직하게 대화할 수 있죠.”

이는 아니타에게는 평소 자신을 지지해 주는 주변 사람들과 레딧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수천 명을 비교했을 때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제 이야기를 하지만… 같은 수준으로는 아니에요.” 그녀가 인터넷에서 교류하는 상대는 챗봇이 아닌 인간이기에, 익숙한 아이디가 눈에 띄면 어느 정도 안도감이 드는 경험 역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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