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법원이 3일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공천배제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국민의힘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재심청구마저 기각하면서, 대구시장 선거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주호영 부의장은 "끝까지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숙고하겠다"며 향후 대응을 시사했고, 이진숙 전 위원장은 "'시민경선'을 통해 대구시민들의 선택을 받겠다"고 밝혀 사실상 무소속 출마를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공천 확정하며 거물급 후보를 내세운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내부 분열까지 겹칠 경우 보수 텃밭 대구에서의 선거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 "다소 불합리하다는 사유만으로 섣불리 효력을 무효라고 판단할 수 없어"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재판장 권성수)는 이날 "정당의 공천과정은 공직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를 정하는 고도의 정치적 의사 결정으로, 징계처분 등과 비교해 정당 활동의 자율성 보장이 더욱 강하게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당이 아무런 기준도 없이 공천심사를 하거나, 심사기준이나 절차가 당헌·당규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소 불합리하다거나 공정성에 의문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결정의 효력을 섣불리 무효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결정이 당헌 제99조의 예비심사(컷오프)제도나 당규 제14조에 의한 1단계 부적격 심사가 아니라, 당규 제15조에 의한 2단계 자격심사를 거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공천관리위원회가 배포한 심사기준 자체로 객관적인 합리성과 타당성을 현저히 잃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표결절차에 대해서는, 공천관리위원 김병래가 "참석한 11인 중 2인이 반대, 1인이 기권하였는데 나머지 8인에 대한 찬성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말한 점 등을 들어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규에 표결과 집계방법 등에 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11명으로 대규모 회의체가 아닌 점 등을 들어 무효라고 볼 정도의 중대하고 명백한 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안건 사전통지 없이 대구시장 안건을 갑자기 회부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규상 명시적 규정이 없다며, 소명기회 미부여 주장에 대해서도 면접심사를 통해 기본적인 진술 기회는 부여받았다"며 각각 기각했다.
아울러 여론조사 지지율은 여러 심사기준 중 하나일 뿐이라고 보았고, 평등원칙·신뢰보호원칙 위반 주장과 장동혁 당대표의 경쟁자 제거 목적 공천권 남용 주장도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호영 "가처분 기각 결정 깊은 유감···끝까지 원칙과 상식 지키는 길 무엇인지 깊이 숙고할 것"
주호영 부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이번 가처분 기각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주 부의장은 "특히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법원의 인용 결정에 비추어 볼 때, 법원의 판단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같은 공천 배제 문제를 두고도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 데 대해 많은 당원과 시민들께서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법부가 우리 정당의 비민주성, 정치권의 끝없는 공천 농단을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다"며 "헌법, 정당법, 공직선거법과 우리당 당헌에서 공천절차는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장식으로 전락하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결정대로라면 정당은 절차위반 사안 외에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도록 길이 열린 셈"이라며 "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와 내용 양면에서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일관되게 지적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문제의식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우선 재판부의 결정문을 세밀하게 분석한 뒤 향후 대응 방향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주 부의장은 "분명한 것은, 이번 판단이 곧 이번 공천의 정당성까지 모두 확인해 준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과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숙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진숙 "당심·민심 따르지 않는 당대표는 당대표 아냐···시민경선 통해 대구시민들 선택 받겠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공천 컷오프 유지 결정 발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와 박덕흠 공관위원회는 이 기각 결정을 근거로 이진숙과 주호영을 경선에서 배제한 채로 대구시장 경선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는 6.3 지방선거를 패배로 이끄는 '자폭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 2일 장동혁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남부지법 부장판사가 국민의힘의 당대표나 되는 것처럼 정치에 개입한다는 취지로 비판했다"며 "그런 장동혁 대표가 이번 사법부의 판결을 그대로 따르면서, 국민의힘 당의 대표는 권성수 부장판사가 되는 셈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는 당대표는 당대표가 아니다"라며 "'시민경선'을 통해 대구시민들의 선택을 받아 대구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데 앞장 서서 이 한몸 바치겠다"고 밝혀 사실상 무소속 출마를 예고했다.
박덕흠 "대구시장 경신 기존 6인 후보자 그대로 진행할 것···만장일치 의결"
박덕흠 국민의힘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3일 오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광역시장 당내 경선과 관련해 지난 3월 22일 확정된 당시 그대로 경선을 진행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유영하, 윤재옥, 이재만, 최은석, 추경호, 홍석준 총 6명의 후보자가 토론회와 예비경선을 거쳐 2명의 경선 후보를 선정하고, 이후 경선에서 최종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을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제기한 재심청구에 대해서도 "공관위 논의 결과 기각하기로 의결했다"며 "주 부의장과 이 전 위원장은 경선 과정에서 함께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대한민국과 보수의 중심에서 더 큰 역할을 이어가주실 것을 기대한다. 지방선거 승리와 대구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공관위는 앞으로도 대구시민들이 대구와 보수의 미래를 지킬 최적의 시장 후보를 선출할 수 있도록 남은 경선 전 과정을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엄중하고 공정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선을 원칙으로 진행하며 국민들로부터 마음을 살 수 있는 그런 공천을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주 부의장의 경우 무소속 출마 여지를 남겼는데 공관위에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때 가서 공관위에서 할 역할은 아니고 당에서 대응할 것이라 본다"며 "무소속으로 주호영 의원님이 출마할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당을 사랑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진숙 전 위원장의 재심 기각 사유에 대해서는 "주 부의장하고 똑같은 상황이 나왔다"며 "재심청구한 내용으로 거의 비슷하게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폴리뉴스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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