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고금리가 일상이 된 요즘, 근로소득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가구 평균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실질 소득 증가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이런 흐름 속에서 ‘부업’, ‘N잡’, ‘자동 수익’ 같은 키워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일상이 됐다. 조금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지면서, 단기간 고수익을 약속하는 고액강의 시장 역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3일 방송되는 KBS 1TV ‘추적 60분’은 이 같은 부업 열풍의 이면에서 성장한 고액강의 시장의 실태를 집중적으로 추적한다. 특히 AI 등 최신 트렌드를 결합해 ‘누구나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세운 강의들이 실제로 어떤 구조로 운영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짚는다.
방송에서는 먼저 ‘에어비앤비 운영’ 강의를 둘러싼 논란을 다룬다. 해당 강의는 수강료를 지불하면 매물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고, 이를 활용하면 적은 자본으로도 단기간 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됐다. 특히 “한 달 안에 수익이 나지 않으면 전액 환불”이라는 조건은 수강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실제 수강생들이 받아본 자료에는 에어비앤비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여관, 펜션, 호텔 등의 정보가 포함돼 있었고, 강의에서 설명한 방식대로 수익 구조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환불을 둘러싼 갈등도 이어졌다. 일부 수강생은 무료 강의 당시 ‘수익 미발생 시 100% 환불’을 안내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환불 과정에서는 과제 수행 미흡 등을 이유로 환불이 거절됐다는 것이다. 피해 사실을 SNS에 공유한 수강생에게는 강의 업체 측이 영업방해 혐의로 고소를 진행하는 등 압박이 이어졌다는 증언도 나온다.
제작진은 고액강의 플랫폼 내부 구조에 대한 제보도 확보했다. 제보자들은 강사의 실제 수익이나 수강생의 성과는 플랫폼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아니며, 강사의 수익을 부풀려 강의를 판매한 뒤 불만을 제기하는 수강생을 강퇴하거나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부여해 환불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환불 문제가 개인 간 분쟁으로 처리되는 사이, 시장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방송은 ‘무자본 투자’를 내세운 부동산 강의도 들여다본다. 초기 자본 없이 ‘0원’으로 시작해 건물을 매입할 수 있다는 방식이 소개되며 수강생들을 끌어모았고, 실제로 2년간 약 2,000명이 강의를 듣고 이 중 100여 명이 건물주가 됐다는 홍보도 이어졌다. 그러나 강의 내용에는 법인을 설립해 사업자 대출을 받고, 이를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이 포함돼 있었다.
문제는 일부 대출이 ‘AI 기업 지원금’ 등 정부 정책자금이라는 점이다. 공적 자금을 건물 투자 자금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방식이 대출 용도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강의에서는 ‘공무원들이 사업계획서를 꼼꼼히 보지 않는다’는 식의 설명이 등장해 수강생들이 법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해당 방식을 적용할 경우 상당한 대출 이자 부담 역시 뒤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또 다른 사례로는 수강료 1,800만 원에 달하는 ‘정책지도사’ 강의가 소개된다. 강의는 정책자금을 필요로 하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구조를 설명한다. 그러나 과거 이와 유사한 방식은 보험업법 위반으로 문제가 된 바 있다. 2017년 해당 강의를 수강했던 일부 수강생은 정책자금 대출을 대행하고 보험을 권유하는 영업을 하다 법 위반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강사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지만, 현재도 같은 이름의 법인을 통해 유사한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천만 원대 강의가 수십 기수에 걸쳐 운영되는 현실은 고액강의 시장의 규모와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제작진은 이 시장이 ‘교육’과 ‘상품’의 경계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 제공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대 수익을 강조해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강의에서는 ‘누구나 쉽게’, ‘확실한 수익’ 같은 표현이 반복되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경쟁 포화나 추가 비용 발생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KBS1 '추적60분'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KBS 제공
또 일부 강사의 성공 사례가 과장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소비되는 구조도 드러난다. 초보자로 소개됐던 사례자가 실제로는 관련 분야 사업을 운영하던 인물로 확인되는 등, 신뢰를 바탕으로 선택을 내린 수강생들이 뒤늦게 괴리를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온라인 강의 특성상 사전 규제가 쉽지 않고, 대부분의 피해가 사후 분쟁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누구나 쉽게 벌 수 있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강력하게 작용한다. 불안한 경제 상황 속에서 선택의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추적 60분 – 고액강의 시장, 불안 비즈니스의 민낯’ 편은 3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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