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선거에 영향 줄이려"…明 "吳가 여론조사 의뢰" 오세훈측 "피드백 과정 없어"
조사업체 강혜경·김태열도 증언…吳측 "전해들은 말뿐"·"다른 조사를 갖다 붙인 것"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6·3 지방선거 전까지 재판 일정을 멈추거나 선고 기일을 선거 전으로 잡아달라고 재차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예정대로 선거 후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 말미에 "만약 선거 마무리 전에, 혹은 선거일이 다가오기 전에 선고가 나오지 않으면 이 재판 진행 자체가 저에게는 엄청난 악재가 된다"며 "앞서서도 재판 진행을 선거 후로 미뤄주거나 최대한 서둘러서 선고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부탁의 서면을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재판 진행 과정에서 증인들의 증언이 이뤄질 때마다 당사자 본인으로서 개입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생겼지만, 그때마다 극도의 인내심으로 자제했다"며 "그러나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는 재판에 임하면서 선거를 치르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미 주요 증인을 먼저 신문하고 다소 시비가 적은 증인은 나중에 진행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줄이려고 했다"고 설명하면서 더이상은 배려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 신문은 선거 전에는 하지 않겠다"며 오 시장 측 입장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이 정도는 조율할 수 있지만 진행 자체를 안하는 것은 결코 할 수 없다"고 고지했다.
재판부는 지난 1일 공판에서 선고를 지방선거 이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오 시장 측이 내달 초까지 선고를 마쳐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판결로 선거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는 것은 하지 않으려 한다. 선거 전에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 입장에선 선거 전에 사법리스크를 터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재판부 입장에선 선거 전에 결론을 내릴 경우 불필요한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서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를 비롯해 그와 일한 사람들과 오 시장측 사이에 증언을 믿을 수 있는지를 놓고 진술 신빙성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명씨는 오 시장이 직접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오 시장 측은 명씨 주장대로라면 조사를 의뢰하고 문항을 설계하고 답변을 받는 등의 협의를 거친 피드백 과정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어 증언을 믿을 수 없다면서 진술의 신빙성을 직격했다.
여론조사 실무를 맡았던 강혜경씨에 대해선 직접 들은 내용이 없다고 오 시장 측이 반박했고, 역시 조사를 수행했다고 주장한 업체 전직 소장에 대해선 다른 쪽에서 의뢰한 여론조사를 오 시장 조사로 말바꾸기한 것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됐다.
명씨는 2021년 1월 20일께 오 시장을 만났고, 당시 여론조사 2천개 샘플에 얼마나 드냐고 물어서 2천만원 정도 든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1월 22일에는 오 시장이 전화해 '나경원이 이기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돼서 (내가) 이기는 여론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재판부가 '강철원 말고 오세훈에게 통으로 한번 의뢰받은 게 맞느냐'고 묻자 명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에 오 시장 측은 증언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진술 신빙성을 공격했다.
오 시장 변호인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면 증인과 선거 전략 수립, 문항 설계 등 일련의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오 시장과 강 전 정무부시장에 의하면 이런 피드백 과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명씨 측과 여론조사에 관해 논의한 적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의 사례를 보면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일반적인데 오 시장 측과는 그런 과정이 전무했다고도 했다. 이에 명씨는 "전화로 설명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또 포렌식 결과에 따르면 여론조사는 1월 22일 오후 2시께 시작됐는데, 오 시장 측에서 오후 3시30분 이후에 여론조사를 해달라는 전화를 네 차례 했다고 주장하는 건 포렌식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지적했다.
오후 재판에서는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인 강혜경 씨와 김태열 전 소장의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강씨는 "명태균이 증인에게 '김한정이 오세훈 스폰서다'라고 얘기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맞는다고 답했다.
오 시장 변호인들이 "'오세훈이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비용은 김한정이 대신 낸다'는 이야기를 명태균 본인이 아니라 김한정이나 오세훈에게 직접 들은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직접 들은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이런 질문 역시 증언의 신빙성을 지적한 것이다. 오 시장 측은 4일 강씨 첫 증언에서도 그가 직접 경험한 게 아니라 명씨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얘기한다며 증거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직접 경험한 게 아닌 전해 들은 말인 '전문진술'에 불과해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취지다.
김 전 소장도 명씨가 자신과 강씨에게 '오 시장이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명씨와 오 시장이 전화하는 것을 목격했냐는 질문에는 "검찰 조사에서도 명씨가 수시로 녹음해서 들려주거나 스피커폰으로 통화했을 때 오 시장 목소리가 '서울에 언제 오느냐'고 말하는 걸 들은 적 있다고 진술했다"라고 했다.
오 시장 측은 김 전 소장에 대해서도 반박에 나섰다. 오 시장 측은 그가 명씨 업체의 '바지 사장'이라고 지적해왔다.
변호인이 강씨가 2021년 2월께 지인에게 여론조사에 대해 '김종인 의뢰'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을 근거로 "당시 강씨에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의뢰했으니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를 하러 나가라고 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당시 업체 부소장이었던 강혜경씨는 '김종인 의뢰'로 여론조사를 한다고 김씨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그것을 지금은 오 시장 여론조사라고 바꿔 주장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다. 이에 김 소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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