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대만 TSMC의 일본 내 첨단 공정 투자 확대와 일본 국책 파운드리 라피더스의 기술 추격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3나노(㎚) 양산 거점이 일본으로 확대되는 동시에, 1.4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경쟁까지 가시화되면서 한·미·일·대만 간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경제부는 최근 TSMC가 제출한 일본 구마모토현 3나노 반도체 생산 계획을 승인했다. 해당 물량은 현재 건설 중인 제2공장에서 생산되며, 2028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월 생산능력은 1만5000장 규모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등 고성능 연산 수요를 겨냥한 첨단 공정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제2공장에 최대 7320억엔(약 7조원)의 보조금 지원을 결정, 추가 지원도 검토 중이다. 약 170억달러(약 25조원)로 추정되는 이번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일본은 차량용·산업용 반도체 중심에서 첨단 공정까지 생산 기반을 확장하게 됐다.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려는 ‘경제안보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수요 측면에서도 TSMC의 위상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첨단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TSMC는 2028년까지 생산 물량이 사실상 모두 예약된 상태다. 미국 애리조나 공장 역시 2030년 양산 계획임에도 주문이 이미 마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 부족이 구조화되면서 고객사들의 선택지는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은 경쟁 구도에도 변화를 낳고 있다. TSMC 생산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지면서 일부 수요가 삼성전자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수율은 6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으며, 안정적 양산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일부 첨단 공정 수주가 삼성으로 분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일본은 TSMC 유치에 더해 자체 파운드리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라피더스는 2022년 설립 이후 1.4나노 공정 개발에 착수,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시에 2나노 공정 테스트 칩 생산과 양산 준비도 병행하는 등 기술 로드맵을 앞당기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라피더스의 단기 경쟁력에 대해선 신중한 시각도 존재한다. 첨단 공정은 기술 개발뿐 아니라 대규모 생산능력과 고객 기반 확보가 필수적인데, 현재로선 캐파와 인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양산 체제를 구축해 글로벌 고객 주문을 소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초미세 공정 경쟁은 이미 차세대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TSMC와 인텔은 2028년 전후 1.4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2나노 수율 안정화를 기반으로 유사한 시점의 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산 시점과 기술 진척은 시장 상황과 경쟁사 움직임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생산 거점 다변화, TSMC의 공급 한계, 후발 주자의 기술 추격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물량’과 ‘미세공정’ 두 축에서 동시에 재편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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