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실체 드러나…주한미군은 미국 글로벌 전력툴”
|
3일 민주당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호르무즈의 덫, 미국발 중동전쟁과 한국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이기헌 의원 등이 공동 주최했으며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연세대 교수),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현일 세종대 교수, 서주석 전 국방부 차관 등이 발제·토론자로 참여했다.
‘미국발 중동전쟁과 한국의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제한 최종건 전 차관은 이란 전쟁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를 ‘질서 교란형 패권’으로 규정했다. 또 △협상을 신뢰가 아닌 압박의 연장으로 활용 △예측 불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자산화 △목표는 크게 말하고, 작전은 제한적으로 설계 △동맹을 가변적 전투 파트너로 인식하는 점도 트럼프식 외교로 설명했다.
특히 최 전 차관은 “동맹을 고정된 공동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묶고 풀 수 있는 일종의 전투 파트너 정도로만 인식한다”며 “사전에 조율된 행동을 하기보다는 특정 작전에 동의하고 참여가 있어야 동맹으로 규정한다. 일종의 연합형 전쟁 방식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어 “동맹의 약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맹의 실체가 드러난 것으로 본다”며 “한미동맹은 우정의 언어로만 움직이지 않고, 전력 우선순위와 미국 국익을 위한 서열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에도 우리는 같은 충격을 ‘예상 밖’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최 전 차관은 중동전쟁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한국과 협의 없이 차출한 것으로 알려진 패트리엇 포대와 사드체계를 언급하며 “주한미군 자산은 한국 방어 전용 자산이 아니라 미국의 글로벌 전력툴(tool)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며 “전작권 전환과 자주적 억지력 강화는 더 이상의 상징과 멘트가 아니라 비용 대비 효율의 문제로 급추진돼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최 전 차관은 한국-이란 관계에 대해서는 “관계를 끊을 수도, 복원할 수도 없다”며 △단절하지 말 것 △환상도 갖지 말 것 △실무 채널은 유지할 것 △전략적 선은 넘지 말 것 등 4가지를 제안했다. 특히 이란과 선박·교민·자산 문제 해결을 위한 장·차관급 소통채널을 유지할 것도 강조했다.
또 중동 전체도 하나의 시장으로 보지 말고 국가별 기능에 따른 관계 재설정도 주문했다. 특히 카타르와 오만에 대해서는 “위기 시 한국의 숨통을 틔워주는 외교적·물류적 완충 지대”라며 “두 나라를 ‘친한 나라’ 정도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핵심 노드(Node)로 관리해야 한다. 사우디·UAE가 자산의 축이라면 카타르·오만은 완충의 축”이라고 말했다.
◇외교 압박 대응에 국회 역할 강조…한반도 발진기지 우려
|
해군참모차장 출신인 김현일 세종대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위기를 단순한 외교 문제를 넘어 우리 경제의 생존권 문제로 규정했다. 또 “트럼프가 보여준 것은 자신의 국제 질서 유지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외교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행정부가 협상할 때)제일 말이 잘 통하는 게 의회에 핑계 대는 것”이라며 “‘우리 의회에서 이렇게 난리다’라는 말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가진 국가에서 제일 잘 통하는 말”이라고 했다.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김정섭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주한미군 전략자산의 반출보다 대만해협 등에서 미-중 충돌 발생 시 주한미군 기지가 ‘발진기지’로 활용되는 위험성을 더욱 강조했다.
그는 “대만 해협에서 미-중 전쟁이 벌어지고 오산 및 군산에서 미 전투기가 떠서 대만 해협에서 작전을 하면 한반도가 걸프 국가들이 겪는 것처럼 미중 전쟁의 한복판에 끌려들어가는 위험이 있다”며 “한반도가 반복적 발진 기지로 사용되는 형태의 주한미군 활용에 대해서는 한국이 거부권에 준하는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4월9일 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양측이 모두 충돌을 멈추고 정상으로 돌아가는 ‘진정한 휴전’은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
최 전 차관은 “사실 휴전 얘기는 당분간 안 했으면 좋겠다. 어제(2일) (트럼프 대통령의)인터뷰를 들어보지 않았나”라며 “통상 전쟁이 나면 양측이 프로세스를 통해서 합의를 해서 종전을 선언한다. 어제 맥락은 자기(트럼프 대통령)가 시작한 전쟁을 자기가 알아서 끝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호르무즈 해협 통행 및 이란의 통행세 부과 움직에 대해서는 “미국이 방기하겠다고 한다면 영국·프랑스·일본 등과 소위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호르무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한다. 자유항행 체제에서 절대로 통행세를 낼 수 없다”며 “외교부에서 테헤란에 가든지 주한 이란 대사를 만나든지 우리 배의 통행 우선권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기헌 의원은 “(중동전쟁을 통해)미국은 동맹국으로부터 도덕적 지도력을 상실했다. 미국 지도력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에너지 위기를 비롯한 경제 위기를 어찌 극복할 것인가가 큰 숙제”라며 “동맹을 전제로 하되, 동맹이 흔들릴 때 작동하는 국가 시스템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집권 세력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