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 충격이 시차를 두고 국내 실물 경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의 강력한 가격 억제책으로 간신히 2.2%대에 묶어뒀던 소비자물가는 이달 들어 국제유가 폭등과 고환율이 맞물리며 본격적인 상승 궤도에 진입할 전망이다.
정부 정책이 만든 '3월의 일시적 정체'
지난 2일 한국은행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오르며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석유류 물가가 9.9% 급등하며 3년 5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치솟았음에도 오름폭이 0.2%포인트(p) 확대에 그친 것은 정부의 '석유류 최고가격제'와 농산물 출하 확대 덕분이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석유류 가격이 큰 폭 상승했으나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힘입어 오름폭 확대가 소폭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두바이유 가격이 한 달 새 87.9% 폭등하고 환율이 1,490원대를 위협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인위적인 가격 상한 설정이 물가 폭발의 완충지대 역할을 한 셈이다.
4월부터 '공급발 물가' 전방위 확산 우려
문제는 정책적 방어의 유효기간이다. 금융권과 한은 모두 4월 이후 물가 경로에 대해 일제히 경고등을 켰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중후반(2.6~2.8%)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류 소매 가격이 물가 상승률을 40bp(0.40%p)가량 직접 끌어올리는 데다, 유류할증료 인상에 따른 항공 요금 연쇄 상승이 서비스 물가를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항공료는 노선별로 최대 15%까지 인상이 예고되어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되는 비료 원료(요소) 가격 상승은 향후 농산물 가격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밖에 없다. 최지욱 연구원은 "공급발 물가 상승의 2차 전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기대인플레이션 반등… 고환율이 변수
심리적 지표도 불안하다. 향후 1년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7%로 5개월 만에 반등했다. 원 · 달러 환율이 3월 평균 1,492.5원까지 치솟으며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점도 상방 압력을 키우는 핵심 변수다.
정부는 생활 밀접 43개 품목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일일 가격 조사에 나서는 등 총력 대응에 돌입했다. 하지만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는 한, 4월 물가는 '정책적 억제'보다 '시장 가격 전이'가 우세한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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