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미국 해군 차기 훈련기 사업에서 개발비 상한이 설정되고 요구 조건이 완화되면서 록히드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안하고 있는 TF-50N이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총 216대 규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수주 시 수조원대 물량 확보와 미 해군 공급망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 K방산의 핵심 수출 사업으로 꼽힌다.
◇ 일정·비용 기준 명시…훈련 방식도 조정
지난달 25일 미 정부는 T-45를 대체할 신형 훈련기(Undergraduate Jet Training System, UJTS) 사업 착수를 위해 관련 업계에 제안서 제출을 요청하는 제안요청서(RFP)를 공고했다. 요청서에는 신형 훈련기 체계개발(EMD)을 비롯해 초도생산(LRIP) 물량, 지상훈련장비(GBTS), 한시적 군수지원(I-CLS) 항목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미 해군은 이번 사업을 통해 총 216대의 신형 훈련기를 확보할 계획으로, 내년 3월 계약 체결 이후 2030년대 중반까지 단계적으로 전력화할 예정이다.
에비에이션위크 등 항공 전문매체에 따르면, 이번 RFP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개발비 상한’을 명확히 제시한 점이다. 미 해군은 신형 훈련기 체계개발에 들어가는 총비용이 17억5100만달러(약 2조5000억원)를 넘을 경우 해당 제안을 수주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또 회계연도 2027년과 2028년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 상한도 별도로 설정해 연도별 예산까지 제한했다. 이와 관련해 군사 전문가들은 미 해군이 성능뿐 아니라 정해진 예산과 일정 안에서 사업을 완료할 수 있는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요구조건 중 가장 큰 변화는 항공모함 착함 훈련 방식이다. 지금까지 미 해군 훈련기의 필수로 여겨졌던 실제 항모 착함과 항모 비행갑판에서 착함 후 즉시 이륙하는 터치앤고(Touch and go) 훈련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미 해군은 항모용 전투기인 F/A-18E/F와 F-35C에 적용된 정밀착함모드(PLM)를 탑재해, 일반 활주로에서 착함과 유사한 상황을 재현하는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실제 항모 착함은 해당 훈련 과정을 마친 뒤 전투기 전환 단계에서 별도로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항모에서 직접 착함을 수행하려면 기체 구조와 착륙장치를 강화해야 하고, 시험 과정도 복잡해진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 해군은 착함 관련 요구를 완화하고, 일정과 비용을 고려한 방향으로 훈련기 기준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기준 변화의 배경에는 신규 기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에 대한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훈련기를 완전히 새로 설계할 때 발생하는 일정·비용 부담은 미 공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보잉과 사브가 공동 개발한 T-7A 레드호크는 개발 과정에서 구조 시험과 비행 특성, 탈출장치(사출좌석) 문제 등이 이어지며 일정이 여러 차례 지연됐다. 특히 지난 2023년 초도 기체를 인도한 이후에도 시험·평가가 지연되면서 미 공군은 노후한 T-38 훈련기를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 4강 구도…기존 플랫폼 중심 경쟁
이번 사업 수주를 위해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들은 이미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현재 후보로는 보잉-사브의 T-7, 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F-50N, 텍스트론-레오나르도의 M-346N, 시에라 네바다의 프리덤 트레이너 등 4개 기종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프리덤 트레이너를 제외한 나머지 3개 기종은 이미 운용 중이거나 비행시험이 진행된 플랫폼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종이 일정과 비용을 중심으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가운데 TF-50N은 록히드마틴과 KAI가 공동으로 개발한 T-50 계열을 기반으로 미 해군용으로 제안된 훈련기다. T-50 계열은 우리 공군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태국 등에서 운용되고 있으며,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고등훈련기로 알려져 있다. TF-50N은 이러한 기본 플랫폼을 바탕으로 미 해군 훈련 요구에 맞게 항전장비와 운용 개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RFP가 신규 개발 기체보다 기존 플랫폼 기반 기체에 유리한 만큼, TF-50N이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록히드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미 공군 차기 훈련기(T-X) 사업에도 참여한 바 있다. 미 공군은 노후한 T-38을 대체하는 해당 사업에서 보잉·사브 팀의 T-7A를 최종 선정해 록히드마틴과 KAI가 제안한 T-50A는 고배를 마셨다. 당시 미 공군은 성능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과 일정 준수 가능성을 주요 기준으로 평가했지만, 보잉·사브 팀이 제안가를 상당히 낮춰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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