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난’ 소용돌이 갇힌 K제약, 트럼프發 외풍에 안방 토대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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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난’ 소용돌이 갇힌 K제약, 트럼프發 외풍에 안방 토대 ‘흔들’

이뉴스투데이 2026-04-03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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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특허의약품과 원료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제약 산업이 구조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사진=셔터스톡]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특허의약품과 원료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제약 산업이 구조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사진=셔터스톡]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특허의약품과 원료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제약 산업이 구조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 한국 등 일부 무역합의국에는 15% 관세율이 적용되지만, 생산기지 이전과 약가 인하를 동시에 압박하는 정책 기조가 유지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2일(현지 시각)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관세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것으로 대기업은 120일, 중소기업은 180일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특허의약품과 원료에는 기본적으로 100% 관세가 부과되지만, 한국·유럽연합(EU)·일본 등에는 15% 수준으로 낮춰 적용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관세 정책이지만, 실제 목적은 가격과 생산을 동시에 통제하는 데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지렛대로 글로벌 제약사들에 미국 내 약값 인하를 요구, 이에 응한 기업에는 관세 면제 혜택을 부여했다. 반대로 협상에 응하지 않는 기업에는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관세가 보호무역 수단을 넘어 글로벌 제약사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외부 압박은 국내 산업 구조 취약성과 맞물리며 충격을 키우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원료의약품(DS) 자급률이 25% 수준에 그치고, 사용량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서면서 원료 구매 비용은 급등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중심의 약가 체계상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정책 변수도 부담을 더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는 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판매량 증가 시 약가를 다시 낮추는 사후관리 제도까지 병행되면서 업계 수익성은 추가로 압박받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밖에서는 가격 인하 압박, 안에서는 약가 인하 정책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런 환경이 산업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약가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국내 제약사들은 매출이 낮은 품목을 정리하고, 단기 실적 확보를 위해 다국적 제약사 제품 도입에 집중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R&D) 중심의 성장 전략이 약화되고, 글로벌 기업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장기적으로 국내 제약 산업의 자립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제약사는 약가 인하로 최대 20% 수준의 매출 감소를 예상하며 품목 구조조정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리스크까지 겹치며 공급망 불안도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니다. 이란 사태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나프타 수급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나프타는 의약품 용기와 포장재, 수액백, 주사기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의 핵심 원료로, 수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생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제약사는 포장재와 의료용 소모품 재고가 1~2개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필수 의약품 공급 차질을 막기 위해 대응에 나섰지만, 구조적인 원료 의존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관세, 환율, 원료 수급, 약가 정책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제약 산업은 ‘비용 상승-가격 통제’ 구조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생산기지 이전 압력이 강화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가격 규제가 이어지며 투자 여력이 위축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원료 의존 구조를 낮추기 위한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수준을 넘어, 핵심 원료의 국내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장기 계약을 통한 조달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원료의약품 국산화와 전략 비축 체계 구축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고부가 원료의약품 중심의 선택적 국산화, 장기 구매 계약을 통한 가격·물량 고정, 동남아·인도 등 대체 생산 거점 확보를 통한 ‘다중 공급망’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특히 모든 원료를 자급화하기보다는 항생제·수액 등 필수의약품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를 중심으로 전략적 내재화를 추진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기업 단독 대응이 아닌 정부 차원의 산업 인프라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원료의약품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공공 비축 시스템 구축 등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자급화 전략은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단순한 비용 상승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이 흔들리는 단계”라며 “원료와 생산 기반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기업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원료를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환율이나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비용이 급격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단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공급망을 내재화하고, 핵심 원료와 생산 역량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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