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요 인프라 공격하며 합의 촉구…"트럼프도 종전 절실" 관측도
이란도 쿠웨이트 정유소·美기술기업 공격…"백신연구소 공습당했다" 주장도
'호르무즈 개방 촉구' 안보리 결의안 표결 예정…이란 "도발적 행동"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더 강도 높은 공세를 예고한 뒤로 중동 곳곳에서 양측 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이 전쟁으로 에너지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피해를 본 국제사회는 이란이 선박 통행을 막은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 위한 외교에 박차를 가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한 군함 파견 요청에 응하지 않은 동맹국들을 거세게 비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포석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2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과 서부 도시 카라즈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의 B1 교량을 공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교량이 붕괴하는 영상을 올리고서는 "이란이 너무 늦기 전에,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기 전에 합의해야 할때!"라고 적었다.
이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겠다"면서 향후 2∼3주간 이란을 강력히 타격하겠다고 밝힌 뒤에 이뤄졌다.
이 공격으로 최소 8명이 숨지고 95명이 다쳤다고 이란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SNS 글에서 "다음은 다리, 그다음은 발전소"라고 말해 주요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란은 보복을 예고했으며, 요르단과 바레인의 미군기지를 상대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쿠웨이트 육군은 쿠웨이트 영공에 진입한 적 미사일과 드론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석유공사는 이날 미나 알아흐마디의 정유소가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고 쿠웨이트 국영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이란 보건부는 파스퇴르연구소가 공격받았다고 주장했다.
1920년에 설립된 이 연구소는 이란에서 가장 오래된 공중 보건센터로 백신 개발과 전염병 예방 연구가 이뤄졌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다만 미국 당국자는 미국이 공격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그런 공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란적신월사의 지난 1일 발표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2월 28일 공습을 시작한 이래 이란에서 최소 316개의 의료 서비스 및 응급 센터가 피해를 입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바레인에 있는 아마존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소재 오라클 데이터센터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앞서 IRGC는 미국의 정보기술(IT) 및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이란 간부 암살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미국과 이스라엘에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암살이 계속되면 이들 기업을 공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두바이 정부 공보실은 오라클 데이터센터 공격을 부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는 대형 사무실 관리자들이 정부의 '안보 지시'를 언급하며 입주 기업에 향후 며칠간 재택근무를 하라고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들 사무실에는 애플, JP모건체이스, 마이크로소프트, 델 등 미국 기업이 입주해있다.
예멘의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처럼 양측 간 무력 충돌이 계속되면서 인명 피해가 쌓이고, 조기 종전에 대한 기대도 멀어지는 형국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이란에서 1천900명이 넘게 죽고, 미군 13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에서 19명이, 걸프국과 서안지구에서 20여명이 숨졌다.
그러나 유가 급등이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되고 전쟁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도 외교를 통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으며 그의 위협적인 언사는 그 또한 종전이 절실하다는 징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국방부 중동 자문 출신인 재스민 알가말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 느끼는 것은 그가 실제로는 합의를 간절히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동의 에너지에 의존하는 세계 주요국은 이란이 폐쇄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기 위한 외교 노력을 이어갔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관련 결의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AP와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바레인이 발의한 이 결의안은 다른 걸프 아랍국가와 미국이 지지하며, 유엔 회원국에 상선 운항 보호에 "필요한 모든 방어 수단"을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원래 "필요한 모든 수단"을 허용한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무력 사용을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표현이 완화됐다. 중국과 러시아는 비토 권한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다만 표현 완화만으로 러시아와 중국이 결의안에 찬성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결의안 표결은 당초 이날 이뤄질 예정이었다가 오는 4일로 미뤄졌다.
압박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안보리 결의안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뿐인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40여개국은 2일 영국 주재로 화상회의를 열어 이란에 "무조건적인 해협 재개방"을 촉구했으며, 외교적 압박 강화와 제재를 포함한 해협 개방 방안을 논의했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의 전쟁이 끝난 뒤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통제권을 일정 수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감시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토콜을 오만과 함께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