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서울 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는 최석운(66) 작가의 개인전 ‘FIGURE SCENES’를 다음달 2일까지 개최한다.
일상의 익숙한 장면을 기이하고 낯선 예술적 순간으로 치환해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피규어(Figure)’다. 이는 실재를 닮았지만 생명성이 제거된 상태를 의미하며,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 시대 인간 존재의 상태를 서사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간 작가가 천착해온 인물 중심의 이야기 구조를 넘어,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거대한 정서적 풍경으로 통합되는 새로운 회화적 전환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작가의 이 같은 변화에는 시공간적 환경의 변화가 큰 몫을 했다.
팬데믹으로 전시가 중단된 시기, 전남 해남 임하도에서 보낸 1년여의 고립된 생활은 익숙했던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이어진 이탈리아 시칠리아와 피렌체 여행은 그의 시선을 인간 중심에서 인간 너머의 풍경으로 확장시키는 결정적 동력이 되었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인물을 단순히 풍경 속에 배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풍경이 곧 인물이 되고, 인물이 다시 풍경으로 치환되는 순환 구조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재구성한다.
출품작들은 작가의 내밀한 경험과 세밀한 관찰에서 출발한다. 자전거 여행 중 만난 인물의 잔상을 담은 ‘섬진강’이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온전히 눈에 들어온 풍경을 기록한 ‘모란꽃 밭에서’ 등은 일상의 틈에서 길어 올린 시선의 기록물들이다. 특히 유기견 구조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Vacances’ 연작은 묘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돗자리 위에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개들의 모습은 공존과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데, 역설적으로 화면 속 동물은 생명력을 지닌 반면 인간은 정지된 존재처럼 묘사되어 기묘한 대비를 이룬다. 또한, 인물 간의 감정 흐름이 차단된 채 놓인 ‘발코니’ 연작은 정적인 구도 속에서 현대인의 단절된 관계를 날카롭게 포착해 낸다. 최석운 작가가 그려낸 무표정한 ‘피규어’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감정을 지운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대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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