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GM한국사업장(이하 한국GM)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 본사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이끌며 제조 경쟁력 강화에 나섰고, 노조와의 갈등도 한층 누그러진 분위기다. 지난달 한국GM의 국내외 판매량도 전년 대비 24.2% 증가하며 소형 SUV 생산·수출 거점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3일 한국GM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외 시장에서 5만1215대를 판매했다. 지난 1월에 이어 월 4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올해 실적 증가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다. 전년 대비 각각 12.6%, 56.0% 올랐다. 여기에 발맞춰 투자도 늘렸다. 지난달 25일 국내 공장에 총 6억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항간에 떠돌던 철수설은 자연스레 누그러졌다.
한국GM은 내수 판매 감소와 미국 관세 등 악재 속에서도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투자 발표는 철수설에 대한 강경 대응 차원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18년 한국 정부로부터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던 한국GM은 약속한 ‘10년간 사업장 유지’ 기한이 2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속 운영에 대한 의문을 샀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노사 갈등으로 확대돼 철수설에 무게를 실었다. 갈등의 핵심이었던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는 지난달 10일 합의에 도달했다.
투자 방침에 대해 한국GM 헥터 비자레알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사업장 운영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도 “안정적 생산과 안전 문제 취약점 해소 측면에서 이번 투자를 환영한다”고 답했다.
이번 투자에는 생산 설비 현대화, 안전 인프라 및 작업환경 개선, 운영 효율성 향상 등이 포함됐다. 공장 경쟁력 전반을 끌어올려 글로벌 연구개발(R&D)과 고부가가치 차량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GM 관계자는 “국내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설비 투자와 인프라 강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은 생산 물량 대부분을 미국으로 수출하며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GM의 지난해 국내 판매는 1만5094대에 그쳤지만, 수출은 44만7216대에 달했다. 대미 수출 비중은 86.8%(38만8280대)를 차지했다.
GM 메리 바라 회장이 직접 한국GM의 성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열린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국 관세율 인하 등 유리한 정책적 변화에 힘입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며 “쉐보레 트랙스와 뷰익 엔비스타와 같은 소형 크로스오버 모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트랙스와 엔비스타 는 모두 한국GM이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해 29만6658대를 해외 시장에 판매하며 현대차·기아 차종을 제치고 수출 1위 모델에 올랐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는 제품 설계·디자인·생산·판매 전 과정을 소화할 수 있는 한국GM의 경쟁력이 꼽힌다. GM이 한국에서 운영하는 R&D센터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GMTCK)’는 미국 본사 연구소 다음으로 큰 규모다. 한국GM은 소형 SUV 모델들을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GM은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며 GM의 소형 SUV 생산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2021년 22만3623대로 저점을 찍은 이후 ▲2022년 25만8260대 ▲2023년 46만4648대 ▲2024년 49만4072대로 증가했다. 지난해 생산량은 46만826대로 소폭 감소했지만, 최근 GM은 한국GM에 ‘풀 캐파(생산 능력 최대치)’에 맞춘 50만대 생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국내 생산 모델의 글로벌 수요는 충분한 상황”이라며 “환율·관세 등 대외 여건만 불리해지지 않으면 올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입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한국GM은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1만5094대를 판매했다. 경차 스파크를 앞세워 연간 18만대를 판매했던 2016년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업계에서는 차량 라인업 축소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국GM은 지난해 기준으로 소형 SUV 2종과 픽업트럭 등 4종의 차량만 판매했다. 생산과 실적의 중심이 해외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내수 회복에 대한 동기가 상대적으로 약해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GM은 올해 내수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기존 쉐보레와 캐딜락에 GMC, 뷰익을 추가해 4개 브랜드 체제로 재편하고 신차를 공격적으로 투입한다.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인 슈퍼크루즈 적용 차량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GM은 슈퍼크루즈 도입을 위해 약 100억원을 투자해 국내 고정밀(HD) 지도를 구축한 바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그간 국내 판매 제품이 적었기 때문에 올해 여러 고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제품 라인업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신규 브랜드 도입·슈퍼크루즈 적용 확대 등 지난해 발표한 계획을 하나씩 실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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