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건설공제조합(이하 건공)의 회생기업 대상 추가 변제 강요 문제가 처음으로 국토교통부 장관 앞에서 공식 제기됐다.
염태영 의원(국토위 · 더불어민주당 · 수원무)은 출석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국회 앞에서 대우산업개발 노조가 37일째 시위,농성하는 거 알고 계세요?"라고 물었다. 김 장관은 "죄송합니다. 잘 몰랐습니다"라고 답했다.
"건공 내규, 채무자회생법 위에 군림···68개사 vs 4개사 형평성도 따졌다"
염태영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건공 문제의 핵심 쟁점을 세 가지로 짚었다.
첫째는 법적 구조의 문제다. 염 의원은 "법으로 보면 이렇게 요구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건공의 내규가 상위법인 채무자회생법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무자회생법은 회생계획에 의하지 않은 개별 변제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우산업개발은 분식회계와 대규모 자금 유출로 회생절차에 들어갔으며, 코스피 상장사인 현 경영진이 법원의 허가 아래 회사를 인수했다. 현 경영진은 지난해 2월 채권단 78%의 동의로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고, 올해 3월에는 건공을 포함한 모든 채권단에 대한 현금 변제를 완료했다. 그럼에도 건공은 전 경영진 시절 발생한 출자전환 구상채권 181억 원을 추가로 갚지 않으면 신규 보증을 발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둘째는 형평성의 문제다. 건공이 국토위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회생절차를 마친 조합원 중 법원 인가 변제율대로만 상환한 업체는 68개 사인 반면, 변제율을 초과해 추가 상환한 업체는 4개사다. 동일한 법적 절차를 거친 기업들 사이에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 근거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염 의원은 이를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셋째는 감독 공백의 문제다. "보증이라는 금융 상품을 취급하면서도 금융 당국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 문제를, 국토부가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건공은 건설산업기본법에 근거해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보증 업무에 대한 1차 감독 권한은 국토교통부에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37일째 이어지는 시위,농성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건공이 국토교통부 감독 대상 특수법인임에도 회생기업에 대한 추가 변제 강요 논란이 소관 부처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국회 전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김 장관은 "확인해서 대책을 마련해 정확하게 보고를 드리도록 하겠다"며 "현장에도 방문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장관이 의원에게 공식 보고를 약속한 데 이어 현장 방문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건공 문제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후속 조치가 불가피해졌다.
회생법률전문가 "채무자회생법 · 민법 3중 위반, 원천 무효"
회생법률전문가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채무자회생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법률가는 건공의 변제 강요 행위가 채무자회생법과 민법 양 측면에서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단언했다.
첫 번째는 채무자회생법 위반이다. 인가된 회생계획에 따라 건공의 구상채권 96.3%는 출자전환 후 무상소각으로 법률상 소멸했다. 이 채권에 대한 변제 약정은 회생계획의 효력을 정한 강행규정(제131조·제251조·제252조)을 위반하는 동시에, 회생절차 종결 이후에는 회생계획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시적 한계(제282조 제1항)를 잠탈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건공 스스로 동의해 확정된 회생계획을 사후에 번복하는 것은 회생계획의 불가쟁력(제255조 제1항)에도 저촉된다. 해당 법률가는 "채무자회생법의 강행규정성은 단체 내부의 자치적 법규범보다 우선 적용된다"며 "건공이 사적 자치의 영역이라고 항변해도 그 약정은 강행법규 위반으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민법 제104조 위반이다. 건설업 영위에 필수적인 보증 서비스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압박은, 대우산업개발의 경제적 궁박 상태를 악의적으로 이용한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률가는 한국전력공사가 단전 조치를 무기로 새 소유자에게 전 소유자의 체납요금 납부를 강요한 사안에서 대법원이 이를 불공정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판시한 판례(대법원 92다16669)를 근거로 제시하며 "보증 거래를 볼모로 삼아 변제 의무가 없는 채권의 현금 변제를 강제한 행위는 민법 제104조에 위배된다"고 했다.
세 번째는 민법 제103조 위반이다. 보증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법정단체인 건공이 그 지위를 남용해 면책된 채권의 추심을 강요한 행위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해당 법률가는 "건공의 행위는 채무자회생법상 집단적 채무조정 질서를 독점적 권한으로 사적 우회 · 잠탈하는 것에도 해당한다"고 밝혔다.
노조 37일 시위·농성···국토부 실제 조치 나오나
경영진이 보증 재개를 위해 10년 분할 181억 4,174만 원 상환 계획에 서명하고 2025년 하반기 약 5억 원을 납부한 상황에서, 노조는 3회차 납부에 제동을 걸었다. 건공은 즉각 모든 업무거래 정지를 통보했고, 대표사로 선정돼 있던 3,800억 원 규모의 대형 공사는 보증서 발급 불가로 백지화 위기에 처했다. 노조는 2월 24일 조합원 50여 명의 국회 앞 행진 시위를 시작으로, 이후 국회 앞 시위와 농성을 37일째 이어가고 있다. 노조위원장은 앞선 취재에서 "건공의 불법에 지금 우리가 타협하면, 다음 피해기업도 똑같이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감사원 진정에 이어 건공 임원진에 대한 사기 · 배임 · 강요 혐의 형사고발,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건공의 보증 독점 문제는 1999년 이후 수차례 감독 기관의 개입 시도가 있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금융감독원 감독 일원화는 법안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공정위 시정 권고는 약관 수정으로 무력화됐으며, 2018년 공정위 조사는 이듬해 무혐의로 종결됐다.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관련 법안 두 건도 폐기됐다.
건설산업기본법 제67조는 건공이 보증 규정과 약관을 변경할 때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사전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감독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가 이번 장관의 공개 약속을 실제 내규 시정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폴리뉴스 조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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