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50년의 이면…FT "日 장인정신 빼앗고, 中 산업 굴기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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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50년의 이면…FT "日 장인정신 빼앗고, 中 산업 굴기 키웠다"

이데일리 2026-04-03 13:41: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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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창립 50주년을 맞은 애플이 세계 최고 수준 기업에 자리매김한 이면에는 일본의 장인 기술을 빼앗고 중국의 제조 역량을 키운 공급망 전략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간) 애플 내부 관계자 다수의 증언을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다만, 애플은 이 기사의 전제가 사실과 다르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 2007년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콘퍼런스에서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디지털 음악 플레이어와 카메라 기능을 겸한 새로운 휴대전화, 이른바 ‘아이폰’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AFP)


FT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가 애플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뒤 첫 7년간 애플의 누적 순이익은 약 21억 달러(약 3조1700억원)에 불과했다. 현재 애플은 매주 21억 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다.

◇“영상 찍어가면 그만”…일본 장인 기술 흡수 전말

FT는 애플이 일본 장인과 협력해 독자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영상으로 기록해 중국에서 대규모 자동화로 전환하는 방식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대표적 사례가 아이팟 클래식의 스테인리스 스틸 후면이다. 두께 0.4mm에 거울처럼 반사되는 이 소재는 일본 장인의 수작업 폴리싱으로 완성됐다. 애플은 이 공정을 낱낱이 촬영했다. 장인의 손목 각도, 폴리싱의 압력과 속도, 열 관리 방법까지 수학적 코드로 변환해 중국에서 자동화했다. 이 과정은 일본 언론인 고토 나오요시와 모리카와 준이 2013년 펴낸 책 ‘애플 제국의 실체’에도 기술돼 있다.

일본 전자제품 제조기업 샤프(Sharp)도 피해를 입었다. 애플은 2000년대 후반 아이폰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확보를 위해 샤프의 TV 공장 개조에 약 10억 달러를 선투자했다. 공장 안에는 샤프 직원 접근이 금지된 애플 전용 사무 공간이 마련됐으며, 삼성과 대만 기업 출신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이 파견됐다. 애플은 독점 공급 계약을 통해 생산라인 노하우, 제조 방법, 원가 구조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을 확보했다. 한 공급망 고위 임원은 “일본인들은 아직도 화가 나 있다”며 “그들의 장인 정신, 비법이 완전히 빼앗겼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애플은 빈틈이 없었다. 표준 구매 주문서 약관에는 공급업체가 모든 소유권, 권리, 이익을 유보 없이 양도하도록 규정돼 있다. 일본의 학자 4명은 2021년 논문에서 이를 ‘포획형 거버넌스’로 규정했다.

사진=로이터


◇중국은 달랐다…‘양투살’ 전략으로 역량 축적

중국은 다른 경로를 택했다. FT는 중국 사업가들이 ‘양투살(養·套·殺)’이라고 표현하는 전략, 즉 외국 자본과 기술을 유치해 역량을 쌓은 뒤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을 조명했다. ‘양투살’은 원래 증권시장에서 쓰이던 주가 조작 기법 용어로, 이후 외국기업을 유치해 기술을 흡수한 뒤 시장에서 밀어내는 중국의 산업 전략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다.

애플이 일본에서 적용한 방식의 지식 유출이 중국에서는 위협으로 작용하자, 애플은 2006년부터 폭스콘을 통해 중국 내 전용 생산 단지를 구축했다. 현재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의 약 20%를 담당하지만, 중국 없이는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국 브랜드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하며, 리튬이온 배터리·희토류 금속·인쇄회로기판 등 핵심 공급망도 장악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의 성장이 상징적이다. 2008년경 애플에 금속 케이스를 납품하며 시작한 BYD는 아이패드 조립과 티타늄 합금 부품 공급으로 성장했고, 이를 발판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판매량에서 앞질렀다.

FT는 “애플은 단순히 제조를 아웃소싱한 것이 아니라, 중국 산업 역량 구축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50년에 걸쳐 구축한 공급망이 디자인·소프트웨어·마케팅보다 더 결정적인 유산일 수 있지만, 이제 그 공급망을 애플 스스로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FT는 “과거 미국이 일본에 제조 기술을 전수했다가 경쟁력을 잃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만회할 두 번째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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