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준의 오목렌즈] 114번째 기사입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이번 오목렌즈 대담(2일 오전 10시)에서는 축구 이야기를 나눴는데 잠시 과거로 돌아가보자.
2024년 연초 아시안컵에서 답답한 경기력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된 이후 클린스만 전 감독(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성토 여론이 들끓었다.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오만함과, 아무 전술이 없는 ‘무전술 축구’로 축적됐던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 이후 정몽규 회장(대한축구협회)은 벤투 전 감독 때와 달리 시스템 밖에서 본인이 점찍어서 데려온 클린스만 전 감독을 등떠밀려 경질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감독으로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은 거스 포옛, 다비트 바그너, 그레이엄 포터, 제시 마치 등이었고 넉달 넘게 감독이 선임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됐다. 이런 상황에서 6월30일 홍명보 현 감독은 당시 울산 HD 사령탑을 맡고 있었는데 기자들과 만나 아래와 같이 발언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뽑을 때까지의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어났던 일을 생각해보면 협회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 협회에서 누구도 정해성 위원장(전력강화위원회)을 지원해주지 않은 것 같다. 이 시점에서 그 일(감독 선임)을 담당하는 위원장이 사퇴했다는 건 무언가 일이 있었다는 뜻이다. 내가 일할 때 김판곤 강화위원장이 계셨고, 김 위원장은 책임과 권한을 모두 가지고 일을 했다. 한국 축구에 맞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면 (김 위원장이)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든 직접 뽑을 수 있었고 그렇게 선임한 분이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전 감독이다. 협회 내부를 보면 위원장 자리는 전문성 있는 분들이 맡는다. 상벌위원장은 법조인, 의무위원장은 의료인이 하는데, 이분들을 도와주는 건 협회 행정직원들의 몫이다. 고위급 행정 직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일이 되지 않는다. 이번 상황에 대해서도 협회 내에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행동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은 빨리 다른 선택지를 생각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동의할만한 타당한 코멘트다.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 제안에 대한 거절의 의미를 담아 위와 같이 밝혔는데 2024년 7월7일 돌연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됐다는 보도가 타전됐다. 협회를 강하게 질타했던 홍 감독은 그때부터 전국민적인 원흉으로 전락한 정몽규 체제의 동반자가 됐다. 여타 유능한 외국 감독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정 회장이 낙점한 홍 감독은 공정한 시스템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손쉽게 선임됐다.
홍명보 감독의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를테면 다른 감독 후보들은 수십장의 PPT까지 준비해서 대표팀 운영 계획과 전략을 발표했지만, 홍 감독은 자택 근처 빵집에서 감독 선임의 전권을 부여 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와 약식 면접을 통해 최종 선임이 됐다. 사실상 정 회장이 축협의 구미에 맞는 홍 감독을 일찌감치 점찍어 두고 다른 감독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처럼 요식행위를 거친 것이다. 이렇게 선임된 홍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축협에 대한 비토 여론을 온몸으로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공정하지 못한 일 처리로 당시에 세계적인 명장들한테 상처를 줬다. 대한민국 축구 행정이 세계 축구인들한테 밉보일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기 전에 거론됐던 탑클래스 감독들이 다수 있었고 우리가 매달리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적극적으로 찾아오겠다고 그러던 감독도 다수 있었다. 그 감독들을 다 제껴놓고 홍명보한테 맡겼으면 거기에 따른 결과가 나와야 되는데 안 나오고 있다.
더구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의 대성공 이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사령탑까지 맡아 “의리 축구”라는 조롱과 함께 1무 2패 조별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바 있는 만큼, 다시 기회를 줄 근거가 부족했다. 그렇게 문을 연 홍명보호 2기는 1년 반 동안 18경기를 치렀다. 월드컵 지역 예선 단계에서는 포백 기반의 전술을 짰으나, 12회 연속 본선 진출 확정 이후에는 스리백으로 바꿨다. 홍 감독은 성과를 내서 기존의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지만 북중미 월드컵을 두달 앞두고 치러진 유럽에서의 최종 평가전 두 경기가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됐다. 박 센터장은 “또 해줘 축구를 했는데 제일 큰 문제가 뭐냐 하면 해줄만한 선수들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은 4대 0이 되는 것”이라며 “선수 컨디션 관리에만 의존하면 안되고 좋은 전술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꼬집었다.
홍명보 감독이나 벤투 감독이나 자기 고집이 세고 클린스만처럼 무전술 축구를 하는 것은 아니다. 근데 홍명보 감독은 벤투 감독과는 다르다. 지금 우리 대표팀과 맞지 않는 스리백을 고집하고 있으면서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벤투도 처음엔 욕을 많이 먹었지만 결국 빌드업 축구를 완성시켜서 좋은 결과를 냈다. 홍 감독은 자기 스타일이 너무 확고해서 변화를 생각하지 않는 느낌인데 지금 많이 걱정되는 게 스리백 전술이 과연 맞을까? 스리백을 하려면 수준급의 윙백 자원들이 있어야 한다. 2002년하고 비교를 해보면 드리블 기술이 좋고 공격이 활발하면서도 공수 많이 움직여줄 수 있는 이영표 같은 선수가 있어야 한다. 그나마 설영우 정도가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데 그런 설영우 선수마저 인터뷰에서 스리백 전술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설영우 선수는 코트디부아르전에서 0대 4 참패를 한 직후 기자들에게 “소속팀에서도 스리백을 거의 안쓰다 보니까 소속팀, 대표팀이 다른 전술을 써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도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대표라면 적응을 해야 한다. 나는 일단은 (소속팀에서는) 윙에서 플레이를 안하는데 대표팀에서 공격적인 걸 많이 요구하신다. 개인적으로 매번 경기가 끝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수비적으로는 자신 있는데 공격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 중이다.
스리백 자체가 문제는 아니고 우리 현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박 센터장은 “전술이라는 거는 몸에 익어야 되는데 중요한 건 뭐냐 하면 이 스리백 전술은 홍 감독만의 자기 전술이지 선수들의 이해도와 적응도가 전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리백은 공격할 때는 3-4-3처럼 되고, 수비할 때는 3-5-2처럼 내려와줘야 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답답한 게 지금 우리나라 선수들의 개인 스쿼드가 감독의 전술을 이해 못해서 헤맬 정도로 약하냐? 그건 아니다. 감독의 전술을 이해 못해서가 아니라 이 전술을 왜 써야 되는지를 감독이 선수들한테 확신을 못주고 있다. 굳이 세계 축구의 트렌드와 맞지 않는 스리백을 고수하려면 그에 맞는 근거와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고 실제로 성과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월드컵 1년 전이라면 테스트를 해보면서 변형을 줄 수도 있는데 지금 월드컵이 코앞이고 이번 유럽 평가전에서는 최종 점검을 했어야 했다. 근데 오히려 스리백으로 먼길을 돌아서 헤매고 있다.
미국의 여름 날씨를 고려해서 이번 월드컵부터 도입될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 대한 대비 전략도 전혀 세우지 못한 것 역시 뼈아프다. 박 센터장은 “코트티부아르 에메르스 파에 감독은 그 시간을 잘 활용해서 전술의 변화를 줘가지고 결과를 얻었는데 우리 홍 감독은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배구나 농구에서 얘기하는 그런 강제 작전 타임으로 가져가서 그날 경기 상황에 따라 전술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데 홍 감독은 그저 쿨링 브레이크처럼 그저 선수들이 뿔뿔히 흩어져서 물 마시는 시간으로 방치시켰다. 이건 100% 감독의 역량 부족이다.
그나마 오스트리아전에서는 코트티부아르전 때와는 달리 스리백 수비들이 무리하게 앞으로 나가 결정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을 덜 보였다. 홍 감독은 이에 대해 “이번 유럽 원정을 통해 전술과 선수 구성 등 많은 것들이 어느 정도 완성됐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박 센터장은 “확실한 센터백 김민재가 있긴 하지만 저돌적으로 달라붙어 수비하는 스타일을 잘 살리려면 스리백이 아닌 포백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우리나라에 스리백에 적응할만한 수비수가 없다. 축구는 결국 수비가 탄탄해야 하고 그 안에서 전략과 전술이 만들어지는 건데 지난번 아시안컵 때 보지 않았는가?김민재가 혼자 열심히 수비해봐야 다 뚫린다. 스리백의 센터백이 아무리 좋아도 좌우 날개가 균형이 안 맞으면 한쪽으로 다 뚫리는 게 수비 진영이다. 이제 두달 남았는데 언제까지 스리백만 완성하고 있을 건지 무척 우려스럽다.
현재 북중미 월드컵에 대한 한국 축구팬들의 관심은 역대급으로 식어 있다. jtbc의 독점 중계로 인한 문제도 있겠지만 박 센터장은 “월드컵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일반 시민들도 많은데 지금 분위기를 띄워야 할 축구협회의 문제가 크다”고 강조했다.
jtbc가 과욕을 부려서 비싸게 월드컵 중계권을 사와서 후폭풍에 시달리는 것은 그들의 문제이지 지금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식어버린 것은 온전히 축협의 문제다. 협회 행정의 문제다. 대표팀의 경기력도 별로고, 홍보도 안되고, 지원도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지금이라도 홍 감독을 교체해야 할까?
오겠다는 감독이 없어서 못 바꾼다. 지금은 누가 와도 비슷할 거다라고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홍명보 감독을 바꾼다고 그래서 축구협회가 그립감을 놓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협회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명장 감독이 와도 안된다. 내가 볼 땐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의 대한민국 축구 황금기가 이렇게 용두사미로 망가지고 있다. 사실 여타 명장들이 한국 대표팀의 사령탑을 맡고 싶어 했던 것은 월드컵 무대에 꾸진히 올라갈 수 있으면서도 그렇게 강하지 않은 언더독이기 때문에 자기 역량을 발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명장들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다 퇴짜 놓고 데려온 홍 감독이 현재 기대감을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축구팬들의 수준도 굉장히 높아졌기 때문에 완전히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축알못이라 해도 경기 보면 답답하다는 것을 다들 느낄 거다. 축구를 전혀 모른다고 해도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이강인 잘한다며? 손흥민 잘한다며? 김민재는? 다 모아왔는데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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