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위치한 구의초등학교 재학생의 절반이 중국 국적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지역 맘카페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고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소문이 지역 이미지를 훼손하고 나아가 부동산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인 학생이 50%?'…확인해보니 현장·학부모 모두 '사실 아냐'
최근 "구의초 재학생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다. 한국인 재학생 수는 크게 줄어든 반면 중국인 학생 수가 급증했다"는 내용의 영상 게시글이 SNS 플랫폼 '스레드(Thread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해당 게시글은 구의초등학교와 서울 광진구 화양동 일대 모습을 담은 영상과 함께 "이 지역이 '제2의 대림동'이 됐다", "헤이티, 미쉐 등 중국 유명 브랜드가 상륙했다", "건대-구의 라인이 아예 중국화 됐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현재 이 게시글은 약 13만2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1000명 이상이 공감을 표시하는 등 온라인상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르데스크 취재 결과 해당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구의초등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재외국민 학생이 일부 재학 중인 것은 맞지만 전체의 50%에 달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확한 비율은 학생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영상에서 나온 것처럼 중국어가 적힌 간판은 구의초 인근 빌라 단지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다.
해당 소식을 들은 누리꾼들 역시 분노를 감추지 못 했다. SNS 이용객 eunjjang8412은 "구의초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라며 중국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학부모들이 자녀를 보내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은 조용하게 학교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객 sso0one는 "구의초 중국인 50% 육박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구의초에는 대부분 한국 아이들이 다니고 있고 그 근처엔 중국화된 상가가 없다"며 "해당 동네는 어린이 대공원 근처에 위치한 조용한 동네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 내용과 실제 현장 상황 사이에는 적지 않은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양동 일대는 빌라와 소규모 주택이 밀집한 전형적인 주거지역의 모습을 보였으다. 거리에서는 중국어보다 한국어가 더 빈번하게 들렸으며 일부 외국인 거주자의 모습은 확인됐지만 특정 국적 중심으로 지역이 형성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분위기였다.
주민들은 화양동보다 건대입구역이 중국인들이 몰려 사는 지역이지 이곳과는 거의 무관하다고 말했다. 박지술 씨(83·여)는 "평생 이 주위에서만 살았지만 이 동네가 중국화 됐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 했다"며 "아이들의 50%가 중국인이라면 여기에 사는 사람들도 중국인이 많아야 하는데 주민들 일부가 중국인일 수는 있겠지만 50%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고 비판했다.
인근에 위치한 세종대학교 학생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최예나 씨(23·여)는 "이 일대는 대학가와 주거지역이 함께 형성돼 있어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지만 특정 국적이 두드러진다고 느낀 적은 없다"며 "온라인에서 떠도는 이야기처럼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국적을 느끼고 싶다면 건대입구 쪽으로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로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어리석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인중개사들 역시 해당 내용에 대해 "전혀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며 선을 그었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 지역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일부에서는 이런 루머가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거래 분위기나 수요 측면에서 봐도 해당 주장과 연관 지을 만한 변화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구의초 '중국인 50%' 논란에도 실거래·현장 모두 '영향 미미'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근 아파트 단지 거래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구의초에 배정되는 단지 중 유일한 아파트인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 전용면적 25평형은 지난 1월 19억2000만 원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는 구의초 학군과 인접한 입지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곳으로, 일부 온라인에서 제기된 '지역 이미지 변화' 주장과는 달리 실제 거래 시장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매매로 나온 매물은 약 57건으로, 전세 17건, 월세 9건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이는 오는 5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담이 현실화되면서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시장에 내놓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인근에 위치한 대영아파트 역시 구의초 배정단지지만 최근 거래된 아파트 매물은 볼 수 없었다. 이는 특정 국적의 학생들이 많다는 식의 부동산 가격에 악영향을 미치는 소문이 확산될 경우 가격 방어를 위해 매도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점과 대비된다. 해당 단지의 일부 평형 매물은 지난 2014년 마지막 거래가 진행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온라인에서 제기된 주장과 실제 시장 분위기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했다.
또한 화양동뿐 아니라 그간 특정 국적 거주 비율이 높다고 알려진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역시 장기간 상승세를 이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세제 부담 강화 등의 영향으로 단기적인 가격 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에서는 지속적인 상승세가 이어져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랜 기간 중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알려진 대림동과 구로동 일대 아파트 가격 역시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오다 최근에는 강도 높은 세제 부담 강화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영림초등학교는 이주배경학생(중국동포 자녀 등) 비율이 70%를 넘는 서울 내 대표적인 다문화 밀집 학교로 꼽힌다. 2024년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영림초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70.93%에 달했다.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문성초등학교도 다문화 학생 비율이 40%가 넘는 학교로 밝혀졌다.
이처럼 다문화 학생 비중이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부동산 시장은 꾸준한 상승 흐름을 보여 왔다. 영림초 바로 앞에 위치해 해당 학교로 배정받는 단지들의 경우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 역세권 수요까지 더해지며 가격 상승세가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신대방 LG자이 2차 아파트 전용면적 25평형은 지난 2월 9억500만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가 약 한 달 전 8억90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1500만원이 상승한 셈이다. 또 다른 영림초 배정 단지인 신대림 한솔솔파크 아파트 최근에는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그간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보여왔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9월 전용면적 25평형이 역대 최고가인 8억98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올해 2월에는 8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소폭 조정을 보였다.
문성초등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독산동 한양수자인 아파트 전용면적 20평형은 지난 1월 7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거래인 지난해 6월 최근 1년 내 최저가인 6억9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약 6개월 만에 가격이 소폭 상승한 것이다. 또 다른 문성초 배정 단지인 독산동 신도브래뉴 아파트 전용면적 22평형 역시 지난 3월 7억100만원에 거래되며 최근 1년 기준 최고가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SNS를 통해 확산될 경우 지역 사회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정확한 사실 확인과 신중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정 국적 주민의 유입이 부동산 시장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실제 가격 형성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중국인 다수 거주는 일부 실수요자들에게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다"면서도 "이처럼 자극적인 내용의 게시글이 사실 확인 없이 확산될 경우 지역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온라인상 루머와 달리 실제 시장은 세금 정책이나 금리 등 거시적인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특정 국적 유입 여부가 가격을 좌우한다는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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