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세타레’(가명)는 2일(현지시간) BBC방송에 “강한 진통제를 먹어야 겨우 잠이 드는데, 불안이 너무 심해 몸까지 이상해졌디.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BBC방송은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이란 곳곳에서 세타레와 같은 수많은 시민들이 극도의 공포와 경제적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면서, 직장을 잃은 젊은 여성부터 유산된 임신부를 목격한 간호사, 총알 파편을 몸에 지닌 채 숨어 사는 전직 정치범 등의 사연을 소개했다.
BBC는 “이란 정권이 외부와의 인터넷을 차단하는 등 검열을 한층 엄격하게 강화했지만, 이를 뚫고 6개 도시에서 믿을 수 있는 현지 소식통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증언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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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음과 함께 직장도 사라졌다”
세타레에게 처음엔 전쟁은 분명 먼 곳의 이야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사무실에 불길한 진동과 소음이 밀려들었다. “폭탄인 것 같다”는 그의 외침에 동료들이 자리를 박차고 옥상으로 달려올라갔고, 하늘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세타레는 “어디가 공격받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 회사는 문을 닫았고 직원 전원이 해고됐다. 나도 그날 이후 밤잠을 잃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세타레는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경제적 파탄과 현 정권과 반대 세력 간 시가전이라며 몸을 떨었다. 그는 “전쟁이 일자리뿐 아니라 그동안 모아놓은 돈마저 앗아갔다. 기본 식료품조차 살 수가 없다. 주머니에 있는 돈이 시장 가격을 따라가질 못한다. 이란은 오랫동안 제재를 받아왔다. 그 사이 저축을 하려 해도 돈을 쌓을 수가 없었다. 돈을 빌려줄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람들조차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BBC는 “이란 경제는 이번 전쟁 이전에도 이미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지난해 식료품 물가는 전년 대비 60% 이상 치솟았고, 리알화 가치는 폭락을 거듭했다”며 “수백만명의 이란인이 세타레와 비슷한 처지”라고 부연했다.
세타레는 “이 엄청난 실업의 파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는 실업자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결과는 정권이 끝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거론하며 “이 전쟁이 아무런 결과 없이 끝난다면 진짜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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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참상 목격한 간호사 “끔찍한 역사의 반복”
테헤란 인근 병원의 간호사 티나(가명)는 현장에서 목격한 참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폭격 이후 병원으로 실려온 사상자들 중에는 “알아볼 수 없는 시신, 손이 없는 시신, 발이 없는 시신”도 있었다. 그는 “정말 끔찍했다”고 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장면이 있다. 전쟁 초반, 군사 시설 인근에 살다 공습을 당한 만삭의 젊은 임신부가 실려왔다. 티나는 “집이 폭격으로 파손됐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산모도 태아도 이미 숨진 상태였다. 출산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정말 처참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그녀를 임신한 채 이라크 미사일을 피해 방공호로 숨어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 그 장면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티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내가 어머니와 똑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역사가 이렇게 빨리 반복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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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엔 파편, 약품 쌓아두며 숨어 사는 정치범
전직 정치범 베남(가명)은 지금도 은신 중이다. 지난 1월 반정부 시위 당시 총격을 당해 몸속에 아직 금속 파편이 남아있다. 그는 엑스레이 사진을 꺼내 파편이 박힌 위치를 보여주며 “골목에서 습격을 당했다. (그들은) 총탄과 최루가스를 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을 촉발했던 시위다. 당시 이란 정권은 자국민 수천명을 학살했으며 베남은 언제든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 혹시 있을 거리 유혈 사태에 대비해 집에 항생제와 진통제를 쌓아두고 있는 이유다.
베남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정권의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혁명수비대(IRGC)에게 손톱이 뽑힌 친척의 이야기, 고문 중 생식기에 중량물이 매달린 남자 친척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는 “우리는 모두 재능 있는 사촌이나 삼촌, 이모가 금지된 정치 활동을 한 친척 때문에 미래를 빼앗기는 것을 보며 자랐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그는 “자유로운 세상에서 지난 고통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나는 낫지 않을 것이다.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희망을 잃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BBC는 “이란 내 상인, 택시 기사, 공공부문 종사자 등 이란 사회 각계각층을 망라해 모두가 현재 심화하고 있는 경제적 압박과 전쟁이 정권 붕괴로 이어지길 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석기 시대로 돌려버리겠다며 위협을 이어가고, 이란 정권의 탄압은 더욱 조여들고 있다. 증언자들이 말한 ‘웃을 수 있는 날’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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