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가 포함된 완제품에 대한 관세 산정 방식을 전격 개편하며 국내 수출 기업들에 새로운 무역 장벽을 세웠다. 기존의 복잡한 함량 중심 계산법을 폐기하고 '완제품 가격' 전체를 과세 표준으로 삼으면서, 우리 가전업계의 실질적인 관세 부담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계산의 단순화'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론 '과세 폭 확대'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중량의 15%를 초과하는 파생 완제품에 대해 제품 가격 기준 25%의 관세를 일률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오는 6일부터 적용되는 이번 조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다.
기존에는 제품 내 금속 함량 비중에 비례해 50% 관세를 매겼으나, 앞으로는 함량이 15%만 넘으면 제품 전체 가격의 4분의 1을 관세로 내야 한다.
백악관은 "기존 방식은 행정적 작업량이 과도했다"며 단순화의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과세 기준점이 낮아지고 범위는 넓어져 세탁기, 냉장고, 변압기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특히 해외 업체가 신고한 수출가 대신 미국 구매자의 '최종 구매 가격'을 기준으로 50% 품목 관세를 매기는 방식까지 도입해 저가 신고를 통한 관세 회피를 원천 차단했다.
의약품 100% 관세 폭탄… 한국은 15% 차등 적용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미생산 의약품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도 서명하며 '제약 주권' 확보에 나섰다. 다만 한국을 포함해 일본, 유럽 등 별도 무역 합의가 있는 국가에는 15%, 영국에는 10%의 별도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미국 내 생산 기지 이전(리쇼어링)을 강제하기 위한 고도의 압박책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대기업 120일, 중소기업 180일의 유예기간을 두는 동시에, 미국 내 생산 계획을 발표하는 기업에는 관세율을 20%로 낮춰주거나 가격 인하 시 0% 관세를 적용하는 등의 당근책을 함께 제시했다.
공급망 재편 압박… 현지 생산 비중 확대 불가피
'해방의 날' 1주년을 맞아 단행된 이번 조치는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정교해졌음을 시사한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 우려 속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철강 및 제약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카드를 강행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거나 공급망을 미국산 원자재 중심으로 재편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특히 미국산 금속을 사용해 해외에서 제조된 제품에는 10%의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만큼, 원부자재 조달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